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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량·소포장 전성시대] 혼밥·홈밥, 혼술·홈술족 취향 저격작전 

손질 필요없는 채소·과일 불티 … 용량·도수 줄인 위스키도 등장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CU가 판매 중인 1인용 소포장 과일(왼쪽)과 세븐일레븐이 판매 중인 1인용 애플 수박(위).
자취생 김재승(36)씨는 퇴근길에 편의점을 꼭 들른다. 저녁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밥을 먹으려면 식당을 가거나 시장에서 장을 봐서 해먹는 게 순리 같지만 지난해부터 편의점을 들르는 것이 일상이 됐다. 김씨가 선택하는 것은 편의점 도시락.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 도시락이면 훌륭한 한 끼가 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도시락을 먹은 후에는 1인용으로 포장된 소포장 과일을 사서 후식으로 마무리한다. 김씨는 “예전에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면 컵라면에 김밥 정도였지만, 이제는 집밥 못지 않은 도시락은 물론 과일까지도 딱 적당히 먹을 수 있어 자주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로 유통계의 포장 트렌드도 확 달라졌다. 1인 가구를 겨냥한 도시락 제품과 딱 한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소용량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푸짐하게 많이 내주는 음식이 정(情)이자 인심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1인용 도시락·포장 과일 인기


▎CU가 내놓은 '참숯불 고등어 구이'. 복잡한 조리과정 없이 전자레인지에서 1분만 데우면 간편하게 생선구이를 즐길 수 있도록 진공 포장한 제품이다.
이 트렌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는 곳은 편의점 업계. 도시락 등 자체브랜드(PB)를 통해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씨유(CU)는 지난해부터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와 함께 기획한 제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한판 도시락’ 등 일부 상품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대박이 났다. 지난해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65.8%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도시락이 전체 품목 중 매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CU관계자는 “오랜 기간 바나나우유가 매출 1위를 차지했는데, 매출 집계 결과를 듣고 ‘뭔가 잘못 집계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라며 “이 정도로 큰 인기를 끌 줄은 상품을 기획하는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쟁 업체도 CU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GS25의 경우에도 지난해만 해도 상위 품목 10위권에는 도시락이 아예 없었다. 하지만 올해 ‘김혜자 바싹 불고기’ ‘마이홍 치킨도시락’ 등이 매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결과 올해 8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도 ‘혜리 11찬 도시락’ 등의 인기 덕에 도시락 매출이 1년 전의 2.54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도시락뿐 아니라 편의점에서 파는 간식과 과일 등도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 일색이다. CU는 올해 초 ‘과일 한컵 달콤한 믹스·새콤한 믹스’를 출시했다. 여러 가지 과일을 세척한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컵에 담은 제품이다. 많은 양의 과일을 사기 쉽지 않은 1인 가구를 겨냥했는데, 8월 매출이 출시월 대비 40% 이상 올랐다. GS25도 ‘냉동망고스틱’과 ‘파인애플스틱을 내놨다. 망고와 파인애플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아이스크림처럼 바(bar)에 꽂은 제품이다. 두 제품은 지난해 3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히트 상품 대열에 합류했다.

1인 가구가 대거 편의점으로 몰리면서 대형마트도 가정간편식 제품과 더불어 소포장 식재료 상품을 늘려가는 추세다. 장을 보기보다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혼밥(혼자 밥먹기)’ ‘홈밥(집에서 밥먹기)’족을 잡겠다는 것이다. 채소와 육류 등도 4인 가구 1끼 기준에서 벗어나 1인 가구용으로 다양한 포장을 내놓고 있다. 토막 갈치, 반 마리 고등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요리별로 필요한 채소를 모아 소포장한 ‘간편 채소’도 나오고 있다. 요리별로 필요한 채소를 레시피에 맞는 비율과 크기로 절단하고 세척한 제품이다. 별도의 손질 없이 집에서 바로 요리할 수 있어 간편하다.

“소용량 식품 필요하다” 90.4%


주류 업계도 ‘혼술(혼자 술먹기)’, ‘홈술(집에서 술먹기)’족을 잡기 위해 용기(容器) 다이어트에 나섰다. 한 병을 사서 술을 마시기보다는 잔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욕구를 반영한 변화다. 위스키 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9월 4일 200㎖ 소용량 ‘조니워커 레드’를 출시했다. 앞서 지난해 9월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위스키 ‘제임슨’의 200㎖ 소용량 제품을 출시한바 있다. 캠핑이나 피크닉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와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들이다. 롯데주류는 지난 7월 위스키 대중화를 위해 알코올 도수를 7도로 낮추고 캔에 담아 375㎖로 용량을 줄인 ‘스카치블루 하이볼’을 선보이기도 했다. 같은 달 하이트 진로도 ‘더 클래스’ 320㎖ 신제품을 출시했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가 한때는 접대 문화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업소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인 가구와 가정용 시장을 겨냥한 변화가 계속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9월 21일 시장 조사 전문 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은 최근 1~2개월 사이 식품을 직접 구입한 경험이 있는 만 19~59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소용량·소포장 식품’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자의 90.4%가 소용량 식품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소비자 10명 중 9명이 소포장·소용량 트랜드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용량 식품이 매우 필요하다는 의견은 1인 가구 소비자(44%) 사이에서 많았다. 혼자 살기 때문에 음식 소비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 1인 가구 소비자가 소용량 식품을 가장 필요로 하다는 뜻이다.

소용량 포장이 가장 필요한 식품으로는 채소·야채류(48.4%)와 과일류(43.7%)가 꼽혔다. 이어 김치·반찬·장류(38.2%), 축산 식품류(35.5%), 수산 식품류(33.3%), 완전·반조리 식품류(30.5%), 냉동·냉장 식품류(24.9%), 쌀·잡곡·혼합곡류(24.8%), 계란·두부류(23.8%) 순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의 77%가 소용량 식품을 구입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 중 83.9%가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가 고착될수록 1인 가구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모든 유통 업계가 이런 변화에 발맞추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나오는 상품보다 더 많은 종류의 소용량·소포장 제품이 나올 것”이라면서 “나중에는 단순히 지금 파는 제품을 줄인 것보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패턴을 과학적을 분석한 1인 가구 맞춤형 제품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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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호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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