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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골프 장타대회 우승자의 비밀은] 긴 비거리는 어퍼블로와 상체 꼬임에서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부장
단단한 샤프트에 낮은 로프트의 드라이버 사용 … 티펙은 대개 높게 꽂아

▎2016 세계롱드라이브 챔피언십에서 423야드를 날리며 우승한 조 밀러.
2010년 리맥스세계장타대회에서 우승한 영국인 조 밀러(31)가 6년 만에 2016 세계롱드라이브챔피언십에서 423야드를 날리며 타이틀을 되찾았다. 밀러를 포함해 무시무시한 장타자 제이미 새들로스키가 말하는 비결은 어퍼블로와 상체 꼬임에 있었다.

조 밀러의 비결은 어퍼블로


▎새들로스키는 백스윙 때 큰 꼬임을 만들어낸다.
지난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오클라호마 트래커빌의 윈스타월드카지노&리조트에서 세계 장타대회가 열렸다. 조 밀러는 4강전에서 437야드를 치면서 준결승에 진출했다. 캘러웨이 XR16 LDA 드라이버(샤프트는 후지쿠라, 강도 3x)에 길이 50인치 드라이버를 2개 들고 나온 밀러는 총 8번을 칠 수 있는 준결승전 다섯 번째 샷에서 이 대회 최장타 기록인 439야드를 날리면서 ‘감이 좋은 날’임을 느꼈다.

결승전에서 맞붙은 라이언 스텐버그는 412야드를 날렸다. 무덤덤한 듯 바라보던 밀러는 티를 높이 꽂아 셋업한 후에 전광석화처럼 클럽을 휘둘렀다. 그리고는 날아가는 볼을 확인할 생각도 않고 야수처럼 그라운드를 어슬렁거렸다. 사냥을 마친 맹수가 먹이 앞에서 포효하는 것 같았다. 어둠을 뚫고 끝없이 날아가던 볼이 떨어지고 굴러 423야드 지점에서 멈췄다. 우승이었다. 대회 주최 측은 지난해까지 주던 트로피가 아니라 올해 새로 만든 챔피언 벨트를 수여하고 밀러에게 12만5000달러의 상금을 안겼다.

밀러의 장비부터 살펴보자. 대부분의 장타자들이 그러하듯 그는 로프트 5도를 사용했고, 우승을 확정지은 샷을 할 때 사용한 클럽은 로프트 4도였다. 호젤을 조정해 1도를 낮췄으니 실제 밀러의 우승을 이끈 드라이버 로프트는 놀랍게도 3도였다. 일반적으로 PGA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버 로프트는 9~10도를 오간다. 남자 아마추어 골퍼는 로프트 10.5~11.5도, 여성은 요즘 14도까지도 사용한다. 그래야 볼이 공중에 뜨기 때문이다. 밀러의 로프트 3도짜리 클럽이 볼을 띄우기나 할까 싶다.

장타 대회에 나오는 체격 좋은 근육질 선수들은 PGA투어 선수들보다 더 길고 단단한 샤프트를 끼우고 더 낮은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그리고 하나같이 티펙을 더 높게 꽂는다. 장타대회에서는 PGA투어의 드라이버 한계치보다 2인치 긴 50인치 길이 샤프트까지 쓸 수 있고, 티 높이도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는 2004년부터 정규 투어에서 티펙의 길이가 4인치(10.16cm)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지만 장타대회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R&A에선 정규 투어 티펙 길이 4인치 이하로 규정


때문에 장타대회에 나오는 선수는 긴 클럽을 들고 나와 티를 높게 꽂는 데서 시작한다. 그래서 어퍼블로(upper blow)로 임팩트가 되면 볼이 파워의 손실 없이 날아간 후 지면에 떨어지고 나서도 더 많이 굴러가게 된다.

밀러는 자신의 홈페이지(joemillerldc.com)에 장타 비결을 5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첫째 티를 높이 꽂는다. 둘째 볼을 왼발 끝 선에 놓는다. 셋째, 왼쪽 어깨가 높고 오른쪽이 낮게 셋업하고 스윙 중에도 그 기울기를 유지한다. 넷째, 백스윙에서 상체를 최대한 꼬아라. 마지막으로, 가능한 한 빠르게 스윙하라는 것이다.

다섯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볼이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궤도 즉, 어퍼블로로 치라는 것이다. PGA투어 선수 중에서 장타대회 선수처럼 드라이버 샷을 하는 선수는 왼손잡이 버바 왓슨이다. 왓슨은 로프트 7.5도 드라이버를 들고서 티를 최대한 높게 꽂은 후 123.72mph로 빠르게 스윙한다. 임팩트가 이뤄지면 볼의 타출각 즉 런치앵글(launch angle)이 8.47도를 이뤄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것이다. 티펙의 높이 제한이 없다면 왓슨은 더 높은 티와 더 낮은 로프트 드라이버로 더 멀리 날릴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NBA에서 팬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슬램덩크 콘테스트’를 열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홈런더비’를 벌이는 것과 비슷한 개념의 골프 이벤트가 바로 세계 장타대회다. 197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1년의 역사를 쌓은 이 대회는 오랫동안 리맥스(Re/max)가 스폰서가 되면서 네바다의 라스베이거스 사막에서 주최했으나 올해부터 골프채널이 스폰서가 됐고 장소도 옮겨 오클라호마로 옮겨 밤에 중계했다.

