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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사에 족적 남긴 여자 선수 10걸] 美 자하리아스, 암 수술 후에도 5개 대회 우승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편집장
보비 존스 “남녀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는 英 웨더드”… 위트워스, 최초로 상금 100만 달러 돌파

▎AP통신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여성 스포츠인으로 베이브 디드릭슨 자하리아스를 꼽았다. 1950년 타이틀홀더스·US여자오픈·웨스턴오픈을 휩쓸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는 53년 결장암 수술을 받은 다음해부터 US여자오픈을 비롯해 5개 대회에서 우승한 철녀(鐵女)였다.
현재 세계 여자 골프랭킹 1위는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월마트NW아칸소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유소연이다. 올해 유일하게 LPGA 2승을 거두며 세계 최고로 올라섰다. 한국인으로는 신지애·박인비에 이어 세 번째다. 그렇다면 여자 골퍼 역사에서 누가 어느 시대에 가장 뛰어난 선수였을까? 활동한 시대에 따라 세계 골프계의 나라별 최고 골퍼 10걸을 골라봤다.

조이스 웨더드, 33전 무패 1920년대의 천하무적

1920년대에 가장 주목받는 여성 골퍼가 조이스 웨더드였다. 22년을 시작으로 24년, 25년, 29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브리티시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그중에 미국과 영국 여자골프의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29년 대회에서는 미국의 글레나 콜레트를 상대로 역전승하면서 최고의 선수임을 입증했다. 영국 런던에서 나고 자란 웨더드는 5년 연속 잉글리시아마추어선수권 우승을 포함해 33연승의 기록을 작성했다. 전설적인 골퍼들이 모두 인정했다. 보비 존스는 ‘남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했다. 진 사라센은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라고 상찬했다. 웨더드는 장타보다는 타이밍에 의존하는 스윙을 가져 모두가 부러워했다. 1975년에 골프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여자 프로 투어 조직이 창설되기 전에 수많은 남자 선수들로부터 인정받은 데서 그의 진가를 짐작할 수 있다.

베이브 자하리아스, 20세기 최고의 여성 스포츠인

AP통신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여성 스포츠인으로 베이브디드릭슨 자하리아스를 꼽았다. 1932년 LA올림픽에서 80m 허들과 투창에서 금메달을 따고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전혀 다른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기는 올림픽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지 3년 만인 35년 첫승을 따냈다. 46~47년 2년 동안 17개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그중 15승은 연승이었다. 자하리아스는 남성 골프 대회에도 출전했다. 45년 PGA투어 피닉스오픈에서 예선을 통과하고 33위에 올랐다. 49년 LPGA투어를 창설한 창립 멤버였고 이후 55년까지 LPGA 42승에 메이저 10승을 달성했다. 50년에는 당시 메이저였던 3개(타이틀홀더스, US여자오픈, 웨스턴오픈)를 휩쓸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53년 결장암 수술을 받은 후 선수 생명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수술 후 14주가 지나 보란듯 필드에 나오더니 다음해부터 US여자오픈을 비롯해 5개의 우승을 따낸 철녀(鐵女)였다.

미키 라이트, 완벽한 스윙을 가졌던 선수

1954년에 데뷔해 69년 은퇴하기까지 16년 동안에 출전했던 LPGA투어 대회의 4분의 1을 우승한 선수가 미키 라이트다. LPGA 메이저에서는 13승으로 역대 2위, 일반 우승 수도 82승을 거둬 2위에 올랐다. 61년부터 64년까지 4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으며, 시즌 최저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를 60년부터 5년 연속 받았다. 63년에는 두 개의 메이저를 포함해 13승을 올려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라이트는 69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다리 부상으로 정규 투어 생활을 은퇴한다. 이후 한 시즌에 몇 개의 큰 대회만 일부 출전했다. 스승이던 하비 페닉, 벤 호건이 기억하기로는 남녀 선수 중에 스윙이 가장 완벽했던 선수였다.

캐시 위트워스, LPGA투어 최다 88승

미키 라이트에 이어 등장한 세계 최고의 여성 골퍼가 캐시 위트워스다. 1939년 텍사스에서 태어난 위트워스는 20살인 58년 LPGA투어에 데뷔했다. 62년에서 85년까지 24년 동안 LPGA투어 메이저 6승, 남녀 투어에서 가장 많은 88승을 올렸다. 전성기인 68년 시즌에는 10승을 거두었다. 최초로 상금 100만 달러를 넘긴 여자 선수다. 65년부터 68년까지 4년 연속 상금왕, 다시 70년부터 73년까지 4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66년 올해의 선수상이 신설된 이후 7번, 베어트로피를 7번이나 받았다. 그에게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가 하나도 없는 게 이상할 정도다. 1990년 미국-유럽의 팀대항전인 솔하임컵이 창설되면서 미국의 첫 번째 캡틴이 되기도 했다.

