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Life

[세계 골프계를 이끄는 파워맨들] 골프계 움직이는 힘은 골프장 수에서 나온다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부장
세계 최대 골프장 위탁 운영사 트룬골프의 다나 가마니 1위 … 선수 출신으론 잭 니클라우스 돋보여

▎세계 최대 골프장 위탁 운영사인 트룬골프의 다나 가마니 회장.
세계에서 골프장을 가장 많이 위탁 운영하는 회사인 트룬골프의 다나 가마니 회장이 세계 골프계 최고의 파워맨으로 선정됐다. 17개의 골프장과 리조트를 보유한 사업가이자 미국 대통령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유세를 다니느라 파워맨 순위가 뚝 떨어졌다. 매년 가을이면 세계 골프계의 파워 피플을 선정, 발표하는 계간지[골프Inc] 최신호에 소개된 내용을 소개한다.

세계 골프계를 움직이는 힘은 세계에 얼마나 많은 골프장을 가지고 운영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골퍼의 마음을 읽는 이가 업계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자리를 떠나 있던 골프장 체인사업의 선구자인 다나 가마니 트룬골프 회장이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골프 업계 파워 맨 랭킹 선두까지 탈환했다.

돌아온 가마니 회장은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운영하는 18홀 규모 코스 수를 종전 232개에서 1년 새 270개로 늘렸다. 퍼블릭 코스뿐만 아니라 프라이빗 클럽의 위탁 운영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회원제 골프장을 제3자가 운영해도 문제 없음을 입증해 보였다. 조만간 트룬골프는 개인 사모기업인 콜버그로부터 투자금 지원을 받아 운영 골프장 수를 30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위탁 운영 개척자 트룬골프 다나 가마니


▎지난해 랭킹 1위에서 2위로 밀린 에릭 아펠트 클럽코프 CEO(왼쪽). 팀 핀쳄 PGA투어 커미셔너는 투어를 엄청나게 키운 주역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골프장 위탁 운영사인 트룬골프의 무대는 지구촌 전역이다. 미국에서는 34개주에서, 세계로는 29개국에서 골프장을 운영한다. 트룬골프는 유럽·중동·아시아 등 신흥시장이나 골프장이 활성화가 덜 된 지역에 진출해서 투자하거나 토착세력과 연계해 고급 골프장을 만들면서 시장을 만들어나간다. 골프장이 잘 세팅돼 있는 지역에는 트룬골프가 운영하던 기존 체인과 이용 서비스나 혜택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워나갔다.

가마니는 26년 전인 1990년에 트룬골프를 창업했다. 초기에는 골프장의 서비스와 운영은 호텔보다 30~40년가량 뒤떨어져 있었다. 서비스라는 개념조차 무디고 지역사회에서 구멍가게처럼 운영되던 골프장을 위탁 운영하면서 체인으로 엮어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창출했다. 필요한 비품을 공동 구매하고, 시스템을 효율화하면서 골프장업의 토털 아웃소싱 사업을 성공시켰다. 호텔처럼 ‘트룬’ 브랜드가 붙은 골프장을 이용하면 그린피 할인 혜택을 주거나 멤버십인 트룬카드를 만드는 수완을 발휘해 해외 신흥시장에서는 ‘트룬골프=고급 골프장’이라는 브랜드 구축에도 성공했다. 유독 한국에서는 트룬 브랜드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으나, 세계적으로 트룬골프는 프레스티지 골프 운영사로 알려져 있다.

