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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해외 진출 가이드 | 유럽] 한국제품 인지도 높여 온라인 시장부터 공략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현지기업 M&A 통한 진출도 한 방법... 주요국 ICT 투자 확대, 동유럽 인프라 개발도 호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CB는 오는 3월까지로 설정한 양적완화 시행 기간을 12월까지 늦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사진:중앙포토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2월, 애초 오는 3월까지로 설정한 양적완화 시행 기간을 12월까지 늦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열린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오는 3월까지는 지금처럼 월 800억 유로 규모를 유지하되 4월부터 12월까지는 이를 600억 유로로 조정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CB는 “물가 등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을 경우 양적완화 규모와 기한이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CB의 양적완화 조치와 유가 하락효과로 올해 유럽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그리스를 비롯해 유럽연합(EU) 회원국 모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동유럽 국가는 고성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로화 역시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EU 수출(8504억 유로) 규모가 수입(8335억 유로)을 웃돌아 지난해 169억 유로 흑자를 기록했다. 유로화 약세 기조로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될 전망이다. 반면 EU 내수경기가 원만한 회복세를 보여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에 따른 틈새시장을 공략할 유망품목 발굴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리미엄 소비재에 관심 높아


유럽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시장은 온라인 판매시장이다. 지난해 유럽 온라인 판매시장 매출액은 5010억 유로에 달했다. 전년 대비 12% 증가한 수치다. 현재까진 서유럽이 온라인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매출의 절반 가량이 서유럽에서 발생했다. 영국·독일·프랑스가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성장률만으로 따지면 남유럽 역시 17.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의 온라인 판매시장은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15세 이상 인구의 43%만이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고, 유럽 중소기업의 16%만이 상거래에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영 코트라 유럽지역본부 차장은 “올해는 EU 투자기금과 연계해 대대적인 범유럽 초고속 인터넷망이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활용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비재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유럽의 히트상품을 분석한 결과 ‘웰니스’ ‘친환경’ ‘아이디어제품’ ‘실용성’이 유럽 소비를 이끄는 4대 키워드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 한국산 화장품이나 마스크시트 등 프리미엄 소비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덴마크 최대 백화점 ‘마가신’은 자사 홍보지에 K뷰티 제품을 소개하는가 하면 화장품 체인 ‘미샤’는 독일에 2개 지점을 냈다. 전문가들은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분야별 인증과 다국어 라벨링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품목별 주요 전시회에 적극 참여해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유럽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의 절반 정도는 비(非)유럽 기업으로, 유럽은 물론 제3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된다는 설명이다. K패션 등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저가형 소비재는 온라인 유통망 입점을 노려볼 만하다. 국내 한 패션 기업은 영국 온라인 패션 유통망 ASOS에 납품을 성공하기도 했다. 이 회사 제품의 단가는 100달러 미만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의 이미지를 활용해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젊은층을 공략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2011년 7월 발효한 이후 FTA 수혜 품목의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약세에도 자동차 부품(2%)과 무선통신기기 부품(61%), 축전지(39%) 등이 전년 동기 대비 완만한 증가율을 보였다. EU의 경기회복세를 활용해 FTA 수혜가 기대되는 품목을 위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EU의 대 한국 수입 관세율이 100% 철폐됐다. 전기전자제품·소형차·섬유 등 마지막 고관세 품목에 대한 관세가 사라진 것이다. 올해 말 발효가 예상되는 EU·베트남 FTA 체결도 한국에는 기회다. 한국 기업의 기계·전자업종 분야가 베트남 공장을 기반으로 생산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U·베트남 FTA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출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EU FTA 수혜 품목 수출 증가세


서유럽과 남·동유럽의 지역 격차도 기회 요인이다. 유럽집행위원회와 유럽개발은행은 유럽전략투자기금을 중소·중견기업과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지원해 남·동유럽의 고용 창출과 경기부양에 힘쓰고 있다. 유럽 지역별 사전 할당은 없으나 긴축 정책에 따른 저성장 국면에 처한 남유럽권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EU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 등에 3150억 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부족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결속기금 중 81%는 동유럽에 집중 배정했는데, 현재까지 최대 수혜국은 폴란드(37%)와 루마니아(11%), 체코(9.9%), 헝가리(0.5) 등이다.

폴란드 초고속 인터넷망 프로젝트 수주에 참여한 한 국내 기업은 1억4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통신은 물론 신규 병원 설립과 환경 시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주혜 코트라 유럽지역본부 대리는 “동유럽 공공프로젝트 시장 형성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한국의 기술 우위 분야를 중심으로 발주처와 벤더 납품의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일·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는 신성장동력 분야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총 770억 유로의 연구개발(R&D) 기금을 지원한다. 핵심 육성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나노기술 등 첨단산업이다. 기술 기반의 벤처·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유럽 주요국도 차세대 집중 육성산업을 선정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다. 독일은 ICT와 제조업 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영국은 핀테크·사물인터넷·무인자동차를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프랑스는 전기자동차와 친환경 선박, 로봇산업 등 유망산업 육성정책에 1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유럽이 집중 투자하는 분야 가운데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뛰어난 것이 많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광통신망 기술을 보유한 정보통신 기술 기업엔 유럽 시장을 선점할 적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U, ICT·로봇·나노 개발에 770억 유로 투자


