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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해외 진출 가이드 | 서남아] 아세안 통해 인도로 가는 우회전략을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인구 17억, 세계가 주목하는 신흥시장 … 열악한 사회 인프라 등 리스크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있는 한 보트 터미널의 모습. 방글라데시는 제7차 중기경제개발계획을 통해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줄여 2016~2020년 연평균 7.3%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서남아 국가들의 공격적인 경제 개발은 한국 기업들에도 호재다.
서남아시아는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신흥시장이다. 인도와 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 등 서남아 4개국의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16억8000명으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35세 이하의 젊은 세대다. 인도의 경우 2022년이면 중국을 누르고 세계 제일의 인구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키스탄은 최근 인구 증가율이 연 2.1%로 인도(1.3%)보다도 높았다. 이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그만큼 확실한 수요가 있으며, 또한 향후 존재할 것임을 의미한다. 여기에 4개국 정부는 강도 높은 경제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2015년 이들 국가는 평균 6%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다만 잠재력만큼이나 리스크도 극명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박영선 코트라 서남아지역본부 차장은 “서남아는 열악한 사회 인프라, 빈번한 국경 분쟁, 불안한 치안 등 리스크가 분명한 지역”이라며 “일본과 중국의 진출 확대로 최근 시장 경쟁이 격화됐다는 점도 한국엔 불안 요소”라고 말했다. 제조업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곳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서남아 진출을 계획한다면 먼저 이런 리스크를 철저히 분석해 사전 대비책을 마련한 뒤, 현지 시장 구조에 적합한 품목 위주로 보수적 접근을 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인도의 경우, 전문가들은 ‘국산화율(자국 기술로 생산하는 비율)’이 낮은 산업 분야 위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인도의 기술 수준이 아직까지 낮은 만큼, 기술 우위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에 보다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어서다. 인도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자부품 분야에선 전체의 70%가량을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의 샤오미’라 불리는 휴대폰 제조업체 ‘마이크로맥스’ 등 인도 기업들은 품질·가격 경쟁력을 겸비한 부품의 수입 조달을 꾸준히 모색 중이다. 경제 개발에 사활을 건 인도 정부가 기술력이 확보되지 못한 품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인도는 인근 3개국 외에도 아세안(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활발히 교류 중이다. 동남아시아에 생산 거점을 확보한 한국 기업은 인도와 아세안 사이에 구축된 FTA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인도 시장 진출을 꾀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철강·화학 등 품목에서 중국산이 자국 내에 범람하고 있다고 판단해 수차례 수입 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산에 대해서도 총 31건의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 때문에 아세안 지역의 기존 생산 거점을 활용해 대(對) 인도 수출에 나서는 ‘우회 전략’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동시 확대, 중소기업은 점진 확대


방글라데시·스리랑카의 경우 국가적인 개발 프로젝트와 정부 조달 시장에 중점을 두고 진출할 만하다. 두 나라는 건설·전력 등의 분야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공적 원조 자금 등을 활용해 현지 정부의 개발 정책에 걸맞은 프로젝트를 기획한다면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 조달 시장에서 유망한 분야는 의료다. 현지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에 대해서도 잘 인식하고 있어 현지 유력 벤더를 활용해 진출하는 것을 시도할 만하다.

유휴 설비와 중고 제품의 수출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선택지다. ‘낮은 소득수준’과 ‘높은 경제 개발 욕구’가 공존하는 이들 나라는 급격하게 팽창 중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하기에 문제가 없는 유휴 설비와 중고 제품을 오히려 선호하고 있다. 이밖에 파키스탄은 석유와 가스의 매장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한데다 석유화학 산업이 발달했다. 국내 에너지 또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진출을 모색해봄 직하다.

한편 기업 규모에 따라 진출 전략을 다르게 세울 필요도 있다. 박민준 코트라 아대양주팀 차장은 “대기업은 권역별 거점 도시에 우선 진출해 이를 기반으로 다른 권역 진출 확대를 노리는 ‘동시 확대 전략’을 펼치는 게 효과적”이라며 “중소기업은 이보다 점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남아는 아직 열악한 산업 생태계와 이로 인한 리스크가 동반된 지역인 만큼, 풍부한 자금 여력과 사업 노하우를 갖춘 대기업은 거점 도시에 조기 안착할 가능성이 크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일수록 조기 안착할 수 있는 최우선 진출 권역을 신중하게 선정한 다음, 해당 권역 내에서 사업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얘기다. 각국 경제특구의 입주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박스기사] 서남아 수출 유망 품목은 - 인도는 LED·제지·정수기 ... 파키스탄 장난감, 스리랑카 자동차

올해 서남아 수출 유망 품목으로는 발광다이오드(LED), 종이와 판지(제지), 정수기, 건축용 주형(이상 인도), 아동용 장난감(파키스탄), 자동차, 편직물, 합성직물(이상 스리랑카) 등이 꼽힌다. LED의 경우 인도 정부가 전력 효율화 차원에서 전국의 가로등 램프를 LED로 교체하는 계획을 2015년 8월 발표한 이후 수요가 대폭 늘었다. 제지 수요도 정부가 식자율(글을 읽을 수 있는 국민의 비율) 증대 정책을 펼치면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2020년 2000만t에 이를 전망이다.

정수기는 인도 내 급속한 산업화의 영향으로 2013년 이후 수요가 연 25%씩 늘고 있다. 건축용 주형은 인도 정부의 스마트시티 건설 계획(2020년까지 100개 건설)으로 수요가 확대됐다.

파키스탄에서는 아동용 장난감에 주목할 만하다. 4세 이하 파키스탄 인구만 약 2300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파키스탄 경제가 성장할수록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열 개연성이 커진다. 실제 2014년 7월~2015년 6월 파키스탄의 아동용 장난감 수입 규모는 4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420만 달러) 대비 86%나 증가했다. 스리랑카에서 자동차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수입세 시스템이 바뀌면서, 현지에서 9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인 일본 자동차의 가격이 대폭 올라서다. 한국 자동차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어필한다면 일본 차의 점유율을 빠르게 가져오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직물과 합성직물도 유망한 품목이다. 2007년 박탈됐던 일반특혜 관세제도(GSP)의 공여가 2015년 하반기 재개되면서 스리랑카에서 유럽연합(EU)이나 미국으로의 직물·의류제품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현지 수입 관세율 등의 자세한 수출 정보는 코트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370호 (201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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