골프장 사업자가 톱10 절반 차지


▎선수 출신으로 설계사업 등에서 영향력이 큰 잭 니클라우스.
올해의 세계 파워인물 상위 30명 중에 미국인이 21명이며, 상위권은 골프장 위탁 운영 사업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골프장 체인의 CEO들이 톱10 중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 2년간 골프계의 최고 파워맨 자리를 지켰던 에릭 아펠트 클럽코프 CEO는 올해는 한 계단 밀려난 2위에 자리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골프장 체인인 클럽코프는 미국에 220여 개가 넘는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댈러스에서 골프장 운영 체인으로 시작한 클럽코프는 2년 전 세콰이어골프를 인수하면서 50곳의 코스를 추가했으나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 사업 규모 정비에 들어갔다. 1957년 설립된 클럽코프는 미국 25개주에 걸쳐 골프장뿐만 아니라 스포츠클럽, 비즈니스 모임, 대학동창회, 스타디움 클럽 등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다변화했다. 지역 커뮤니티와 다각적으로 연계하며 37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158개의 코스를 위탁 운영하는 미국의 4번째 규모 골프장 위탁 운영사인 빌리캐스퍼골프의 피터 힐 CEO가 골프계 4번째의 파워맨으로 선정됐다. 2004년 46개 코스 운영 대행업에서 시작한 빌리캐스퍼에서 힐은 창업 10년을 지내면서 2년 전부터 수백만 달러를 들여 ‘파워풀디지털&다이렉트마케팅플랫폼’을 마련해 고객과의 서비스망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의 밴든듄스 리조트와 위스콘신 쾰러의 휘슬링스트레이츠, 플로리다의 스트림송 등 최근 각광받는 고급 신설 코스들의 영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코스 개발업자 마이크 카이저(6위)와 그곳 운영사인 캠퍼스포츠의 스티브 스키너 회장이 5위에 오른 점도 주목된다. 카이저가 내놓는 코스는 매번 미국을 포함한 유수 언론에서 ‘꼭 가봐야 할 코스’로 선정되고, 미 PGA투어에서도 대회 개최 코스로 올린다. 연하장 재생용지업체를 운영하다가 골프장 개발자가 된 카이저는 현대 골퍼들이 원하는 골프의 모습을 파악한 후 미리 잘 만들어 제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지난해 랭킹에서 한 계단 오른 9위의 짐 힌크리 센추리골프파트너스 회장은 골프장 위탁 운영사인 아놀드파머골프운영사와 아메리칸골프를 모두 인수했다. 최근 아놀드 파머의 죽음을 계기로 그의 사업은 새로운 기로에 서게 됐다.

아시아의 골프 파워 선두는 최근 베트남에서 골프장 건설로 주목받는 FLC그룹의 부동산 계열사인 비스콤 회장 루 둑 광이다. 파워 랭킹 20위에 선정된 루 회장은 ‘향후 5년 간 베트남에 20개의 코스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코스 설계 시공 업체들이 베트남으로 몰려들고 있다. 비스콤은 아파트, 쇼핑센터, 리조트를 함께 건설 중인데 최근 10억 달러를 들인 골프리조트 단지 개발 계획이 베트남의 긴 해안가를 따라 진행 중이다.

아시아 시장의 신흥 강자들


▎고급 신설 코스의 영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코스 개발업자 마이크 카이저.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골프장 대형 위탁 운영 시장이 가장 먼저 형성됐다. 현재 PGM이 18홀 규모로 164개 코스를 거느리면서 세계 3위 규모로 올라섰다. 이번에 처음 파워피플 랭킹 24위에 오른 고타로 다나카 PGM 회장은 골프 업계에서 3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베테랑으로 그의 취임 이후 신규 운영 코스 수가 9곳 늘었다.

이와 달리 PGM과 경쟁관계인 일본의 골프장 위탁 운영사인 아코디아골프는 1년 새 급격히 사세가 기울었다. 지난해 일본인으로는 유일하게 파워랭킹 27위에 올랐던 류스케 카마타 CEO가 올해는 자취 없이 사라졌다. 현재는 이례적으로 여성 CEO인 유코 타시로가 선임됐다.

지난 7월 한국의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위탁 운영 93곳 포함, 136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아코디아골프를 인수하려다 한달 만에 접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1조 7000억원 규모로 아코디아골프 인수 자금을 일본 금융시장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모색했었다. 아코디아골프는 PGM과 함께 일본 골프장의 10%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골프장을 사들인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먼삭스가 2006년 아코디아를 설립했고, 투자은행인 론스타는 PGM을 설립하면서 두 업체가 경쟁 속에서 성장해왔다.

