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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강박증 극복] 생각·행동 멈추고 감정 채워라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불길한 미래에 과도하게 집착... 성(性)·도박·약물중독에 빠질 수도

#1. 김씨는 30세 대기업 사원이다. 그는 훤칠한 외모에 깔끔한 성격으로 회사에서 인기가 좋다. 그에겐 깨끗함에 집착하는 습관이 있다. 귀가 후 모든 옷을 세탁하고, 하루에 두 번은 반드시 샤워를 한다. 회식자리에서도 손을 씻기 위해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그의 지나친 청결은 주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도 괴롭다. “손이나 옷에 병균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요.”

#2. 박씨는 42세 중소기업 부장이다. 그는 정확한 일처리와 완벽한 성격으로 회사에서 인정받는다. 그에겐 지나치게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집을 나설 때 가스밸브를 두 번은 확인하고, 차 문도 제대로 잠겼는지 두 번 확인한다. 최근 부하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두세 번 반복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의 지나친 확인은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도 괴롭다. “안 한 것 같은 의심이 들어 연거푸 확인하게 돼요.”

#3. 최씨는 28세 고등학교 수학 교사다. 그녀는 예쁜 외모에 야무진 성격으로 뭇 남성들의 이상형이다. 그녀에겐 지나치게 정돈하는 습관이 있다. 화장대에 물품을 모두 앞면으로 줄 맞춰 세우고, 지갑 속 지폐 방향도 한쪽으로 정렬한다. 집에서 누가 그녀 것을 약간만 흩어 놓아도 엄청난 화를 낸다. 그녀의 지나친 정돈은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녀도 괴롭다.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지 않으면 편해요.”

강박증은 의미 없는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뇌 회로가 망가져서 생각·행동이 갇혀 헛돌고 맴도는 현상이다. 강박생각은 원치 않는데 떠오르는 불쾌한 생각이다. 성적인 것, 폭력적인 것, 사고나 재난 등이 있다. 없애려 하면 더 강하게 떠오르고, 불안이 심해진다. 강박행동은 생각을 없애고 불안을 가라앉히려는 반복행동이다. 손 씻기, 확인하기, 정돈하기 등이 있다. 잠시 안정을 찾지만, 불안은 더 심해진다. 그 외 끝없이 이어지는 고민, 뇌리에 박힌 후회, 꼬리를 무는 걱정 등이 있다.

의미 없는 생각·행동이 반복되는 현상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문제, 문제, 위기, 문제, 문제, 위기…. 이러다 팔십년이 지나간다. 한 문제가 해결되면 평화가 오지만,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인생은 걱정의 연속이다. 학생은 시험을 걱정하고, 청년은 취업을 걱정하고, 주부는 생활비를 걱정한다. 한 걱정이 사라지면 안정이 오지만, 다른 걱정이 들어선다. 인생은 미완성의 연속이다. 벌인 일이 많다. 한 가지를 끝내지 못하고, 다른 것에 뛰어든다. 미완성 과제는 그대로 남아 머릿속을 배회한다.

강박증이 늘고 있다. 넷 중 하나는 평생 한 번쯤 겪는다. 강박증은 생각 과다에서 온다. 현대인은 하루 종일 생각한다. 생각과 생각이 충돌하고, 생각과 감정이 대립한다. 생각이 헛돌고 맴돈다. 강박증은 감정 억압에서 온다. 현대인은 솔직히 표현하지 못한다. 감정과 감정이 충돌하고, 생각이 감정을 억압한다. 억압된 감정은 불안으로 나타난다. 강박증은 욕구 좌절에서 온다. 현대인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한다. 욕구와 욕구가 충돌하고, 생각이 욕구를 억제한다. 좌절된 욕구는 두려움과 분노로 나타난다.

인간의 뇌는 대뇌피질, 변연계, 뇌간으로 나뉜다. 대뇌피질은 생각을 담당하고, 변연계는 감정과 욕구를 담당하고, 뇌간은 반응을 담당한다. 강박회로에는 대뇌피질의 전전두엽과 대상회, 변연계의 선조체가 관여한다. 전전두엽은 뇌 고장을 통제한다. 대상회가 활성화되면, 생각·행동의 전환(주의 전환)이 어려워 집착을 보인다. 유연성·융통성·적응력이 떨어진다. 선조체가 활성화되면, 생각·행동이 갇혀 헛돌고 맴돌게 된다. 강박회로의 활성화는 세로토닌 감소와 일치한다.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데, 강박증에 60% 정도 효과가 있다.