▎지난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 EU는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을 중심으로 인프라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EU 역내 교역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2011년 57.5%에서 지난해 68%로 증가했다. 분업 구조를 기반으로 한 역내 교역 비중이 커 소량 다품종 주문에 빠르게 대응하고, 배송과 사후서비스(AS)가 간편하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유럽에 진출할 경우 유럽 내 AS거점을 마련하거나 전문 세일즈랩 등을 활용해 현지화를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유럽 현지 취향에 맞는 디자인 개발과 홍보를 통해 고가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이탈리아에 진출한 국내 식품즙 추출기 제조사는 이탈리아 가전 전문 유통망과 프리미엄 식품유통망에 연간 2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인 스메그(SMEG)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납품에도 잇따라 성공했다. 이탈리아의 대한국 식품즙 추출기 수입은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 회사는 현지 세일즈랩을 통해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해 지면 광고를 통해 마케팅을 펼쳤다. 현지 물류창고를 운영해 배송과 AS 문제도 해결했다. 이 기업은 현재 이탈리아 프리미엄 가전제품 제조사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코트라 이탈리아무역관 담당자는 “글로벌 기업이 이탈리아 가전 시장을 잡고 있어 유통망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라며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파트너를 발굴해 디자인을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제품의 신속한 납품을 위한 물류창고 확보는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수출 의존형 진출 전략’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형 진출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럽 인바운드 M&A시장 규모는 9550억 달러(2015년 기준)로, 전 세계 M&A 시장의 29%를 차지한다. 전년 대비 3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미국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유럽(29%), 아시아(16%) 순이다. 서유럽은 현재 고도기술 투자를 위해 전방위적인 M&A 펀드를 조성 중이다. 중국은 이를 활용해 지난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유럽 M&A 투자국에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대유럽 M&A 건수는 164건으로 2014년 연간 건수(163건)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 독일 기업에 투자한 해외기업 투자액의 40%가 중국 자본이다.

중국은 유럽 내 고도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자동차·기계·에너지·생명공학·ICT 분야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중국은 경기 둔화 등으로 내수시장이 재편기를 맞자 기존 대량 저가생산 체제에서 고도기술 전문화 전략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를 단시간 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을 M&A 하는 것이다.

M&A를 통한 진출을 위해선 현지 로펌, 컨설팅 업체와 초기 단계부터 협업이 필요하다. 현지 M&A 제도와 부동산 등 자산매입, 세법, 노무관리 등에 전문적인 컨설팅이 뒤따라 야 한다. 코트라 측은 “현지 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식 경영방식을 고수해 M&A에 실패한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이 단시간 내에 M&A를 성공한 이유도 유럽기업을 인수한 후 경영진 등을 현지인으로 유지·고용한 데 있다. 반면 한국은 한국인 경영진으로 전면 배치하거나 한국식 기업 문화를 도입해 노조와의 갈등 등으로 투자를 철회한 경우가 발생했다.

유럽지역 무역관이 선정한 M&A 유망 분야는 다양하다. 영국은 자동차 부품이나 에너지, 인프라 건설, 문화 콘텐트 등이 유망하다. 독일은 자동차 부품과 기계금속 가공 같은 제조업 분야와 태양광·풍력발전 부품 등 친환경 분야 전망이 밝다. 이탈리아는 패션·제약, 네덜란드는 하이테크 산업과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눈여겨 볼만하다. 이수영 유럽지역본부 차장은 “유럽 현지에 거점을 보유한 중견기업의 경우 단순 납품에서 벗어나 기술협력이나 M&A 방식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유럽 수출 유망 품목은 | 항공기·자동차 부품 전망 밝아 ... 가격보다 품질 높이 사는 풍토

EU 항공기부품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3위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EU 내 한국산 제품 수입률이 50% 가까이 늘었다. 프랑스 에어버스 그룹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다른 한국 기업과 수입 계약을 맺는 등 항공기 부품 납품 협력이 활발하다. 최근에는 한국을 주요 거래국으로 꼽으며 2020년까지 연간 대외 구매 금액을 6억 달러로 상향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의 항공기 생산규모는 연간 656억 달러(2015년 기준)에 이르고 그중 80% 이상을 수출한다. 매년 생산 규모가 12% 이상 성장하고 있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현재 독일·프랑스·영국 등 380여 개 기업이 에어버스에 납품 중이고, 최근 신규 소싱업체를 물색하고 있어 국내 항공기부품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EU 자동차부품 시장 내 점유율 1위다. 프랑스에서 자동차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프랑스 기업은 가격보다는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우선시한다. 한국은 품질에서 강점을 보이며 지난해 프랑스 수출 규모가 42.9%나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부품 소매 규모는 2012년 75억 유로에서 2020년 80억 유로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프랑스 기업은 신뢰를 중시해 한번 납품 계약을 맺으면 쉽게 바꾸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제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시도가 필요하다.

축전지는 한국의 10대 수출품 가운데 성장 폭이 가장 큰 품목 중 하나다. 유럽 내 전기자동차 수요가 커지고 한국산에 대한 품질 신뢰도가 높아진 덕분이다. 스웨덴 정부가 2014년 국가 전력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독일 역시 지난해부터 전기자동차 구매 지원 제도를 시행하는 등 전기차 도입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재 가운데는 화장품이 유망 수출 품목이다. 특히 프랑스에서 수요가 증가해 최근 2년간 한국산 화장품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현재 프랑스 수입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점유율 13위를 보이고 있는데, 2014년 프랑스 최대 화장품 전문체인에 국산 제품이 진출해 인지도를 높였다. 영국에선 한국산 BB크림이 인기를 끌며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영국인은 미백보다는 주름 개선과 관련된 제품의 수요가 높다. 각국마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른 만큼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진출 전략을 세운다면 주요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1370호 (201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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