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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브릭스는 지금] 10년째 미완의 대기 미워도 다시 한번?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브라질·러시아 내년 전망 나쁘지 않아... 인도 경제는 꾸준한 성장

▎올림픽 이후 브라질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2000년대 중반 한국의 펀드 붐을 이끈 건 단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경제 5개국)였다. 브릭스가 세계 경제를 호령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장밋빛 전망이 번졌고, 특히 브라질 펀드는 큰 인기를 끌었다. 연 수익률이 50% 이상인 펀드가 속속 등장했을 정도로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고꾸라졌고, 매수 타이밍을 잘못 잡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브릭스 국가는 여전히 ‘미완의 대기’다. 특히 브라질과 러시아는 투자자에게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줬다.

그런 브라질 주식형 펀드가 올 들어 반전에 성공했다. 브라질 보베스파(BOVESPA) 지수가 급등한 덕분이다. 9월 28일 기준으로 보베스파 지수는 연초 대비 40.9%나 올랐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브라질 펀드도 2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3년 수익률은 -20% 이상이다.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이 여전하다. 실제로 지난 9월 25일 중앙일보가 17개 운용사에 직접 펀드 추천을 의뢰한 결과 브라질 펀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추천한 32개 상품 중 중국 펀드가 10개로 압도적이었고, 러시아와 인도도 각각 2개씩 이름을 올렸지만 브라질은 빠졌다. 여전히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견해가 강하다는 의미다. 일단 미국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라 대외 경제 여건에 취약한 브라질·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경기 회복 속도 등을 감안했을 때 환율 리스크 또한 고려 대상이다.

브라질 증시 올 들어 급등 … 투자 리스크는 여전


그럼에도 투자자가 브라질을 곁눈질로라도 쳐다볼 수밖에 없는 건 잠재력만큼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단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미셰우 테메르가 새 대통령이 됐다. 호세프의 탄핵은 브라질 경제를 괴롭힌 오랜 정치 불안 요소의 종결을 뜻한다. 분배를 강조한 전 대통령과 달리 테메르 대통령이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라는 점도 기대감을 키운다. 경기 부양을 위해 브라질은 11월쯤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 회복으로 수출입 모두 전년 대비 플러스로 전환했다”며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어 경기 회복의 전반적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브라질 펀드 중에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봉쥬르브라질 증권펀드’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52.8%에 달한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브라질 증권펀드’도 수익률이 50%를 넘어섰다.

러시아도 올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올 초 바닥을 찍었던 원유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선 덕분이다. 2월 11일 배럴당 26.11달러로 거래돼 최저 가격을 기록했던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9월 28일 47.05달러로 올랐다. 저점 대비 80%에 육박하는 오름세다. 가파른 유가 상승에 러시아 RTS 지수는 연초 대비 30.28% 급등했다. 올 1월 중순 연중 최저점인 607.14으로 내려앉았다가 9월 8일 약 14개월 만에 1000선을 회복했다. 지금도 90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와중에 또 하나의 호재가 나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원유 생산량을 감축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9월 28일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1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38달러(5.3%) 오른 배럴당 47.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5% 이상 상승했다. OPEC이 러시아를 비롯한 비회원 원유 생산국과도 감산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어서 당분간 유가는 적정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 경제가 유가에 지나치게 연동돼 있다는 점은 항상 위험 요소다.

러시아 펀드 중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러시아업종대표 증권펀드’와 KB자산운용의 ‘러시아대표성장주 증권펀드’가 눈에 띈다. 러시아 펀드 중 두 상품만 연초 이후 수익률이 30% 이상이었다. 설정액이 3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펀드인 JP모간자산운용의 ‘러시아 증권펀드’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러시아 펀드도 대부분 3년 수익률은 약 -20%를 오간다.

러시아 펀드가 올해 의외의 실적을 보여줬다면 인도 펀드는 브릭스 국가 중 가장 꾸준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펀드는 올 들어 평균 6%대의 수익률(9월 23일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올해 평균 1%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더 큰 매력은 장기 수익률이다. 3년 동안 65%의 수익을 올렸다. 다른 어떤 국가나 지역, 테마 펀드보다 낫다. 같은 기간 브라질 펀드의 성적은 -25.7%였다.

성장세 돋보이는 인도, 규제 완화로 날개 달아

올 들어 인도 주식시장은 급등했다. 지난 2월 말 저점(2만 2495)을 찍었던 센섹스 지수는 지난 9월 8일 연중 최고점(2만 9682)을 기록했다. 30% 가까운 상승이다. 최근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2만8000선을 유지하고 있다. 가파른 경제 성장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1분기 인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9%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성장률 전망치는 7.5%다. 겹겹이 쌓였던 규제도 조금씩 풀리고 있다. 8월 3일 상원을 통과한 상품서비스세(GST) 법안이 대표적이다. 인도 29개 주마다 서로 다르게 부과하고 있는 부가가치세(16~27%)를 하나의 세율로 단일화하는 게 GST의 골자다. 최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를 통과할 때마다 따로 세금을 내는 비효율성이 사라지면서 GDP가 약 2%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운용 중인 상품 중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봉쥬르인디아 펀드’와 IBK자산운용의 ‘인디아인프라 펀드’가 눈에 띈다. 1년 수익률은 삼성자산운용 ‘인디아 증권펀드’가 13.4%로 가장 좋았다. 이 펀드의 3년 수익률은 86.1%에 달한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인도는 30년 전 중국과 닮았다”며 “1980년대 중국의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세계에 몇 남지 않은 국가”라고 말했다.

9월 27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주최로 열린 ‘인도 시장 전망 및 인도펀드 투자전략’ 세미나에서 므리날 싱 ICICI 푸르덴셜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도는 단일 국가 투자를 통해 자산배분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며 “2001년 이후의 장기 성과가 매우 우수하다”고 말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지난 2월 ICICI 푸르덴셜자산운용에 위탁한 인디아리더스 펀드를 다시 출시했다. ICICI 푸르덴셜자산운용은 인도 현지 최대 자산운용사다. 현재 이 펀드는 10%대의 6개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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