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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자산 증식법] 박스피에 지친 그대, 해외로 눈 돌려라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선진국·신흥국 증시 탄탄하고 비과세 혜택은 덤 … 일본인 투자 펀드의 75%는 해외 펀드

저성장·저금리·고령화가 뉴노멀로 굳어졌다. 한 푼이 아쉬운 시대에 자산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금·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저물었다. 주식 투자가 대안이 될까. 5년째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에 투자해선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답은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마침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혜택도 많아졌다. 선강퉁으로 다시 주목받는 중국, 고성장으로 눈길을 끄는 베트남·인도·필리핀 등 투자 유망 국가와 관련 상품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72년. 원금이 두 배로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수익률 연 1%, 복리로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다. 서른 살 직장인이라면 102살이 될 세월이다.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시간은 줄어든다. 36년이면 원금이 두 배다. 수익률이 5%라면 원금을 두 배로 불리는 데는 14년이면 충분하다. 서른에 시작한다고 해도 44살이면 된다. 실질금리 0% 시대, 예금만 고집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답은 뭘까. 국내 주식시장에 눈 돌리자니 코스피 지수는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1990년대 저금리를 먼저 경험한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로 나갔다. 해외 분산 투자로 리스크는 낮추고 수익률은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트라우마 때문에 외면하는 해외 시장. 3월부턴 정부가 비과세 혜택까지 줬다. 해외 주식형 펀드로 눈 돌릴 때다.

2740만원(2만2209유로). 한국인의 1인당 부채다.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많다. 독일 보험사인 알리안츠그룹이 최근 발표한 ‘알리안츠 글로벌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그렇다. 부채 액수로만 보자면 싱가포르(3만4894유로)나 일본(2만4277유로) 보다는 적다. 그렇지만 금융자산에 비해선 빚이 지나치게 많다. 한국인의 1인당 총 금융자산은 6116만원(4만9580유로).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44.8%에 이른다. 한국보다 빚이 많은 싱가포르나 일본은 이 비율이 각각 30.1%, 22.8%에 그친다.

한국인의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 싱가포르·일본보다 높아

‘외상이면 소도 잡는다’는 민족성 탓은 아닐 게다. 주범은 부동산으로 짐작된다. 최근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이 증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608조8000억원으로 2014년 말보다 73조6000억원 늘었다. 알리안츠그룹 측은 “한국의 부채 증가율은 2014년 6.3%에 그쳤지만 1년 사이 9.8%로 급등했다”며 “부채 증가율은 아시아 3위이지만 증가율 속도는 가장 빠르다”고 설명했다. 무리해서 집을 사느라 과도한 빚을 졌고, 그걸 갚느라 돈 모을 여력이 안 되니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50%에 육박한다.

한국인의 부동산 사랑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 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6.8%에 불과하다. 부동산을 의미하는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73.2%에 달한다. 미국(29.9%)·일본(38.4%)·영국(47.8%) 등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그나마 있는 금융자산도 한국인들은 현금과 예금에 집중한다.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2.2%에 달한다. 주식·채권을 포함한 금융투자 상품 비중은 25.7%에 그친다. 이와 달리 미국인들은 금융투자 상품 비중이 51.7%다. 현금과 예금 비중은 13.2%에 불과하다.

1980~90년대 지금의 베이비부머가 경제활동의 주축이던 시절엔 예금으로 충분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0%를 웃돌았다. 예금에 넣어두고만 있어도 7년이 안 돼 원금이 두 배로 됐다. 부동산은 어떨까. 지금의 ‘부동산 불패’ 신화는 80년대 싹을 틔워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통과해 완성됐다. 지난 50년 간 전국의 땅값은 3000배, 강남 말죽거리(지금의 양재)는 16만 배가 올랐다. 같은 기간 쌀값은 50배, 휘발유는 77배, 짜장면은 180배가량 올랐다. 적극적으로 투자상품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부동산에만 ‘올인’하면 충분했다.