강박증은 불안에서 시작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 나쁜 예감이 중심에 자리한다. 어린 시절 부정적 감정 경험과 관련된다. 강박증은 집착으로 나타난다.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매달린다. 분노와 두려움이 깔려있다. 강박증은 의심으로 나타난다. 행동이 미덥지 않아 반복하게 된다. 편집증은 타인을 의심하지만, 강박증은 자신을 의심한다. 강박증은 중독으로 발전한다. 성(性)·도박·약물중독에 빠지기 쉽다. 둘 다 불안을 회피하는 행동이지만, 중독은 쾌락을 추구한다. 강박증은 우울을 동반한다. 우울증은 불행한 과거에 집착하지만, 강박증은 불길한 미래에 집착한다. 강박증 극복을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멈추자. 우선, 행동을 멈추자. 생각이 먼저고, 행동이 나중이다. 꾹 참고, 손 씻지 말고, 확인하지 말고, 정돈하지 말자. 큰 일이 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생각이 심해지지만 점차 줄어든다. 행동을 미루자. 안 멈춰질 땐 나중에 하는 것으로 하자. 순간만 모면해도 효과가 있다. 행동은 생각을 강화시키고, 습관이 굳어지면 고치기 어렵다. 행동이 끊어지면 절반은 성공이다. 반대 행동을 연습하자. 강박증은 완벽하고 예민하고 깔끔한 데서 온다. 꾹 참고, 일부러 이렇게 해보자. 더러운 화장실 쓰기, 발표할 때 실수하기, 어질러진 방 쓰기, 약속시간 늦게 가기, 욕먹는 짓 하기, 무조건 져 주기 등이다. 다음, 생각을 멈추자. 생각과 싸우면 생각이 더 심해진다. 잠과 싸우면 더 못 자는 것과 같다.

생각은 생각으로 설득 안 된다. ‘그만!’을 연거푸 외치자. 생각이 툭툭 끊어진다. 꼬리를 무는 생각은 일단 미루고, 하루에 한 번 시간을 정해 몰아서 하자. 생각을 전환하자. ‘그만!’을 외치고,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자. 노래를 부르거나 산책을 나가자. 화제를 바꾸거나 전화를 걸자. 생각을 흘려보내자. 남에게 일어난 것처럼 바라보자. 판단하지 말고, 반응하지 말자. 단지 강박회로의 문제라고 여기자. 낙천적이 되자.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마라.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다.”

둘째, 감정을 채우자. 감정이 메마르면 생각이 무성해진다. 웃고 울자. 아침마다 큰 소리로 웃자. 잊어버린 감정이 살아난다. 영화를 보며 엉엉 울자. 잃어버린 감정이 살아난다. 화를 내자. 화는 참아도, 자주 내도 생각이 많아진다. 화 낼 상황에선 꼭 화를 내자. 복잡하던 생각이 단순해진다. 요구하자. 화의 80%는 요구 안 하는 데서 온다. 해 주려니 하는 기대에서 온다. 당당히 요구하자. 요구부터 하고 나중에 고민하자. 긍정적이 되자.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지금 진짜 원하는 일을 하자

셋째, 현재에 머물자. 원하는 것을 하자. 소시 적 바라던 게 있었다. 지금(Now), 하나씩 하자. 용기가 필요하다. 진짜 원하는 일을 하자. 생각이 멈추고, 감정이 흐른다. 원하는 대로 살자. 어릴 적 꿈꾸던 게 있었다. 여기(Here), 하나씩 바꾸자. 결단이 필요하다. 진짜 원하는 삶을 살자. 감정이 싹트고, 생각이 멈춘다. 현재에 집중하자. 과거만 회상하고 살았다. 현재를 떠들자. 미래만 상상하고 살았다. 현재를 이야기하자. 열정적이 되자. “후회와 걱정을 떨치고, 오늘 한 그루 나무를 심자.”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356호 (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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