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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6세대 그랜저 ‘그랜저 IG’] 고급 준대형 세단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5년 만의 풀체인지 모델 … 단단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첨단 안전장치 탑재

▎현대차가 10월 27일 ‘그랜저 IG’ 내·외관 디자인을 공개했다. 5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한 6세대 신차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엔 상단이 두터운 6각형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했다. 가로로 이어진 뒷면 램프는 모두 붉게 점등된다. 실내엔 돌출형 내비게이션을 적용했다.
'샐러리맨의 로망’으로 불리는 국산 자동차를 꼽으라면 현대차 그랜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그랜저가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랜저는 국산 대형차 최초로 전륜구동을 채택했다. 에어백을 장착한 것도 그랜저가 처음이었다. 지금은 현대차 모델 전반에 적용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같은 첨단 기술도 그랜저가 시초였다. 제네시스에 ‘회장님차’ 자리를 물려주기 전까지 그 자리는 오랫동안 그랜저의 몫이었다.

그런 그랜저가 1986년 1세대 그랜저를 출시한 뒤 올해 서른 살을 맞았다. 그리고 역대 그랜저 신화를 계승할 신차 ‘그랜저 IG’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10월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신형 그랜저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2011년 이후 5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한 6세대 신차다. 정락 현대차 부사장은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모델 출시 후 현대차의 혁신을 이끌어온 국내 대표 모델”이라며 “이번 신차 출시를 통해 다시 한번 고급 준대형 세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 외관은 전작인 그랜저 HG보다 단단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언뜻 보면 제네시스 같고, 다시 보면 쏘나타 같기도 하다. 자동차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엔 상단이 두터운 6각형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했다. 그랜저 HG와 달리 그릴에 가로 줄을 배치했다. 이 그릴은 9월 출시한 i30에 처음 적용했다. 앞으로 현대차 브랜드의 ‘패밀리 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가운데 현대 엠블럼은 이전보다 크기를 2배가량 키웠다.

사냥 앞둔 맹수가 웅크린 모습 형상화


엔진 보닛엔 전작보다 풍성한 굴곡을 줬다. 디자인을 총괄한 메르세데스-벤츠 출신 구민철 현대디자인센터 팀장은 “길어진 보닛, 날렵해진 헤드램프가 어우러진 앞 모습은 사냥을 앞둔 맹수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며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최대한 낮게 배치해 안정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옆면을 가로지르는 직선은 ‘캐릭터 라인(그랜저 특유의 약간 튀어나온 뒷바퀴 위쪽 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닛산 ‘인피니티’와 닮은 인상이다. 특히 뒷면 램프가 전작 대비 가장 많이 바뀌었다. 가로로 연결된 램프가 모두 붉게 점등된다. 영문 그랜저 로고는 트렁크 하단, 번호판은 범퍼까지 각각 내려 달았다.

실내에선 BMW 7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 수입차에 적용한 돌출형 내비게이션이 눈에 띈다. 내비게이션 옆으로 아날로그 시계를 달았다. 송풍구는 내비게이션 양 옆에서 아래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체적으로 가로로 가로지르는 직선을 많이 활용했다. 역동성을 강조한 YF쏘나타에서 안전성을 강조한 LF쏘나타로의 변신을 생각하면 될 듯했다. 박상현 이사는 “가죽이나 소재 질을 전작보다 끌어올렸고 동급 최대 수준의 실내 공간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신차는 2.4 가솔린, 3.0 가솔린, 2.2 디젤 등 3개 엔진을 채택했다. 기아차 준대형 세단 K7과 같다. 2.4 모델은 6단 자동변속기, 2.2 및 3.0은 8단 자동변속기를 각각 얹었다. 역대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전륜구동차다. 현대차는 K7 대비 상품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박 이사는 “엔진은 같지만 성능을 개선해 연비와 가속성능은 K7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안전성도 대폭 개선했다. 박 이사는 “가열·급냉각을 통해 강판을 담금질하는 ‘핫 스탬핑’ 공법을 활용하고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높여 차체 강성을 34%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안전 사양으로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사각지대 충돌 위험을 감지해 안전하게 차로 변경을 돕는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ABSD)’, 운전자 주행 패턴을 분석해 휴식을 권유하는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을 탑재했다.

사전 계약은 11월 2일부터다. 내년 초로 잡았던 출시 일정을 11월 말로 당겨 잡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랜저 출시를 앞당긴 덕분에 연말 대기업 임원 인사에 따른 법인차 교체 수요 시기와 맞물렸다”며 “현대차가 내수 부진에서 탈출할지 여부는 사실상 신형 그랜저를 얼마나 파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내수 부진 탈출구 기대

가격은 3000만원대 중·후반에서 책정할 예정이다. 박 이사는 “가격을 많이 올리면 소비자 저항이 커진다”며 “좋은 재료를 추가한 만큼 가격 인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모델을 출시한 후 9월까지 185만대가 팔린 현대차의 간판 브랜드다. 하지만 최근 변신의 한계를 드러내며 인기가 하락세를 탔다. 올 9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전체 승용차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9월 5.7%에서 올 9월 3.3%로 하락했다. 올 초 출시한 기아차 K7에 준대형 세단 판매 선두 자리를 내줬다.

신형 그랜저 출시를 앞둔 준대형차 시장엔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GM 임팔라와 르노삼성 SM7 같은 경쟁차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신형 그랜저 대기 수요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이사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한 상황에서 사실상 현대차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그랜저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11월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358호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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