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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3) 저축금 불리기] 오, 놀라워라! 지출통제의 힘 

 

서명수 경제 칼럼니스트 seo.myongsoo@joongang.co.kr
소비 절약해 저축금 늘리면 두자릿수 수익률 가능 … 절세·부업도 효과적

단기 노후 준비의 첫걸음은 노후에 예상되는 생활비에서 예상 수입을 뺀 부족 자금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부족 자금이 예상보다 커 대부분의 사람이 실망한다. 그렇다고 포기 수 없는 일. 지금부터 퇴직 때까지 5~6년이 남아 있다고 해도 부족 자금을 메우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자산을 불리려면 수익률을 높이든지, 아니면 저축 규모를 늘리든지 둘 중 하나다. 자산의 수익률을 높인다는 것은 시장에서 주식이나 펀드를 사고 파는 금융투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시장을 이기려면 운이 따라 주어야 한다. 운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하늘의 뜻이다. 그런데 운이라는 것이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세상이 갈수록 정치·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저축 규모를 늘리는 건 인간의 힘으로 가능한 영역이다. 우리에게 남은 5년이란 시간 동안 시장을 맘대로 할 수 없지만 얼마나 저축할지에 대해선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저축 규모 늘리기는 소득 확대가 가장 확실한 답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승진을 하거나 몸값을 올려 이직하면 모를까, 얼마 안 있어 정년이 되는 상황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소득창출 효과를 가진 간접 수단들을 동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것이 지출통제·절세·부업이다.

지출통제 | 과유불급 정신으로: 지출통제란 불요불급한 소비를 억제하거나 돈이 새나가는 구멍을 틀어막는 것을 말한다. 지출통제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어렵지 않게 입증할 수 있다. 월급 400만원을 받는 사람이 이중 50%인 200만원을 연 6%짜리 금융상품에 저축하고 나머지를 지출한다고 가정할 때 지출을 10% 줄여 투자를 늘리면 월 저축금은 20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늘어나고, 1년 후 2712만원이 만들어진다. 연수익률로 환산하면 13%다. 저금리 시대엔 10%의 수익을 올렸다면 대박이란 소리를 듣는다. 이럴 때 지출을 줄여 저축금을 늘리면 그렇게 애를 쓰지 않고도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돈을 절약하다 보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또 그 상태가 지속되면 지출통제로 인한 피로감이 쌓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지나치면 아니하는 것만 못하다. 이를 테면 커피 같은 기호품을 절약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절약이 지나치면 삶을 삭막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노후준비는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닌가. 지출통제를 할 때는 심리적 부담감이 적은 것부터 순차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좋다.

첫째, 새는 돈이 없어야 한다. 아무 계획 없이 돈을 쓰다 보면 수입과 지출에 간극이 생기는데, 이것이 새는 돈이다. 대부분 하나의 통장에서 모든 지출을 해결하거나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때 새는 돈이 많아진다. 통장 정리와 체크카드 사용을 통해 효과적인 현금흐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둘째, 구조적 모순을 없애는 것이다. 내지 않아도 될 비용을 비합리적인 행동 때문에 지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고 적금에 많은 금액을 불입하는 것이다. 또 보장성 보험에 잘못 가입해 보험료를 과다 지출하는 경우도 있다. 보장성 보험은 저축이 아닌 비용이다. 막연히 보장 금액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사는 집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도 좋은 방법이다. 집은 가족과 함께 보낸 행복한 추억이 가득 찬 곳이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크다면 규모를 줄여 이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산세가 싸거나 아이들의 교육을 마쳤다면 학군과 상관없는 곳으로 이사할 수 있다. 집 규모를 줄여 생기는 여윳돈은 저축금을 늘리는데 투입할 수 있다.

셋째, 절약하는 것이다. 절약은 외식비나 여행비 등 변동지출 항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줄이다 보면 자칫 삶의 질이 훼손된다. 변동지출을 줄일지 안 줄일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위의 두 가지 지출통제를 잘 지켜도 지출 규모를 20% 이상 줄일 수 있다. .


▎일러스트:중앙포토
절세 | 실질 수익 올리는 묘책: 절세도 사람의 노력으로 실질 수익을 올리는 묘책이다.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는 절세 여지를 자꾸 애고 있지만 은퇴 관련 상품만큼은 ‘절세 천국’으로 남겨두고 있다. 저금리 시대엔 절세만 잘해도 웬만한 투자상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들 상품에 연간 한도를 꽉 채워 불입하는 것이 노후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하는 지름길이다. 예비 은퇴자가 가입할 만한 절세상품으로는 연금저축계좌·개인형퇴직연금(IRP)·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이 있다. 이들 상품은 최소 만기가 5년(IRP는 가입 즉시) 으로 노후준비를 못한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연금저축계좌는 직업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연 1800만 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만능 절세통장이다. 연간 4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연금 개시 이후엔 일반 소득세보다 훨씬 낮은 5.5~3.3%의 저율로 과세된다. 또 운용 중에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과세가 연금 수령 이후로 미뤄지고 세율도 대폭 낮아진다.

IRP는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퇴직을 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과 개인이 추가 불입한 돈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토록 하는 절세상품이다. 연간 불입한도는 1200만원이다. 단 연금저축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면 둘을 합쳐 연간 불입액이 18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연금저축계좌 불입금을 합쳐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게다가 연금저축계좌는 가입 5년 이상 돼야 연급 수급 자격을 주지만 IRP는 그런 제한이 없다. 연금저축계좌와 합쳐 연간 1800만원을 불입하고 연말정산 때 7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경우 세금환급액은 92만4000원에 이른다. 가만히 돈만 넣어두고만 있어도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부업 | 인터넷 글쓰기 등으로 소득 창출: 소득 흐름 자체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월세 수입을 얻는 것은 수 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하고, 전문직이 아니면 과외 수입을 얻기 어렵다. 지금은 이런 전통적 부업은 한물 간 인터넷 시대다. 인터넷 세상에선 과거처럼 심신을 혹사하지 않고 일과 후 간단히 손품·발품만 팔면 얼마든지 짭짤한 부수입이 생긴다. 특히 노후로 넘어가기 전의 과도기에 심리적인 준비를 도와줄 뿐 아니라 노후대비에 대한 적당한 정신적 자극과 현역에서 물러난 뒤의 돈벌이 기회를 제공한다.

인터넷 글쓰기는 요즘 신종 부업의 대세다. 홈페이지, 블로그, SNS 상에 홍보·광고 글을 올려 부수입을 올리는 일이다. 글을 작성해 사이트에 올리면 그 글을 본 사람이 있을 때마다 수수료 수입이 떨어지고 이미 작성한 글을 통해서도 수익이 꾸준히 나오는 구조다. 잘만하면 월 100만 원 이상은 벌 수 있다. 파워 블로거가 돼 광고주가 생기면서 글 값이 치솟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중엔 나와 연결된 회원이 결제를 하면 결제금액의 일부가 자동으로 수익이 되는 곳도 있다.

미스터리 쇼퍼는 일반 고객으로 가장해 매장을 방문, 점원의 친절도·판매기술·사업장의 분위기 등을 평가한 다음 개선점을 제안하는 새 직업 중 하나다. 이 역시 일과 후 부업을 원하는 50대 이상에게 어울린다. 일당은 5만~7만원 정도다.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1377호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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