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해외 간편결제 기업은 지금] 지구촌 강자 노리는 美·中의 대접전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
알리페이·페이팔 용호상박 대결... 텐페이·애플페이 등도 도전장

▎중국에서는 노점상에서도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누구나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세계 어디서나 언제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 이 시대의 결제수단을 장악하면 물건 판매와 금융 거래의 길목을 차지할 수 있다. 결제서비스의 원래 의도는 ‘돈을 내는 사람 마음을 거스르지 않고 소리없이 돈을 빼가는 것’이지만, 정작 결제수단 전쟁은 지금 전 지구에서 떠들썩하게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수많은 정보가 오고 갔지만 가장 큰 이슈는 결국 ‘돈거래’였다.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고 물건을 거래하는 일이 일상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건을 팔고 나서 돈을 받을 방법이 막막했던 인터넷 시장에서는 물건과 돈을 서로 안전하게 교환해주는 에스크로(escrow) 서비스가 절실했다. 이때 등장한 회사가 페이팔(Paypal)이다. 페이팔은 계좌번호나 신용카드 번호를 거래 상대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국제 간 환율까지도 알아서 해결해주는 인터넷 시대에 딱 들어맞는 결제 수단이었다.

디지털 시대의 요구 꿰뚫어본 페이팔


1999년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요구를 꿰뚫어 보고 탄생한 페이팔은 벤처거품이 붕괴된 상황에서도 2002년 이베이에 인수되었고 기업공개를 했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후 해킹으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하고 한 고객에게 미국 부채를 다 갚아도 될 만한 금액인 9경 달러를 실수로 잔고로 표시하는 등 이런 저런 사고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베이라는 온라인쇼핑몰은 페이팔이라는 결제수단 서비스 업체에게 성공의 발판이 되어 주었고, 페이팔은 역으로 온라인쇼핑몰의 성장을 지원했다. ‘이베이라는 그릇에서 활약한 페이팔이라는 젓가락’이라는 비유가 있듯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15년 페이팔은 성장의 요람이었던 이베이를 벗어나 단독 법인으로 독립했다. 초기에는 분사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2017년 들어 전자상거래 활성화 덕에 주가가 35%나 올랐고 사용자는 2억 명 수준이 됐다. 페이팔은 결제·송금·환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며 미국 시장점유율 1위를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미국에 페이팔이 있다면, 중국에는 알리페이가 있다. 알리페이는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 그룹의 모바일 결제서비스다. 중국 온라인 결제 시장점유율 1위로 온라인쇼핑 고객을 기반으로 오픈마켓, 온라인 게임, 음식점, 편의점 등 거의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다. 또한 은행계좌의 잔액관리, 이체 서비스, 공과금 납부, 축의금 전달까지 가능해 중국 내 온라인 결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알리페이의 가입자는 현재 약 4억5000만 명. 인도·태국 등으로 진출을 시도하면서 국제적인 결제수단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국내에서도 중국 관광객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늘면서 알리페이를 지원하는 업소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외 70여개국에 8만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3만4000개가 한국 가맹점이다. 알리페이는 지난해 해외 최초로 삼성동 코엑스몰에 알리페이 고객서비스센터를 열기도 했다.

페이팔과 알리페이의 공통점은 인터넷 초기 온라인쇼핑몰의 거래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모회사인 이베이와 알리바바는 세계 최고의 온라인쇼핑몰 자리를 다툰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그곳이 세계 최고의 자본주의 미국인지, 여전히 공산당이 지배하는 공산주의 중국인지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강력한 인터넷쇼핑몰을 기반으로 성장할 뿐이다. 자본주의 선진국과 공산주의 개발도상국 양쪽에서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통합되어가는지 보여 준다.

컴퓨터로 접속하는 인터넷과 달리 휴대폰으로 접속하는 인터넷은 강력한 또 하나의 기능이 있다. 바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기능이다. 과거 인터넷 기반으로도 메신저 서비스가 있었다. MSN이나 네이트온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 메신저는 휴대폰으로 급속히 옮겨 갔다. 언제 어디서나 사진과 음성,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됐다. 중국의 위챗 가입자는 전체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하루에 90분 이상을 메신저 서비스에 머무른다고 한다.

메신저 기반 결제서비스의 도전

휴대폰에서 가장 자주 쓰는 메신저 서비스에 결제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화의 끝에는 늘 무엇인가 거래가 기다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항상 사용하던 앱에서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다면 훨씬 편리할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의 휴대폰 메신저 서비스 업체들은 자신들의 메신저 앱에서 바로 결제도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위챗·카카오톡 등 주요 메신저 서비스들이 결제전쟁 제2막의 용사로 나서고 있다.

텐페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 위챗(wechat)을 제공하고 있는 텐센트가 내놓은 온라인결제 서비스다. 텐페이의 기반은 약 9억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메신저 위챗의 활성 이용자다.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의 80% 가까이를 장악했던 알리페이에 도전한 텐페이는 최근 시장점유율 38%를 차지했다. 이때 텐센트는 이미 오프라인 시장점유율에서는 알리페이를 추월했다며 1억 위안의 상여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말부터는 알리바바의 반격에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텐페이의 ‘홍바오(紅包)’ 마케팅은 화제가 됐다. 홍바오는 복을 기원하거나 감사의 표시로 주는 빨간 세뱃돈 봉투로 중국 전통문화중 하나다. 결제서비스 회사들은 이용자들끼리 SNS를 이용해 홍바오를 주고 받으며 정을 나누는 풍습을 이용해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해왔다. 2015년 텐페이는 중국의 명절인 춘절에 무려 1조원을 홍바오로 뿌렸다.

중국인들이 아침에 눈뜨고 위챗을 들여다 본다면 미국인들은 눈뜨자마자 페이스북을 연다. 하루 사용자가 12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은 최근 그룹채팅 방에서 송금·입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페이스북의 목표는 메신저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챗봇과 결제서비스를 도입해 대화형 커머스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가 쇼핑몰 홈페이지에 접속하지 않고도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까지 끝내도록 할 계획이다. 아이리서치, 포레스터 리서치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장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해 약 6300조원을 넘어 섰다. 미국은 전년 대비 39% 성장에 약 128조원이다.

휴대폰을 실제로 만들고 있는 제조사들도 뒤늦게 결제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휴대폰 제조기업, 애플과 삼성전자는 각각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를 내놓았다. 구글과 LG도 안드로이드페이와 LG페이로 뒤따르고 있다. 이들은 주로 오프라인 결제시장을 노리고 있다. 결제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 대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결제단말기와 휴대폰 사이의 통신방식은 각각 다르다. 그러다 보니 결제단말기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결제단말기는 보안문제로 NFC(근거리무선통신)단말기로 점차 바뀌어가는 추세다. NFC를 지원하는 애플페이가 장기적으로 유리할 듯싶지만 당장 기존 결제단말기에서도 사용가능한 삼성페이가 시장 선점에서는 유리하다. 시장 선점도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변화하는 단말기 환경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승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1394호 (2017.07.3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