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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프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 36조원, 순수 사회복지 예산과 비슷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편집장
골프장 내장객 프로야구 관중수의 4배 넘어 … 골퍼의 절반이 연 11회 라운딩

▎지난해 10월 열린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3라운드.
한국 골프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최근 스크린골프 업체인 골프존에서 [한국골프산업백서]를 냈다. 골프장과 연습장, 선수, 대회, 용품, 교습 등 2015년 한국의 각종 골프 분야를 가치망(Value Network) 관점에서 분석하고 소개한 글이다. 백서를 바탕으로 과연 한국에서 각 골프 분야는 어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한 라운드에 23만6000원 지출

2016년 전국 골프장 내장객 수는 3672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6년 전국 골프장 현황 및 내장객 통계’에 따르면 196개 회원제 골프장의 내장객은 1706만 명인데 비해 퍼블릭 290곳 내장객은 1966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의 3541만 명보다 약 131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는 최초로 퍼블릭 골프장의 내장객이 회원제를 추월했다.

1홀당 연평균 내장객 수는 회원제 3838명, 퍼블릭은 4135명으로 집계됐다. 18홀로 환산하면 연 내장객 수는 회원제 6만9084명, 비회원제 7만4430명이다.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 수는 2015년에 비해 3개소가 늘어나 486개소가 됐다. 이를 18홀로 환산하면 511개소로 전년 501개소보다 10개 늘어난 수치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전 스포츠인 KBO프로야구에서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관중은 총 834만 명이었다. 이보다 너덧 배나 많은 이들이 골프장을 찾아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다. 백서에서는 2015년 한국 골퍼 인구를 기준으로 삼았다. 한국의 골프 인구는 338만 명이었다. 연령대별 골프 이용객 중에 40대가 44.5%를 차지해 가장 많이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골퍼의 평균치를 살펴보면 핸디캡 16~20(88~92타) 이 전체 골퍼 중 31.6%로 가장 많았고, 11~15(83~88타)가 25.6%를 차지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52.7%가 대학 졸업자, 월수입은 600만 원 이상의 중상층이었다. 338만 명의 골퍼 중 72.7%는 스크린골프장을 연간 11회 이상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스크린을 해본 적이 없는 골퍼는 4.9%에 불과했다. 필드는 49.1%의 골퍼가 연간 11회 이상 라운드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주말마다 한 번 꼴인 연간 30회 이상 라운드하는 골퍼는 9.9%였다.

필드 라운드를 한번 나갈 때 지출하는 비용은 그린피 평균 15만4000원, 캐디피 3만1000원, 식음료비는 2만8000원, 카트비는 2만3000원으로, 1회당 평균 23만6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스크린골프에서는 월 평균 16만7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골퍼의 연간 이용 횟수는 스크린골프 25회, 필드 골프 14회, 실외연습장 19회, 실내연습장 18회로 각각 나타났다. 스크린골프 이용 횟수가 다른 어떤 시설보다 더 많았다.

[한국골프산업백서]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골프시장 규모는 11조4529억원이다. 이 중 필드 시장이 8조7227억 원으로 가장 크다. 골프 전체시장의 76.2%를 차지한다. 2위는 스크린 연습장으로 1조1606억원으로 전체의 10.1%을 점유하고, 실외 연습장 7.3%(8399억원), 대회 등 참여 이벤트 필드 2.1%(2394억원), 아마추어 이벤트 1.5%(1670억원) 순이었다.

본원시장보다 큰 파생시장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의 강준호 소장을 비롯한 집필진은 시장을 분석하는 기초 관점을 가치망에 두었다. 이에 따라 본원시장과 파생시장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골프의 본원시장은 5조2080억원으로 전체 골프시장 규모의 45.5%를 차지하고, 골프 파생시장은 6조2449억원으로 54.5%를 점유했다.

본원시장은 스포츠 관련 제도로부터 첫 번째로 발현되는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 최종 소비자가 스포츠를 소비하는 형태에 따라 관람시장과 참여시장으로 나뉜다. 파생시장은 관람시장과 참여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다른 산업 영역과 연계되면서 새롭게 창출된 시장이다. 골프라는 스포츠 시장은 본원과 파생 시장이 서로 연계돼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를 가진다.

본원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아마추어 골퍼의 필드 시장이다. 시장 규모는 3조1659억원으로 전체의 60.8%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은 19.6%(1조200억 원)의 비중을 가진 스크린골프 시장이었다. 실외 연습장은 15.6%(8122억원), 실내 연습장이 2.8%(1430억원)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연습장의 규모에서는 스크린, 실외, 실내 순으로 시장 규모가 매겨졌다. 이중 골프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의 관람시장 규모는 남녀투어 합쳐서 26억원으로 추산됐다. 본원 시장에서 갤러리 시장은 작지만 이들이 골프의 진성 고객인 만큼 파생시장의 가치를 키우는 촉진제다.