지금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25%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이자를 가장 많이 쳐 주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라고 해봐야 1.35%다. 그나마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다. 저축은행으로 대상을 넓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연 1.9%가 최고 금리다. 부동산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기는 하다. 특히 거래가 쉬운 아파트가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주거 목적의 집 한 채를 제외하고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기엔 단위가 너무 크다. 대출 없이 집을 사기란 웬만해선 힘들다.

예금도 아니고 아파트도 아니라면 주식시장일까. 이쪽도 사정이 딱히 좋지 않다. 국내 증시는 5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다. ‘박스피(박스권+코스피)’라는 오명이 붙었을 정도다. 2011년 코스피 지수 2200선을 찍은 후엔 2000선을 중심으로 오르락 내리락한다.

저금리 시대 먼저 겪은 일본은 해외서 답 찾아

패턴은 학습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2000선 밑에서 사고 위에선 판다. 공모형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7월 8일부터 9월 12일까지 46거래일 연속 돈이 빠져나갔다. 월별로 보자면 지수 1900선이 무너졌던 1월과 2월을 제외하곤 펀드 환매 행진이 이어졌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려면 실적이 월등히 좋아지든지 돈이 왕창 들어오든지 해야 하는데 지금은 둘 다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에 걸쳐 오르면서 미국 중산층을 살찌웠던 증시를 한국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증시 성과가 시원치 않은 탓도 있지만, 분산 투자 차원에서도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미국(38.9%)의 20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투자를 고집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 주식 보유 비중이 38.7%다. 영국도 GDP의 58.5%에 이르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해외 주식 비중은 10.1%에 그친다.


비과세 시즌2 … 범위 넓어지고 혜택 기간 늘어

국내에서 길을 못 찾겠으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일본이 그랬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버블 붕괴와 함께 0.5%로 단계적으로 낮췄다. 1995년에는 두 번의 금리 인하(1.75%→1.0%→0.5%)로 초저금리 시대를 맞았다.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계 금융자산 중 해외 자산이 서서히 증가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외화예금이 연평균 6.9%, 대외증권(주식·채권)은 연평균 3.5%씩 증가했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일본 아줌마들에게까지 불어닥쳤던 해외 투자 바람의 결과가 와타나베 부인”이라며 “현재 일본인들이 투자하는 펀드의 4분의 3은 해외 펀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저성장 저금리 상황에선 해외에 답이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렇지만,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2008년의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는다. 2007년 6월,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가 도입됐다. 당시 비과세 조치는 ‘기업의 대외 진출 촉진과 해외투자 확대 방안’의 일환이었다.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조(조선)’ 기업의 호황으로 나라 곳간엔 달러가 쌓여갔다. 원화 값은 치솟고 달러 값은 급락했다. 달러당 900원선마저 내줬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버티기 힘든 수준의 원화 강세다. 정부 차원에서 달러를 밖으로 퍼내야 했다. 국민의 해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감세’도 감내하며 비과세 혜택을 줬다.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2005년 일본 펀드, 2006년 중국 펀드 등에서 50%를 웃도는 수익을 올린 이들이 목격됐다. 비과세 혜택까지 준다니 투자를 망설이던 이들까지 해외 펀드로 몰려갔다.

‘비이성적 과열’은 조정을 예고한다. 중국·인도 등 이머징 시장이 2007년 가을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8년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맞았다. 정확히 꼭지에서 투자를 시작한 이들이 체감하는 수익률은 원금 반 토막이다. 이후 시기만 다를 다들 해외에서 발을 뺐다. 2008년 5월 60조원을 돌파했던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최근 15조원대로 주저앉았다. 비과세 조치 이전으로 회귀한 셈이다.

세금도 해외 투자를 가로막았다. 2007년 도입된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2009년 말을 기점으로 종료됐다. 국내 주식을 사고 팔아 돈을 벌면 세금을 내지 않지만 해외 주식을 매매했을 땐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15.4%의 ‘세금 허들’은 저금리 시대, 심리적으로 상당히 높았다. 정부는 국민이 허들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비과세 발판을 다시 마련해줬다.

