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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신흥국 투자 열풍]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투자로 VIP 대접 받으세요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GDP 성장률 중국·인도 못지 않아... 정세 안정되고 외국인 투자자 몰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신흥국의 매력은 성장성이다. 국내 경제는 이미 저금리·저성장·고령화의 벽에 막혔다. 증시는 8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친 투자자들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신흥국 선호는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갈 곳을 잃은 글로벌 여유 자금 역시 성장성을 찾아 신흥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지난해 말부터 신흥국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세계 연기금 중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연기금(ABP)도 올 2분기 신흥국 주식 수익률(4.2%)이 선진국 주식 수익률(3.6%)을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신흥국 투자처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두고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투자’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로 불리는 베트남은 현재 국내 신흥국 열풍의 중심에 있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에 선 중국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주자로 꼽힐 만큼 각광받는 투자처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8월 ‘메리츠 베트남 펀드’를 출시하고 연 투자설명회에서 “베트남의 낮은 인건비와 높은 교육열, 높은 저축률은 30년 전 한국과 흡사하다”며 “10년 동안 묻어놓으면 5배, 10배로 충분히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도 가진 돈을 모아 이 펀드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10년 폐쇄형으로 출시된 이 펀드에는 시장의 우려 속에서도 최소 모집금액(5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앞으로 10년 간 베트남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가입 시 선취수수료가 2%고 이후 매년 0.96%의 보수를 뗀다. 수수료와 보수가 비교적 낮은 점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다.

‘넥스트 차이나’ 베트남, 신흥국 열풍의 대표 주자


올 초 도입된 비과세 해외펀드 중에서도 베트남 펀드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그로스 펀드’는 올 3월~8월 동안 팔린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중 설정액 1위(1062억원)를 차지했다. 전체 비과세 해외펀드 총 설정액의 13.4% 규모인데 9월 들어 설정액이 200억원 가까이 더 늘 정도로 인기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수익률 역시 13~14%대를 넘나들며 승승장구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06년 베트남 호치민에 국내 최초로 리서치 사무소를 열었다. 현지 기업 정보와 투자동향을 분석하고 있다. 이대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첫 진출 이후 단 한 번도 인력 철수나 감소가 없었다”며 “현지 리서치팀은 베트남 투자 경력 7년 이상의 베테랑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5%다. 인도(7.5%)와 중국(6.9%)의 뒤를 잇는 고성장 국가로 꼽힌다. 당분간은 이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가 세운 2016~2020년 경제 사회 개발 5개년 계획이 정한 성장률 목표 치는 6.5~7%다. 도시화율 40%를 목표로 삼고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사업이 한창인 점이나, 수출 확대가 성장을 주도하는 점 등이 과거 1960~1970년대 한국과 닮았다.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주식시장은 성장할 여력이 크다. 베트남 증시의 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은 아직 30% 수준이다. 부동산시장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가 2014년부터 부동산 부양정책을 실시해 지난해부터는 외국인에게 부동산시장을 개방했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 투자전략팀장은 “아직 베트남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진 않았지만 직접 투자로 들어온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 전체 수출 증대를 이끌고 있다”면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역할이 강화되면 중장기적인 수출 증가가 유효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베트남보다 한 발 늦게 주목을 받은 시장이다. 국내 최초의 인도네시아 단일 펀드를 낸 NH-아문디의 ‘Allset 인도네시아포커스 펀드’가 대표 상품이다. 이 펀드는 인도네시아의 금융업, 내구 소비재, 통신업, 필수 소비재 등 부문에 투자한다. 국영은행 BRI(Bank Rakyat Indonesia)나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사 텔레코무니카시 인도네시아(Telekomunikasi Indonesia), 자동차와 금융 사업을 하는 아스트라 인터내셔널(Astra International)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총 보수는 C클래스 기준으로 2.02%다. 환매수수료와 최소 가입금액 제한이 없는 점이 장점이다. 8월에 10%대 중반까지 올라왔던 수익률이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길게 보면 전망이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도네시아는 세계 4번째를 자랑하는 인구 규모와 60% 이상의 생산가능인구를 갖고 있어 소비 시장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2억 5000만명) 인구 대국이다.

많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인도네시아의 성장세는 잠재력을 반영하지 못했다. 불안한 국내 정세가 장애물로 작용한 측면이 컸다. 하지만 2014년 10월 첫 직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2015년 GDP 성장률 4.8%를 기록했는데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보다는 낮고 태국·한국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소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외국인 자금을 유입하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펴고 있는데 이를 ‘조코노믹스’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제 시동 단계인 조코노믹스의 효과가 성장성 개선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1%에서 5.4%로 상향 조정했다. 증시 시가총액 비중은 GDP 대비 50% 수준이다. 정책적으로 외국인 시장 개방을 적극 추진하는 점이 긍정적 투자환경을 만들고 있다.

‘아시아의 병자’ 필리핀 재도약 꿈꿔

필리핀은 재도약을 꿈꾸는 나라다. 1983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의 병자’로까지 불리면서 경제가 추락했지만 최근 5년 간 성장세가 크게 개선됐다. 2010년 이후 평균 GDP가 6.2%다.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태국) GDP 평균 5.4%를 넘었다. 세계은행이 ‘도약하는 호랑이(rising tiger)’라고 평가할 정도다. 국내 상품 중 필리핀 증시에 단일 투자하는 펀드는 없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아세안 지역 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많아서다. 아세안 펀드 중에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아세안펀드’가 가장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핵심 국가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인데 지금까지 900억원 넘는 돈이 모였다. 9월 20일 기준 수익률은 7.16%다. 외국계 운용사들의 아세안 펀드도 성적이 괜찮다. ‘다이나믹아시아펀드(슈로더운용)’ ‘파워아시아 펀드(맥쿼리운용)’ ‘피델리티아시아펀드(피델리티 운용)’ 등이 올 들어 10%대 수익률을 오르내리고 있다.

신흥국 투자는 다른 지역보다 글로벌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위험이 있다. 미국이 연말에 금리를 올리고 나면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빠져나가면서 동남아 펀드 수익률이 부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아직 걱정부터 하긴 이른 단계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유동성의 미국 금리 인상 민감도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완화된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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