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딴 짓’을 허(許)하라 

 

김상범 주연테크 기술부문 사장

지난 연말 미국 테슬라 자동차는 모델X를 통해 흥미로운 이벤트를 선보였다. 콘솔의 ‘T’ 버튼을 5초간 누르고, 암호 ‘HOLIDAY’를 입력하면 자동차가 춤을 춘다. 춤이라고는 해도, 실제로는 곡을 연주하면서 각종 라이트를 켜고 끄고, 모델 X 특유의 문이 위로 열리는 팰콘 윙 도어를 펼치는 쇼를 보여주는 것이다(동영상은 http://BiT.LY/TSLASHOW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모델답게, 헤드라이트, 주행등, 깜박이를 비롯한 모든 라이트를 개별적으로 켜고 끄며 심지어 헤드램프 내의 발광다이오드(LED) 행렬조차도 하나하나 컨트롤 하는 모습의 데모를 보여주는데, 마치 ‘이 차로 이런 것조차 가능하다’고 자랑하는 듯 하다.

일견 아무짝에도 필요 없어 보이는 이런 이벤트를 왜 굳이 하는 것일까. 더구나,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에 있어서는 사소한 버그나 부작용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업계에서 이런 이벤트는 매우 조심스럽게 하고 있는데 말이다.

여기서 잠깐, 다른 소프트웨어업계의 경우를 살펴보자.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미국의 첨단 기업들은 매년 수많은 만우절 농담들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글 지도가 갑자기 패크맨이나 드래곤 퀘스트 게임 화면으로 바뀌고, 몬스터를 사냥한다든지, 키보드 입력을 없애고 피리로 글자를 입력한다든지, 판다 인형에게 아무거나 물어보면 다 대답해준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아마존도 열쇠고리의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세제나 화장지를 주문해준다는 농담을 선보이기도 하고, 삼성전자도 이에 뒤질세라 휴대폰이 내장된 스마트 칼을 공개하기도 했다. 꽤 재미있는 영상이다(이 영상은 https://news.samsung.com/global/galaxy-blade-edge-chefs-edition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농담들은 언뜻 우스꽝스럽고 쓸데없어 보인다. 업무시간에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무슨 짓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농담이 농담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해보자.

아마존의 버튼만 누르면 물건을 주문해주는 아이디어는 실제 제품으로 출시됐다. 아무거나 물어보면 대답해준다는 인형은 요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 제품군으로 선보였다. 구글 지도에서 포켓몬을 사냥한다는 아이디어에 주목했던 구글 부사장은 아예 따로 회사를 차려서 포켓몬고 게임을 개발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포켓몬고의 6개월 매출은 1조원에 달한다.

이 모두가 업무시간에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쓸데없는 ‘딴 짓’을 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러한 딴 짓, 혹은 딴 짓을 하는 사람들을 요즘에는 ‘잉여’라고 부른다. 예전 산업사회에서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들릴 수 있는 단어지만, 첨단 IT 업계에서는 잉여야말로 창조의 원동력으로 대접받는다. 모두가 한 목표를 바라보며 다 같이 발을 맞춰 뛰어가야만 했던 산업사회에서는 허락되지 않았던, 줄 밖으로 튀어나온 아이디어가 새로운 분야를 여는 세상이 온 것이다.

1368호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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