올해는 흥행을 위해 인도에서도 지난 8월 말 이틀 간 예선전을 치러 선수를 파견하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9월 초에 드라곤 장타대회를 열어 챔피언을 뽑아 매년 출전 선수를 파견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권의 우승은 아직은 요원한 얘기다. 상체 근육형 서구인들의 무대다. 대회장은 길이 450야드, 폭 60야드의 하키 필드 같은 평평한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3단계의 예선을 치러 본게임을 치르는데 몇 년 전부터는 시니어부와 여자부까지도 만들어졌다.

1995년 이전까지는 절대 비거리로 챔피언을 가렸으나, 이후부터는 16강 토너먼트 매치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리고 있다. 장타자들의 비거리 역시 2000년을 분기점으로 갈린다. 90년대까지 340야드를 넘지 못하던 비거리는 이제는 통상 400야드를 넘는 정도까지 성장했다.

적어도 400야드는 넘겨야 우승 도전


▎조 밀러의 로프트 3도 드라이버.
초창기 76, 77년 첫 두 해는 이반 윌리암스가 319, 353야드를 날리면서 우승해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냈으나 인지도는 거의 없었다. 골퍼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계기는 타이거 우즈가 장타를 휘두르면서 화려하게 투어에 데뷔하고부터다. 캐나다의 약사 출신 제이슨 주백은 1996년부터 99년까지 4년 간 최장타자를 지켰고 2006년에 다시 우승하는 저력을 보이면서 ‘고질라’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였다. 이제 50대를 넘긴 주백은 지난해 시니어 부문에 출전해서 우승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올해는 리맥스에서 골프채널로 주최사가 바뀌면서 우승 상금이 다소 줄었으나 매년 이 대회만 출전하는 선수도 있다. 그들은 각종 골프 이벤트에 초청자로 다니면서 송판을 뚫거나 무릎을 꿇고 300야드를 날리는 장타쇼를 하면서 돈을 번다.

그들이 정식으로 골프 라운드를 하면 스코어는 시원찮다. 장타대회란 주로 평평한 레인지에서 여러 번 볼을 쳐서 그중 가장 멀리 나간 볼을 겨루기 때문에 그들의 샷 정확성은 별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만 제대로 걸리면 그걸 점수로 치기 때문에 오로지 장타 한 방을 노리는 게임이다. 또한 장타대회에 나오는 선수들은 어렸을 때 다른 종목의 스포츠를 하다가 골프로 들어온 선수가 많다. 타 종목에서 쌓은 파워를 골프 샷으로 응용해내는 것이다. 2012년 우승자 라이언 윈터는 마이너리그 야구선수 출신이다. 윈터는 신장 193cm 몸무게 114kg 거구로 장타 전용 드라이버인 로프트 4.5도 크랭크 모델을 들고 다닌다. 이 대회에서 469야드를 친 세계 최장타 기록도 가지고 있다.

2008, 2009년 리맥스장타대회 우승자인 캐나다의 왼손잡이 장타자 제이미 새들로스키(28)는 장타를 내는 스윙이 있음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주니어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를 했다지만 신장 177cm 체중 75kg에 깡마른 체형을 봐서는 장타 대회 2연패자로 보기 어렵다.

아담한 새들로스키의 장타 기록은 비공식이지만 475야드까지 기록된다. 14도 하이브리드로는 350야드, 피칭 웨지로는 180야드를 보내지만 퍼터로는 300야드까지 보낸다. 퍼터가 더 멀리 나가는 건 이유가 있다. 퍼터는 길이가 짧고 페이스도 작지만 로프트가 10도 미만이기 때문에 장타의 공식인 티를 높게 세우고 어퍼블로로 맞히면 아이언보다도 멀리 보낸다.

캘러웨이 X2핫 드라이버(로프트 4~5도, 길이 48인치)를 쓰는 새들로스키의 스윙을 3D 입체영상으로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되었다. 백스윙 톱에서 손이 12시를 가리킬 때 클럽헤드는 거의 5시를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백스윙을 마쳤을 때 허리는 49도를 도는데 비해 어깨는 최대 166도를 돈다. 여기서 117도의 ‘엑스팩터(X-factor)’가 발생한다.

‘엑스팩터’란 백스윙 톱에서 허리와 어깨의 회전 각도의 차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대체로 백스윙 톱에서 허리는 50도, 어깨는 최대 90도를 돌려서 40도의 꼬임, 즉 엑스팩터를 만들어내는 데 비해 새들로스키는 그 각도가 3배에 가깝다는 의미다. 이런 큰 꼬임이 마치 스프링처럼 빠른 스윙 스피드를 이끌어낸다. 새들로스키도 자신의 장타 비결을 ‘스윙을 빠르게 하려 노력하지 강하게 치려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의 헤드스피드는 148mph로 버바 왓슨보다도 20% 더 빠르고 일반 아마추어보다 두 배 정도 빠르다. 하지만, 새돌로스키는 지금은 아시안투어에서 선수로 있으며 GPS프로그램 업체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드라이버는 캘러웨 이XR 16 서브제로(길이 44.75인치, 로프트 8.5도)의 일반 모델을 가지고 다닌다. 물론 그 걸로도 350야드 정도는 거뜬하다고 한다.

1357호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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