히구치 히사코, 아시아 최초의 명예의 전당

1968년 첫승을 시작으로 히구치 히사코는 90년까지 23년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총 69승을 달성한 최다승 선수다. 일본인 선수들 중 아야코 오카모토가 82년 부터 11년간 LPGA투어에서 17승을 거두었으나, 일본 내에서는 히구치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JLPGA 다승 2위인 대만 출신 아이유투의 58승과도 무려 11승이나 차이가 난다. 히구치는 77년 LPGA투어 메이저인 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미국서도 2승을 거뒀고,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골프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JLPGA회장을 역임하고 오는 10월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대회를 여는 등 선수 경력과 투어 행정가로도 존경받는다.

안니카 소렌스탐, 16년간 총 93승 올린 여제


▎2008년 싱가포르 아일랜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 4회 렉서스컵 골프대회 3라운드 1번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세리(왼쪽)와 안니카 소렌스탐.
스웨덴 출신의 안니카 소렌스탐은 컴퓨터 같은 스윙과 강인한 멘털을 바탕으로 LPGA투어 72승에 메이저 10승을 거뒀다. 93년 여자유러피언투어(LET)에서 투어를 시작해 2위를 네 번하면서 ‘올해의 루키(신인)’로 선정되었고 이듬해인 94년 LPGA에 진출해 ‘신인왕’에 뽑혀 주목받기 시작한다. 이듬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부터 세계의 관심을 받는다. 이듬해 US여자오픈 2연승을 포함해 3승을 쌓으면서 소렌스탐은 LPGA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한다. 2001년 3월 피닉스 문밸리에서 여자 중에서 유일하게 한 라운드 59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8년 은퇴할 때까지 16년간 총 93승(미국 LPGA 72승, 유럽 LET 15승, 일본 2승, 기타 7승)을 거뒀다.

카리 웹, 24년째 현역인 호주 백상어

이른바 ‘여자 백상어’로 불리는 43살의 호주 출신 카리 웹은 24년째 현역이다. 94년부터 유럽LET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이듬해부터 LPGA투어로 무대를 옮겨 41승에 메이저 7승을 거두고 있다. 웹은 안니카 소렌스탐, 박세리와 LPGA 여왕 자리를 놓고 다툰 트로이카 체제의 주역이었다. 그보다 네 살 많은 소렌스탐은 2008년 은퇴했고, 세 살 아래인 박세리는 지난해 은퇴했어도 웹은 여전히 필드를 누빈다. 가장 최근 우승이 2014년 파운더스컵이지만 종종 상어의 이빨을 드러내면서 우승권을 위협한다. 지난해 LPGA투어 상금랭킹 52위(37만8876달러)이니 아직 죽지 않았다. LPGA투어 외에도 유럽투어에서 15승, 일본여자투어 3승, 호주여자투어에서 13승을 합쳐 총 57승을 올렸다.

박세리, 한국 여자 골프 세계화의 견인차

한국 여자골프가 오늘날 세계 속에 우뚝 서게 한 주인공이 박세리다. 98년 US여자오픈에서 감격적인 연장전 우승을 하면서 당시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던 한국인들에게 재기의 에너지를 선사했다. 당시의 감동적 우승이 ‘세리키즈’ 탄생의 촉매가 됐다. 96년 프로로 데뷔하면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4승을 거두고 미국으로 향했다. 98년 LPGA투어 루키 해에 메이저인 맥도날드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했다. 이후 18년간 LPGA투어에서 메이저 5승에 총 25승을 쌓았다. 지난해 10월 KEB하나은행LPGA챔피언십 첫 라운드에서 은퇴경기를 가졌다. KLPGA 14승에 LPGA 25승을 더해 통산 39승을 거두었다. 2007년 한국 선수 중에는 처음으로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로레나 오초아, 6년간 27승 158주간 1위


▎멕시코 여자 골프의 아이콘 로레나 오초아는 2007년 4월 23일부터 2010년 5월 2일까지 무려 158주간 세계 1위에 올랐다. 오는 9월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멕시코 여자 골프의 아이콘 로레나 오초아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LPGA투어에서 총 27승에 메이저 2승을 거두었다. 활동 기간은 상당히 짧지만, 압도적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머물렀다. 장타에다 컴퓨터 같은 퍼팅을 앞세워 여자 골프계를 장악했다. 2006년 2월 세계 여자 골프 랭킹이 만들어진 뒤로 오초아는 2007년 4월 23일부터 2010년 5월 2일까지 무려 158주간 세계 1위에 올랐다. 한창 활동할 나이에 2010년 결혼과 함께 은퇴하면서 선수 생활을 접었다. 하지만 LPGA투어에 멕시코 유일의 로레나 오초아인비테이셔널을 주최하고 있다. 오초아는 오는 9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박인비, 한 시즌 메이저 3승에 금메달 획득

2008년 LPGA투어에 데뷔한 첫해 최대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더니 메이저에서 7승을 달성했고 올해 HSBC위민스챔피언십 우승을 추가해 통산 18승을 올렸다. 2013년에는 메이저 3승에 총 6승을 수확했다. 2013년 4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후 중간에 두 번 제위를 잃었으나 2015년 10월 25일까지 통산 92주간 세계 정상을 지켰다. 지난해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116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처럼 정교한 퍼팅에 표정 변화 없는 뛰어난 멘털이 그의 최대 무기다. 올 시즌에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우승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업적의 행로가 기대된다. 현재는 세계 랭킹 7위에 올라 있다.

1393호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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