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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수출 부진 돌파구는] 서비스·콘텐트 수출이 살 길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제조업 수출 4위, 서비스 수출 12위... 교육·관광·금융·물류·소프트웨어·의료 등 키워야

▎서비스산업 수출 역시 중국이 주요 타깃이다. 특히 중국의 엔젤산업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의 한 케이크 가게에서 어린이들이 중추절을 앞두고 월병을 만들고 있다.
#1. 페루의 국립병원 카예타노에레디아병원은 10월부터 임산부를 대상으로 원격협진 사업을 시작했다. 원격의료 서비스의 시설과 장비는 지난 9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수입한 것이다. 이 병원은 도시 외곽 지역에 위치한 보건센터들과 원격 의료시스템을 통해 산전관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중국 루이진병원은 서울성모병원의 당뇨 관리용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당뇨환자를 진료한다. 필리핀 대학병원과 연세의료원은 섬 지역 환자가 국립원격진료센터의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2. 종합교육기업 정상제이엘에스는 베트남 정부 산하 출판사인 VEPH 그룹 계열사 ADC와 계약을 통해 자사의 영어 교육 콘텐트를 수출한다. ADC는 영·유아 교과서 전문출판사로, 지난해 약 2000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VEPH 그룹은 현재 50개 이상의 브랜드와 계열사를 보유한 베트남 주요 출판 유통사다. 정상제이엘에스는 자체 개발한 영어 스토리북인 ‘카라멜트리’ 세트 총 18종을 3년 간 최소 3000부 수출할 예정이다. 시장 진입이 안정되는 대로 다양한 영어 콘텐트 제품을 베트남 교육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내년 수출전선에도 먹구름


올해 1~9월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3631억 달러(약 416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8.5%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베트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출이 감소했고, 품목별에서는 주력 품목 대부분이 감소세를 지속했다. 자동차 업계 파업, 주력 스마트폰의 단종, 해운사 법정 관리에 따른 물류 차질 등의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다. 2017년에도 유가 회복, 기저 효과 등으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요인이 있긴 하지만 보호무역주의 심화, 중국의 수입수요 감소 등 대외적 악재가 이어져 당분간 수출이 부진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경제 체질을 바꿔야 수출을 살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품 위주 수출에서 벗어나 상품 수출과 연계한 서비스 수출, 현지 투자·창업진출 등을 고려한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비스·콘텐트산업의 수출 확대가 시급하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가장 큰 성장동력인 ‘제조업 수출’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라 교육·관광·금융·물류·소프트웨어·의료·콘텐트·유통 등 8대 서비스 산업의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출경쟁력은 상품 수출경쟁력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서비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연평균 16.0%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14.0%로 떨어졌다.

금융위기 후(2011~2015년)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의 규모는 연 1016억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2위에 그치고 있다. 미국(28.5%→30.3%)·일본(14.4%→15.9%) 등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수출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지는 지적재산권, 사업서비스 등 선진국과의 고부가가치 부문 교역에서 적자 구조가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열쇠는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된 산업을 개발해 수출하는 것이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의료기기만 수출하는 것이 아닌, 의료용품·병원매니지먼트·통신망·인력과 그 인력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까지 수출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0월부터 페루·필리핀·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형 원격의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의료기기, 제약 등 제품에 서비스 인력에 대한 매니지먼트 등이 더해질 예정이다.

최근엔 방송·게임·교육 등 콘텐트 수출도 눈에 띈다. 올해 초 중국에서 대박을 친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19개국에 판권을 팔았다.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마녀], 2015년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뷰티 인사이드]와 [더 폰]의 중국판 등이 대기 중이다.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애니메이션 [넛잡] 등 애니메이션 수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어 교육 콘텐트도 수출된다. 포스코대우는 10월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서울대·상하이 포린서비스컴퍼니(SFSC)와 함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온라인 강좌의 중국 시장 판매를 위한 삼자간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포스코대우는 서울대가 제작한TOPIK 온라인 교육 강좌와 교재를 중국에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10월 18일부터 이틀 간 잠실 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린 ‘2016 서비스산업 수출대전(KSCM)’도 우리 서비스산업의 수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서비스 업종 전체를 대상으로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 수출상담회에는 미국·중국·일본·프랑스 등 21개국 116개 바이어가 방한해 국내 기업 252개사와 열띤 상담을 벌였다. 특히 영화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커스가 창업한 미국의 루커스 필름은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제작, 음향, 라이선싱, 게임개발 업체에 관심을 가지고 방한해 3D컴퓨터, 캐릭터 라이선싱 등 수입과 관련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중국의 텐센트는 [라바] [뽀로로]처럼 완성도 높은 한국 애니메이션 수입을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이번 행사에선 13개 바이어와 889만 달러에 달하는 수출 계약과 MOU를 체결했다. 물류시스템(스페인), 치킨·피자 프랜차이즈(중국), 교육프로그램(말레이시아·몽골), 캐릭터디자인(일본), 의료서비스·애니메이션(미국) 등 다양한 분야로의 해외 진출 상담과 계약이 진행됐다. 행사 관계자는 “서비스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창출 효과 역시 지대하다”며 “기술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서비스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엔젤산업 7개 유망 분야 겨냥해야

서비스·콘텐트 수출 역시 중국 시장이 주 타깃이다. 성장세가 다소 꺾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최대 소비 시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류 덕에 한국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는 것도 새로운 기회다.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발표한 중국이 중간재 생산을 늘리면서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고 있어 ‘대체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불황을 모르는 중국의 엔젤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지난해 중국의 엔젤산업 규모는 약 2조 위안(약 340조원)을 돌파했다. 앞으로 3년 간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을 지속해 2018년에는 시장 규모가 3조 위안(약 5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분유, 기저귀, 아동복, 유모차, 아동용 카시트, 완구 등 6대 주력 품목 외에도 서비스산업이 주력인 7대 유망 분야를 공략하라는 분석이다. 중국 엔젤산업 7대 유망 분야는 산후조리 서비스, 아이동반 여행, 영유아 의약품, 아동 사진촬영, 어린이용 스마트 안전상품, 영유아용 화장품, e-러닝 등이 꼽힌다.

1358호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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