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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은 김병원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 “농가소득 연 5000만원 시대 열 수 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수급 안정과 소비 촉진으로 쌀 소비 감소에 대처 … 조류독감(AI)·구제역 예방에도 적극 나서

▎김병원 농협 회장은 “2015년 41%였던 수확기 벼 매입 비중을 지난해 43%로 끌어올렸다”며 “2020년엔 47%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병원(63)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농업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1974년 광주농업고를 졸업하고 78년 농협에 입사, 이후 만학(晩學)으로 94년 광주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전남대 대학원에서 경영학·농업개발학 석사와 농업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땄다. 전남 남평농협 조합장으로 일하던 2003년 국내 농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2007년 ‘농업인의 날’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평소 “행복한 농촌을 만드는 데 모든 힘을 다 쏟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그의 농협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본지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그는 지난해 3월 14일 23대 농협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농가 소득 연 5000만원 시대를 반드시 열 것이며,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쌀 소비량 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수급 안정과 소비 촉진, 두 가지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취임하면서 4년 임기를 8년처럼 채우겠다고 했다. 취임 1년 소회는.

“숨 가쁘게 지나갔다. 1년간 농촌 현장 등을 200여회 다녀왔다. 거리로 계산해보니 10만km이더라. 좀 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농협의 모든 시스템을 농업인 중심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그간 농협이 정작 농업인의 외면과 비판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존재 목적을 잊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협동조합 특유의 정신을 되살리자고 생각했다. ‘농협이념중앙교육원’을 열어 임직원 이념 교육 강화에 힘쓰고 ‘도농협동연수원’을 통해 도시민들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알리는 데 전념한 것도 그래서다. 농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 또한 대폭 늘렸다. 비료 가격 17% 인하, 영농자금금리 평균 0.64% 인하로 농가 부담을 줄이려 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고, 앞으로 할 일도 많다.”

농가소득 연 50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반드시 열 것이며, 열 수 있다. 2015년 국내 농가의 평균 소득은 연 3722만원으로 도시 근로자의 연 평균 소득(5780만원)의 64%에 불과했다. 불안정한 소득 문제가 농업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농가 소득을 높이려면 농업 생산비를 낮추되 부가가치는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 생산성 향상 ▶농가 수취 가격 향상 ▶농업 경영비 절감 ▶농식품 부가가치 제고 ▶농외 소득원 발굴 ▶농가 소득 간접지원이라는 6대 핵심 역량별 75개의 과제를 발굴, 추진 중이다. 정부와 한층 긴밀히 협력해 농가 소득 연 5000만원 시대를 열도록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농협 운영이 중요하겠다. 중점을 둔 부분은.

“도농간 불균형 해소와 농촌 지역 삶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앞서 말한 75개의 농가 소득 증대 과제 추진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쌀값 문제와 가축질병 방역 문제의 해결에도 힘써야 한다. 농업인의 실익과 직결된 문제다. 다른 하나는 농·축협의 균형 발전이다. 농협 발전을 위해서도 현 시점에서 필수라는 판단이다. 올해 전담 부서를 확대 개편했고, 연말까지 전국의 200여 농·축협에 대한 종합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으로 농협 내 모든 조직 업무가 농가 소득 창출과 농·축협 균형 발전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겠다.”

쌀 문제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해결책은.

“수급 안정과 소비 촉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수급 안정은 수확기에 벼의 매입 비중을 확대하고, 농가에서 사료작물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함을 의미한다. 2015년 41%였던 수확기 벼 매입 비중을 이미 지난해 43%로 끌어올렸다. 2020년엔 47%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90억원을 투입해 30㏊ 규모의 사료용 벼 시범단지를 조성, 점진적으로 사료용 벼의 생산량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소비 촉진은 식품회사와 쌀가루 공장 등을 조기에 설립해 쌀 판매를 확대하고, 쌀 소비 촉진 운동을 전개하는 식으로 진행하려 한다. 올 상반기 중 농협식품회사를 설립해 쌀 가공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맛있는 밥집 인증사업’ 같은 캠페인도 계속해서 추진하려 한다.”

조류독감(AI)과 구제역 등 가축질병 문제 해결에도 주도적으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350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되면서 농가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이런 일이 더는 반복돼선 안된다. 농협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방역에 나서야 한다. 지금껏 축산 부문 위주였던 방역 체계를 개선해 범농협 사업 부문과 계열사, 지역 농협으로 방역 참여 범위를 확대하겠다. 수의사 등 1000명의 전문 인력, 5250명의 비상 방역 인력 풀을 사전에 구축하고, 방역 전담 조직을 기존 1개 팀에서 4개 팀의 부(部) 조직으로 키우겠다. 올 4월엔 질병·단계·계통기관별 자체 방역행동지침(SOP)을 마련해 9월부터 선제적 방역을 실시하려 한다.”

일명 김영란법, 즉 청탁금지법 시행 후 화훼·과수·한우 농가 등에서 피해가 심각하다는데.

“실제 농협 매장의 설 선물 세트 판매액이 지난해 1164억원에서 올해 1091억원으로 6.4% 감소했다. 과일류는 11.3% 감소였다. 난(蘭)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거래량이 27.9% 줄었고, 한우는 경매가격이 14.4% 떨어졌다. 국내산 농축산물이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하루빨리 제외돼야 한다. 관련해서 지난해 5월 회장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6월 전국 조합장 명의의 건의문을 국회에 전달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이 조속하게 통과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중앙회의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완전히 이관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켰다.

“완전 경제지주 체제가 경제사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산지 유통의 규모화와 전문화, 도매사업의 활성화, 소매판로 확대 등을 통해 협동조합적인 유통 계열화를 강화해 올해 경제사업 활성화와 관련된 6475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 상생발전협의회 등 소통 채널을 확대해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상생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취임 후 농식품 수출 성과가 어땠는지, 어떻게 개선해나갈지도 궁금하다.

“지난해 농협의 전체 수출액은 3억9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지만, 신선농산물 수출액은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과 병해충의 영향으로 2.6% 감소했다. 농협은 2020년 전체 수출액 1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수출생산전담조직과 전략품목을 육성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농식품 수출 확대에 앞장서겠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 전문 공동 브랜드인 ‘NH-FARM’을 출시하면서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또한 2020년까지 수출 선도 품목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파프리카·딸기·토마토·채소종자·배·밤·단감·포도·사과·백합·새송이·홍삼·김·유자차·우유 등 15개 품목이다.”

1378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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