6조2449억원으로 추정되는 골프 파생시장 중에서는 골프용품시장 규모가 68.9%(4조3013억 원)로 가장 컸다. 그 뒤로 골프시설 운영 시장이 10.3%(6439억원), 골프관광 시장 8%(5025억원), 골프시설 개발 시장 7%(4350억원) 순으로 이어졌다. 국내 골프장 수요가 높지 않아 신설 골프장 건설이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 해 서너 곳의 개장이나 리노베이션에 그치는 까닭에 시설 개발 시장의 비중이 줄었다. 대신 퍼블릭 골프장으로의 전환이 늘어났고, 국내 패키지 골프 여행의 증가가 관광 시장의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주니어 선수와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엘리트 시장에서는 선수양성을 위주로 한 주니어 시장이 1670억원으로 가장 크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995억원,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556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본원과 파생으로 나눈 시장의 가치망 접근을 통해 실질적인 산업 규모로서의 시장 파악이 가능해졌다. 예컨대 골프대회가 하나 만들어진다면 본원 시장은 갤러리 입장 시장뿐이다. 하지만 여기에 TV중계권 시장이 파생되고, 선수들을 통한 홍보와 후원이 들어가는 스폰서 시장, TV광고 시장이 연쇄 고리로 일어난다. 또한 [백서]에 따르면 간과되었던 시장의 실체도 뚜렷이 밝혀졌다. 스폰서 시장에서 KLPGA는 660억원, KPGA는 314억원인데 비해 아마추어들의 각종 골프대회 스폰서 시장이 이보다 많은 817억원을 차지했다. 한 해에 2860개의 골프 이벤트 대회가 열린다. 이는 각 기업들이 골프 이벤트를 통한 홍보와 마케팅을 프로 대회 이상으로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용품사 입장에서는 이들을 잡기 위한 상품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골프의류시장 급팽창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치망은 시장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공급자뿐만 아니라 수요자 입장도 반영한 정책을 세울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가상 체험 스포츠 시장의 확대가 필요할 경우 기존 분류에 바탕한 정책이라면 관련 기술개발과 연구개발(R&D) 지원에만 국한된다. 그러나 수요자 입장도 고려하는 시장 가치망으로 접근하면 이들 기술이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 언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얻을 수 있다.

[백서]에서 시장을 보는 방식은 평면적으로 모든 구성 항목을 합산하던 방식에서 분명히 진일보했다. 하지만 골프의 전체 파생 시장을 모두 다루지 못한 한계가 있다. 예컨대 재산권으로서의 골프 회원권 시장, 골프의류 시장, 해외 골프여행 시장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골프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골프장 이용권이자 채권인 회원권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원권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를 탔다. 금융위기가 극복된 이후로는 퍼블릭 골프장이 급증하면서 회원권에 대한 수요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전체 회원권 시장 규모는 15조6400억원이었다. 2008년 여름에는 30조원에 육박하던 시장이 반 토막 난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회원권의 가치는 살아있다. 국내 골프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회원제 골프장들에 멤버십이란 여전히 환금성 있는 재산인 만큼 이는 당연히 골프 시장 개념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골프의류 시장은 최근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등산, 조깅, 레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골프의류 시장으로 유입되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운동(애슬레틱)과 레저를 합친 ‘애슬레저’ 시장도 커지고 있어 의류 업계에서는 골프 패션 시장을 3조 원으로 추정한다.

해외 골프여행 시장은 대한골프협회가 지난 2013년 8월에 발표한 ‘2012 한국골프지표’가 가장 최근의 자료다. 이에 따르면 해외골프 관광객은 총 123만 명인데, 그들이 연평균 2.8회씩 여행 가는 점을 감안해 연 344만 명으로 추정됐다. 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위주로 3박4일 여행이 28.2%(4박5일은 24.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들은 해외에서 1인당 평균 175만원을 쓰고 왔다. 이에 따라 협회에서는 해외에 골프 여행으로 지출된 비용을 총 6조2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그렇다면 이제 [백서]가 집계한 11조4529억 원을 바탕으로 회원권 15조6400억원, 패션 3조원, 해외여행 6조200억 원까지 포괄하면 국내 전체 골프 시장의 크기가 나온다. 36조1129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집행될 우리나라 순수 사회복지 예산과 맞먹는다. 어떤 스포츠도 이 정도 시장이 아니다. 골프를 산업으로 면밀하게 접근하고 북돋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384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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