지난해 파워랭킹 17위에 올랐던 골프장 위탁 운영 업체 퍼시픽링크스인터내셔널(PLI)의 두샤 회장은 올해 30위로 내려앉았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두샤는 중국에 코스 12개를 보유하고, 미국에 11개 코스를 사들였으나 최근 몇 년새 미국 코스는 팔고 있다. 대신 회원들을 통해 연계 이용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회원 4000명에서 올해 2000명을 더 늘렸다. PLI는 연계 이용이 가능한 세계 골프장 수를 2018년까지 100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선전과 하이난에 골프장 24곳을 운영하는 미션힐스 그룹의 켄 추.
선전과 해남도에 골프장 24곳을 운영하는 미션힐스 그룹의 켄&테니얼 추 형제는 지난 2014년 10위였다가 올해는 21위로 내려앉았다. 미션힐스의 코스 설계 시공을 전담하던 슈미트컬리 디자인은 기존에 개장한 50개 코스 중에 15개가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시진핑 주석이 주도하는 중국 정부의 골프 억제 정책이 중국계 인물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한국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시뮬레이션골프 브랜드인 골프존의 모회사인 골프존유원홀딩스의 김영찬 회장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파워인물 27위에 랭크됐다. 김 회장은 골프존을 세계 43개국 5500개 매장에 2만5000여개 사이트로 규모를 키웠다. 한국에서만 하루에 13만 명이 골프존을 이용할 정도다. 그는 스크린 골프업종을 넘어 골프존마켓으로 용품 유통업에도 진출했으며 5개의 골프장을 보유하면서 11개 코스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골프Inc]는 30위 순위에는 없지만 영종도 스카이72골프리조트의 김영재 사장도 파이어니어로 소개했다. 고급 회원제 중심이던 한국 골프 시장에 중류층도 즐겁게 즐기는 펀(Fun) 골프문화를 시도하고 LPGA투어 등을 성공적으로 주최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에이스라는 골프 회원권 사업체에서 시작한 그는 최근 리조트 호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파워랭킹 8위인 마이크 맥커리는 2011년 골프채널 사장으로 부임한 후 PGA투어의 중계권을 2021년까지로 연장했다. 게다가 케이블 방송의 영역을 넘어 골프장 부킹 사이트인 골프나우(golfnow)를 창업해 골프장 부킹 시장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전까지 골프계에 존재감이 없다시피 했던 인물도 혜성처럼 등장했다. 미국의 다트게임과 IT와 드라이빙 레인지를 접목한 게임 시설인 탑골프(topgolf)를 히트시킨 에릭 앤더슨이 지난해 처음 21위로 진입하더니 올해는 15위로 올라섰다. 탑골프 이용자는 지난해만 미국·영국에서 8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도 108타석 규모에 5개의 레스토랑과 수영장을 겸한 탑골프를 개장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 공간이자 놀이공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용품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칩 브루어 캘러웨이골프 CEO가 27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용품 업체들이 매출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캘러웨이는 클럽과 볼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 9억 달러를 올렸다. 캘러웨이는 탑골프에도 투자해 지분의 20%를 소유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와 달리 경쟁 브랜드인 테일러메이드의 매출은 14억 2000만 달러에서 8억4500만 달러의 감소세를 보였다. 모 기업인 아디다스는 테일러메이드를 시장에 내놨다. 나이키 골프도 지난 8월 용품사업을 접고 의류와 골프화에만 전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파워랭킹 4위에서 올해 7위로 내려간 팀 핀쳄 PGA투어 커미셔너는 투어를 엄청나게 키운 주인공이다. 올해로 22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핀쳄은 94년 처음 부임했을 때 2억8500만 달러였던 투어 상금 규모를 한 해 11억 달러 이상으로 키우는 수완을 발휘했다. 한 해 120개의 대회가 열리는 총 5개의 투어를 총괄하는 막강한 실력자다.

주목할 골프 업계 다크호스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파워인물 27위에 오른 골프존유원홀딩스의 김영찬 회장.
지난해 부임한 키스 펠리 유러피언투어 커미셔너는 투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선수들에게 연습라운드에는 짧은 바지로 입어도 된다고 하고, 6홀 이벤트 대회도 오는 2018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투어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지난해 파워랭킹 16위에서 올해는 14위로 2계단 올랐다.

선수 출신으로는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사업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여전히 3위를 유지했으며,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그렉 노먼이 25위에 올랐다. 지난해 메이저 2승을 하면서 파워피플 18위에 올랐던 조던 스피스는 올해 29위로 내려갔다. 역시 지난해까지 이름을 올렸던 로리 매킬로이, 게리 플레이어도 올해는 영향력에서 30위 밖으로 밀려 내려갔다. 타이거 우즈는 2년 전에 파워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2년 전만 해도 골프 업계 파워 2위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해 11위로 급전직하했고, 올해는 17위로 영향력이 대폭 축소됐다. 미 대통령 선거 유세를 하면서 내뱉은 인종주의와 여성 차별 발언이 그의 골프사업에도 차질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선거에 떨어지든 당선되든 골프 업계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은 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1358호 (2016.11.0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