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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제로 에너지 타운] 10년 내 자체 에너지 생산하는 건물 일반화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2020년 공공 건축물 의무화, 2025년 보급화 추진... 제로 에너지 인증 제도 조속히 마련해야

▎화석 연료를 쓰지 않는 에너지 자립형 미래 도시를 보여주기 위해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세워진 ‘제로 에너지 타운’.
제로 에너지 타운(Zero Energy Town) 혹은 제로 에너지 건축물(Zero Energy Building)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고 보존해 전기 등 에너지를 외부에서 유입하지 않는 개념을 뜻한다. 제로 에너지가 부각된 계기는 기후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고, 부문별·연차별 목표에 따라 이행 방안을 수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부분별 감축 방안을 마련했다. 그 중 건축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축 건축물의 에너지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건축물은 한번 지어지면 최소 30년 이상 유지되기 때문에 초기 에너지 성능을 높여야 그 효과가 누적돼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제로 에너지 건축물은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는 획기적이지만, 투자비가 높고 회수 기간이 길어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정부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제로 에너지 건축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어 2020년부터 공공 건축물을 제로 에너지 빌딩으로 짓는 것을 의무화하고, 2025년에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 보급화를 목표로 세웠다.

패시브 하우스의 다음 단계가 제로에너지


제로 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로드맵은 2009년 11월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수립됐다. 이에 따라 냉난방 에너지를 50% 절감하는 에너지 저소비형 주택을 2012년 내놓았고, 냉난방 에너지를 90% 줄일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패시브 하우스의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대체로 제로 에너지 성능 수준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준비 순서라 할 수 있는 ‘ZEB(Zero Energy Building) Ready’로 패시브 하우스에서 다음 단계로 가기 전 시장의 여건이나 기술력 보완을 고려한 시범 기간이라 할 수 있다. nZEB(nearly Zero Energy Building) 단계는 이미 친환경 에너지 선진 국가에서 실현된 상황이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의 에너지 용도를 정해 일부 한정된 에너지에 대해서만 제로 에너지를 구현한다. 각 국가의 기술 수준과 경제적 타당성에 따라 정부의 지원 수준이 달라진다.

다음 단계인 ‘NZEB(Net Zero Energy Building)’에서는 화석 연료를 사용할 수는 있으나 연간 기준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 결국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통해 연간 에너지 수치를 ‘0’으로 유지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플러스 에너지 빌딩(Plus Energy Building)’은 건축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원에서 얻어내 전기 자동차용 에너지까지 공급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보통 이 단계에서는 난방·냉방·급탕·조명·환기 이외의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를 만족시키는 건축물을 말한다.

이와 같은 네 가지 단계에 앞서 제로 에너지를 어떻게 인증할 건지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올 2월 국토교통부에 ‘제로 에너지 건축물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및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본지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관련 에너지 기준 개선과 인증 제도 신설을 위해 현재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평가 수준과 평가 체계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국내 상위 5% 수준인 에너지효율 등급 ‘1++’ 수준을 제로 에너지 건축물의 최소 인증 등급으로 했다. 연간 기준으로 제로 에너지 건축물 등급을 달성할 수 있게 화석 연료 에너지 사용 대비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을 나타내는 에너지 자립률을 기준으로 정했다. 또 난방·냉방·급탕·조명·환기·콘센트에 계량이 가능한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BEMS)이나 원격 검침 전자식 계량기를 설치하도록 제안했다.

이승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로 에너지 건축물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시장의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로 에너지 건축물 관련 가이드라인과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들어서는 여의도 면적 ‘제로 에너지 타운’

제로 에너지와 관련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청이다. 지난해 12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합강리 5-1 생활권은 국토교통부의 ‘제로에너지 빌딩 시범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국토부는 제로 에너지 빌딩을 조기에 활성화하고, 민간 부문에서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저층형·고층형·단지형 등 사업 모델별로 시범 사업을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곳이 시범 사업에 최종 선정됨에 따라 향후 신재생 에너지 설치 보조금 우선 지원과 용적률 15% 완화 등 혜택을 받게 된다.

합강리 5-1 생활권은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규모(274만㎡)로 친환경과 정보통신기술(ICT)기반의 신기술과 신공법이 융합된 ‘제로 에너지 타운’으로 지어진다. 이곳에서는 1만 1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 이를 위해 태양광 도로(Solar Road), 태양광 나무(Solar Tree), 타워형 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융복합 시설이 들어선다. 모든 건축물은 에너지 효율 1등급으로 온실 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녹색 건축물로 지어진다. 이에 따라 패시브 기술(첨단 단열 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과 액티브 기술(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각종 기술 도입)이 사용될 예정이다. 건물마다 옥상 정원을 만들고 벽면에도 녹화 시설을 해야 한다. 수소차 등 탄소 저감형 교통 수단이 들어오고, 에너지 관련 각종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등 스마트 플랫폼이 구축된다.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합강리 5-1 생활권에 세워지는 제로 에너지 타운은 한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 시티”라며 “제4차 산업 혁명과 파리 신기후 체제 등 역사적 변화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선도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378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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