지난 3월 도입된 ‘비과세 시즌2’는 더 강력해졌다. 먼저, 비과세 범위가 늘었다. 매매 차익과 평가 차익에만 비과세가 적용됐던 2007년과 달리 시즌2에선 환(換)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없다. 다만, 주식 배당소득이나 채권 매매차익 및 이자소득 등에 수익이 생기면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기존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매매차익으로 100만원을, 배당소득으로 20만원을 챙겼다 치자. 수익인 120만원의 15.4%에 해당하는 18만48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그러나 3월 출시된 비과세 상품이라면 배당소득 20만원의 15.4%, 곧 3만 8000원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비과세 혜택으로 15만원 정도의 추가 수익이 생긴 셈이다.

세제 혜택 기간도 크게 늘었다. 최장 10년이다. 시즌1 때는 세제 혜택 기간이 2년 7개월 정도에 그쳤다. 중간에 사정이 생겨 해지(환매)하더라도 추징금 등 불이익이 없다. 그간 받았던 비과세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입이 쉽다. 별도의 소득 기준이 없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가입할 수 있다. 단, 계좌(전용저축)를 몇 개 만들든 1인당 투자할 수 있는 돈은 최대 3000만원이다. 비과세 혜택이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시즌1과 달리 한도가 생겼다. 3000만원 이상을 투자하고 싶다면 소득이 없는 어린아이와 주부도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온 가족이 가입하면 된다.

해외 주식형 펀드라고 모두 비과세 대상은 아니다. 국내에서 설정된 펀드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펀드 순자산의 60% 이상을 해외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상이다. 때문에 국내에 상장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도 요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식형 펀드 3개월 평균 수익률 국내 5.4%, 해외 7.4%

명심할 점은 반드시 2017년 12월 말까지 계좌 개설을 끝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후엔 신규 계좌 개설이 안 된다. 또 내년 말 이전에 펀드별 납입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2017년 말까지는 펀드별로 납입 한도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엔 조정이 안 된다. 2018년 1월 1일부터는 납입 한도 잔액 내에서 기존에 보유 중인 펀드의 추가 매수만 가능하다.

두 번은 안 속는단 걸까. 더 강력해진 비과세 혜택을 줬지만 투자자들은 꿈쩍 않는다. 반응이 시원치 않다. 2007년 6월 시즌1 도입 당시엔 해외 주식형 펀드로 4조9048억원이 순유입됐다. 그러나 시즌2가 실시된 지난 3월 한 달 간 2718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007년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도입이 정부 차원의 달러 퍼내기였다면 이번엔 해외 분산 투자를 통한 중산층 자산 불리기 차원”이라고 강조한다. 황 회장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1호 가입자다. 그가 가입한 3개 펀드의 수익률은 12~18%에 이른다.

실제로 해외 투자 성적은 짧게 봐도, 길게 봐도 우수하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3개월(9월 28일 현재) 수익률은 평균 5.4%. 해외는 7.4%다. 3년 수익률 역시 국내가 -1.4%, 해외가 9.5%다. 공교롭게도 비과세 시즌1이 글로벌 증시가 8부 능선을 향해갈 때 나온 조치였다면, 시즌2는 증시가 무릎을 지나 상승 기류를 탔을 때 나왔다.

개별 펀드 성적도 탁월하다. ‘블랙록월드골드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36%에 이른다. 연초 이후 금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금 투자 펀드 대부분이 최근 6개월 새 20% 안팎의 수익을 거뒀다. ‘KB브라질펀드’는 최근 6개월 새 30%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렸다. 최근 6개월만 놓고 보면 일본과 중국본토 펀드를 제외하곤 모두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좋은 투자 수단”이라고 조언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매사추세츠 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머튼 교수는 최근 방한 강연에서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분산 투자 및 자산 배분이 가장 효율적인 투자의 제1 명제”라고 역설했다.

다만, 특정 국가나 지역에 ‘몰빵’은 위험하다. 경제학 박사인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재무경제학의 기초 중의 기초가 분산·다양화”라며 “해외 투자도 자산 배분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2007년처럼 중국이나 브라질에 몰빵하는 식의 투자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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