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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부녀간 갈등극복] 부모 마음 vs 자녀 생각 다름을 받아들이자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자녀의 학습 유형 잘 살펴야 … 행동형에 “공부하라”는 역효과

그는 두 딸을 둔 40대 후반의 가장이다. 첫째는 어릴 때부터 승부 근성도 있고 끈기가 대단한 편이었다. 공부도 잘해서 유명대학에 입학했다. 그런데 둘째는 언니와 성격이 너무 다르다. 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지만, 고2인데도 꿈을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소양과 성적조차 준비를 못 하고 있다. 조금만 노력을 하면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텐데, 전혀 학업에 관심이 없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동일한 환경에서 자랐는데, 둘이 너무 달라 이해하기가 어렵다.

둘째는 하고 싶은 영화 제작과 관련된 동아리 모임은 전국 구석구석을 찾아갈 정도로 적극적이다. 아무리 멀어도,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작 더 중요한 학업은 완전히 제쳐놓고 말이다. 영화감독이나 방송국 PD가 되려면, 현장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동감한다. 하지만 우선 대학을 가서 관련 분야 전공을 하고 나서 직장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영화감독의 길을 걸어도 될까 말까 한데, 공부는 아예 뒷전이다. 동아리를 쫓아다니는 일 외에는 학교생활도, 공부도 아무런 흥미가 없어 보인다. 아무리 부모가 목이 터져라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

네 가지 학습 성격

첫째와 너무 다른 둘째아이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모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는데, 어떻게 해야 아이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고, 의욕을 갖고 학업에 충실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할 수 있을까. 한 부모에게 태어나도 아이들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다. 출생 순위는 생활양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맏이는 잠시 동안 모든 사랑을 받지만, 둘째가 태어나면 갑자기 사랑을 빼앗긴다. 물론 다시 관심을 찾으려 한다. 이는 독립심, 책임감, 인내심 등으로 표현된다. 둘째 아이는 날 때부터 비교대상을 통해 자극과 도전을 받는다. 맏이보다 나은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경쟁심, 적응력, 야망 등으로 표현된다. 중간에 끼어 인생을 불공평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막내는 자리를 빼앗길 염려 없는 응석받이로 자란다. 부모의 에너지가 소진되면 귀찮은 아이로 전락하기도 한다. 독립심 부족으로 열등감을 경험하기 쉽다. 그렇지만 형제들을 능가하려는 동기유발을 가지기도 한다. 외동아이는 경쟁할 대상은 없지만 능력 있는 어른들 틈에서 자란다. 성인이 되면 관계가 확고하고 유능한 성격으로 발달할 수 있다. 하지만 과잉보호를 받는 가운데 자기중심적이고 의존적이 되기도 한다. 특별하다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

한 부모에게 태어나도 아이들은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자란다. 학습성격은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런데 이 말대로 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닌 아이는 20% 정도다. 나머지 80%는 잘 맞지 않는다. 개인마다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아이가 적성이 맞는 직업을 가지면 크게 성공한다. 적성은 지능(능력), 성격, 흥미로 구성된다. 우리는 지능이 높으면 성적이 좋고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성적은 성격에 좌우된다. 성공은 흥미에 좌우된다.

네 가지 학습성격이 있다. 행동형은 노는 것을 좋아하고 잔머리를 잘 굴린다. 시험을 못 보면 문제가 너무 어려워 그랬다고 하고, 꽃병을 깨면 왜 그 자리에 두었느냐고 항의한다. 규범형은 모든 일을 알아서 하고 시키는 대로 한다. 선생이 가장 좋아하는 모범생이다. 그런데 준비 안 된 일에 부딪히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탐구형은 호기심이 많고 토론을 좋아한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과목이 뚜렷하다. 의미가 없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이상형은 사람을 좋아하고 이해와 배려가 넘친다. 모든 것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인다. 선생이 맘에 들면 열심히 공부하고, 그렇지 않으면 공부를 안 한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방법을 바꿔보자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 농사다. 그냥 두면 그르치게 될 게 불 보듯 훤해, 부모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예쁜 딸인데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미어진다. 바꿔보려 하지만 역효과만 난다.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다름을 받아들이자. 동생은 언니와 완전히 다른 학습성격을 가지고 있다. 언니는 규범형이나 탐구형에 가깝고, 동생은 행동형이나 이상형에 가깝다. 보통 학교 교육은 규범형에 맞도록 설계되어 있다. 행동형은 학교생활을 구속으로 보고, 규범형은 소속으로 본다. 한국에서 행동형은 자주 적응에 실패해 문제행동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일단 마음을 잡으면 순식간에 성적을 올린다. 이상형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공부도 혼자서는 못 한다. 관계에서 상처를 잘 받고 다그치면 말을 잘 못한다.

둘째, 관점의 차이에 주목하자. 아버지와 딸은 다른 관점이 있다. 아버지 시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한국 실정에서는 대학부터 가야 한다. 최소한의 소양과 성적을 준비해야 한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딸 시각도 틀리지 않다. 학업은 아예 머리에 안 들어오니 시간 낭비일 뿐이다. 전국 구석구석 현장경험이라도 열심히 하는 게 남는 장사다. 딸의 목표는 확실하다. 언니는 공부에 승부수를 뒀고, 자신은 다른 무엇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언니와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다. 부모가 모두 언니를 좋아하니 어쩌면 대항심리가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둘째 딸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셋째, 방법을 바꿔보자. 필자의 딸이 미국 처제 집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일이다. 당시 딸은 공부하기를 싫어했고 체중은 70kg나 됐다. 공부와 체중 조절 모두 중요했지만, 딸은 학업에 아무런 흥미가 없고 맛난 음식을 줄이는 걸 싫어했다. 멀리 떨어져 있던 부모 입장에서 속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딸을 돌보는 장모님은 속상해 하며 “공부하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딸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후렴구다. 아내는 매일 딸과 화상 대화를 했다. 필자는 아내에게 공부보다도 체중조절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했다. 가끔 직접 말하기도 했다. “이번 여름에는 절대 공부하면 안 된다. 날씬해져야 한다. 그래야 인생을 즐길 수 있다. 공부는 아무 때나 해도 된다. 그러니까 1년 동안 절대로 공부하지 말고 운동과 다이어트만 해라.” 딸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최면을 가르쳤다. “나의 위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반드시 해낼 것이다.” 3년이 지나 지금 대학생이 된 딸은 열심히 공부하고 체중도 잘 조절하고 있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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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4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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