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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시장에서 고전하는 ‘위드미’] 공격적 점포 확장에도 후발주자 한계 못 벗어나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3년 누적 손실 750억원 … 이마트 200억원 출자해 긴급 수혈

불경기에 국내에서 잘 되는 사업을 꼽기가 쉽지 않지만, 예외는 있다. 그중 하나가 편의점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3만4000여 곳으로 늘었다. 이미 인구 대비 편의점 수로는 ‘편의점 왕국’이라는 일본을 넘어섰다. 2015년 한국의 편의점은 인구 1777명당 1곳으로 일본(2374명당 1곳)보다 앞섰다. ‘신(新) 편의점 왕국’이란 말이 나온다. 편의점의 이 같은 인기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빠르고 간편하게 소비하려는 현상이 심화된 것과 관련이 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 1인 가구 수는 5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에 이르렀다. 2000년만 해도 이 비율은 15.5%에 불과했다. 올해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예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인 가구 증가로 혼밥(혼자 밥 먹는 것), 혼술(혼자 술 마시는 것) 열풍이 불만큼 새로운 소비 패턴이 급부상했다”며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들도 매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의 호황은 관련 업계의 실적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업계 1위 GS리테일의 GS25는 지난해 국내 편의점 중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돌파했다(5조6027억원). 전년 대비 20.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2132억원으로 13.1% 늘었다. 2위인 BGF리테일의 CU(편의점 수는 GS25보다 많다)도 매출이 16.1%, 영업이익이 12.7% 증가했고, 3위인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도 각각 11.6%, 8.4% 늘었다. 이들 세 편의점의 지난해 매출은 총 약 14조원으로 백화점 ‘빅3(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매출 합계(약 12조 원)보다 많았다.

정용진 부회장 “3년 안에 점포 5000개 목표”


유통 강자 신세계그룹이 국내 편의점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것도 이런 흐름을 포착해서였다. 이마트는 2013년 12월 편의점 업체 ‘위드미에프에스’ 지분 100%를 사들인 후, 2014년 7월부터 위드미 편의점을 새롭게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인 편의점 사업에 나섰다. 위드미는 이마트의 지원사격 속에 2014년 501곳이었던 점포 수를 지난해 1765곳으로 늘리면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3년 안에 위드미 점포를 50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힐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위드미 곳곳에선 정 부회장의 손길이 느껴진다. 위드미는 출범 당시부터 ‘365일 및 24시간 영업이 없는 편의점’ ‘가맹점주의 중도해지 위약금이 없는 편의점’으로 화제를 모았다. 가맹점주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면서 유통업계 청정지역으로 만들고, 소비자도 끌어 모은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생각이었다. 올 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 국내 첫 클래식 콘셉트로 편의점을 열어 클래식 마니아의 시선을 사로잡는가 하면, GS25를 제치고 공항철도 내 편의점 단독 입점 계약을 따내 역사 11곳에 12개 점포를 열면서 교통 허브를 장악하는 등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위드미는 500원짜리 초저가 원두커피(종이 필터를 이용해 추출하는 드립 커피)를 출시하면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성인 남성들의 놀이터 ‘일렉트로마트’, 신개념 몰(mall) ‘스타필드 하남’을 차례로 히트시킨 정 부회장다운 재기(才氣) 넘치는 행보라는 평이 나왔다.

문제는 실적이다. 위드미는 지난해 매출이 37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80.1% 급증하는 등 외형상의 실적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실이 매년 안 좋아지고 있다. 2014년 140억원이었던 위드미의 영업손실은 2015년 262억원, 지난해 350억원으로 개선의 기미 없이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누적 영업손실만 752억원이다. 영업손실 증가는 자본잠식과 부채비율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드미의 부채비율은 2015년 439.6%에서 지난해 말 1만74.7%로 폭등했다. 부채도 많다. 2014년 219억 원이었던 부채총계가 지난해 말 849억원으로 증가했다. 가맹점 확장, 마케팅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내실 약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4위인 미니스톱을 점포 숫자로 앞지르기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고전 중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은 일정 숫자 이상의 가맹점 확보가 안정적인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라며 “5000개 이상은 (가맹점이) 확보돼야 안정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정 부회장이 5000곳 목표 달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으로 해석했다. 최소 3000곳 이상은 점포가 확보돼야 위드미의 손익분기점(BEP) 도달이 가능해지고, 이후 5000곳 이상은 돼야 수익이 안정적으로 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단 이마트 측은 3월 10일 위드미에 200억원 규모의 출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하면서 긴급 수혈에 나선 상태다. 이 자금은 4월 6일 납입이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추가 증자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마트 측은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얼마나 빠르게 이룰 수 있느냐가 과제”라며 “아직 과감한 투자로 맞서야 할 때다. 올 상반기 중 다양한 콘셉트의 점포를 더 열면서 차별화 전략으로 계속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 못 이뤄

이는 이마트가 위드미의 몸집을 계속 키우면서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편의점의 과잉공급 우려를 점포 차별화로 극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미 레드오션이 된 편의점 시장에서 후발주자는 더 고전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보다 인구 대비 편의점 수가 많은데 이는 점포 하나당 낼 수 있는 매출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과잉공급 가능성에 대해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편의점 면적이 한국보다 훨씬 넓어, 인구 대비 편의점 수가 더 많은 걸로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다”며 “향후 4~5년은 편의점 수 증가가 계속돼도 과잉공급이라 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위드미로서는 4~5년 내로 승부를 가려야 하며, 이를 위해 내실 악화를 무릅쓰고서라도 당분간 투자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편의점 도전’이 어떤 모습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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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8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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