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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가 불 붙인 ‘치킨게임’에 농식품부 반격] 9월 닭고기 공시제로 치킨값 잡는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코너에 몰린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 농식품 유통 분야 전반적 개선 전망

▎김영록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7월 4일 정부 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했다. 취임 인터뷰에서 닭고기 가격 공시제를 9월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 사진:농림축산식품부
“9월부터 닭고기 가격 공시제를 실시한다.” 김영록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치킨게임’에 칼을 들었다. 김 장관은 7월 18일 연합뉴스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닭고기의 공정한 가격 형성과 거래 가격에 대한 소비자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9월부터 업계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가격 공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장관은 “대형 닭고기 공급 업체가 농가 등에서 공급받는 산지 가격을 공개하고,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나 대형 유통 업체에 얼마에 공급하는지도 주간과 월간 단위로 공표한다”고 설명했다. 속칭 ‘치킨게임’으로 불리는 치킨값 논란은 올 3월 치킨 프랜차이즈 1위(매장 수 기준) 업체인 BBQ가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총대 멘 BBQ의 진퇴양난


BBQ는 치킨값을 올리면서 인건비와 임차료, 원·부자재 가격과 배달 비용이 상승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을 한 마리 당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리는 등 평균 10%를 인상한다고 했다. 이미 일부 메뉴가 2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치킨값이 2만원에 육박하게 됐다.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 반발이 컸다. 이에 따라 정부도 나섰다. 농식품부는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경고했다. 치킨 가격에서 닭고기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한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닭고기 가격 상승은 치킨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세무조사와 불공정거래 조사 카드까지 던진 것은 AI로 나빠진 여론에 치킨값 인상이 기름을 부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농식품부는 AI 조기 차단 실패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때문에 닭고기 값이 오른 것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측은 원재료인 닭고기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을 두고 다퉜다. 농식품부는 10% 안팎이라고 주장했지만 BBQ는 20%가 넘는다고 반박했다. 원재료인 닭고기 가격 기준을 양측이 다르게 잡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장기 계약한 생계 가격이 3월 당시 산지 기준으로 ㎏당 1600원 수준이란 근거를 댔다. 치킨 가격이 1만6000~1만8000원이니 닭고기값 비중은 10% 안팎이란 주장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치킨이 ㎏ 단위로 팔리는 게 아니라 한 마리씩 판매되고, 최종 소비자 가격 기준 역시 한 마리가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3월 당시 ㎏당 1600원이 아닌 생계 한 마리당 가격인 2500원 정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 도계 비용과 운송비 등이 더해져 프랜차이즈가 매입하는 닭고기값은 3500원에 육박한다고 했다. 이렇게 따지면 치킨 가격에서 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가 된다.

BBQ는 농식품부의 강공에 가격 인상을 철회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한 달여 뒤 조심스럽게 가격 인상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렸다. BBQ는 5월 초 황금올리브치킨을 1만8000원으로 올리는 등 10가지 주요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6월 초에는 나머지 20여 개 품목의 가격도 추가로 올렸다.

농식품부에 이어 이번엔 공정위가 치킨 게임에 뛰어들었다.공정위는 6월 15일 BBQ의 일부 지역사무소에 대해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BBQ는 치킨 가격을 올리면서 가맹점에 공문을 보내 ‘광고비 분담을 위해 판매 마리당 500원씩 내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런 BBQ의 행위가 가맹사업법을 어긴 게 아닌지 조사에 들어갔다. 본사가 부담해야 할 광고비를 ‘갑’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가맹점주에게 떠넘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러자 BBQ는 올렸던 제품 가격을 원래대로 돌려놨다. 자체 운영 중인 직영점의 치킨 가격도 낮췄다. 한동안 배달 치킨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내렸지만 직영점은 인상된 가격으로 팔았다.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의 개념으로 운영하는 직영점의 특성상 비용 투입이 많았는데 전국에 19개의 직영 점포가 있었다.

BBQ가 ‘모난 돌이 정을 맞는’ 모습을 보이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도 납작 엎드렸다. 6월 말 가격 인상을 예고한 교촌치킨은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BHC 등은 일부 제품의 가격을 한시적으로 할인하기로 했다.

치킨게임은 6월 28일 김영록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다시 이슈로 부각됐다.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은 “1500~1600원짜리 생닭이 치킨이 되면 1만8000원에 이르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 장관은 7월 4일 취임한 뒤 도마에 오른 치킨게임에 칼을 들었다.

농식품부 이어 공정위·소비자단체도 칼 들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BBQ가 올 3월 치킨 값 인상을 발표하며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사진은 BBQ 광고 모델인 배우 하정우의 모습. / 사진:BBQ 광고 캡처
소비자단체도 치킨게임에 뛰어들었다. 7월 24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치킨 프랜차이즈의 투자비용과 재무제표를 분석했는데 치킨 가격이 낮아질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중 가맹점 수와 매출액이 가장 높은 상위 5개 업체(BBQ치킨·네네치킨·B H C·교촌치킨·굽네치킨)의 2012~2016년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또한 연평균 16~131% 증가했다. 201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 한 곳당 연간 4700만~2억9000만원의 매출액과 1400만~4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5개 치킨 가맹본부의 초기 투자비용은 가입비·교육비·보증금·기타비용으로 구성돼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가장 높은 가맹본부는 BBQ로, 약 2억원으로 나타났다. 초기 투자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기타비용인데 BBQ와 교촌치킨이 각각 1억5000만원, 85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두 업체는 단위 면적당 인테리어 비용이 높고, 기준 점포 면적이 넓어 5개 업체 중 인테리어 비용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초기 투자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보인다.

치킨 넘어 농식품 유통구조 개선 시급

광고판촉비도 도마에 올랐다. 광고판촉비의 경우 5개 업체 모두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었다. 그런데 광고판촉비를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공동으로 낼 경우 가맹본부는 매출 증가 효과와 함께 비용 절감이라는 이중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맹점의 광고판촉비 부담만 줄여도 치킨 가격을 내릴 여지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가맹점과 협력 관계여야 하나 현재 우리나라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는 한쪽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구조”라며 “가맹본부가 현재보다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춘다면 치킨 가격이 낮아질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치킨 게임’을 넘어 농식품 유통 분야 전반에서 대대적인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단순히 닭고기에만 얽힌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농정연구센터와 지역농업네트워크가 농식품부에 제출한 ‘농식품 유통분야 규제개혁 발굴 연구’ 보고서에 잘 나와 있다. 농식품 유통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 유통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1~2인 가구 위주로 소비 패턴이 변하는 가운데 로컬푸드 붐까지 일어나는 등 기술을 넘어선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다. 로컬푸드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을 뜻하는데, 통상 반경 50㎞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칭한다. 이와 함께 도매로 불리는 중간 유통 단계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인 성공 사례로 전주시의 ‘전주푸드플랜’이 꼽히고 있다. 전주시는 2015년부터 지속가능한 생산체계와 ‘시민 먹거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직매장 3곳과 슬로푸드레스토랑 등 직거래판매장 등 인프라를 확보했다. 올 들어 로컬푸드 유통 거점인 ‘전주푸드 공공 급식지원센터’를 완공했다. 전주푸드의 특징은 단순한 직거래 유통을 뛰어넘어 로컬푸드와 지역 먹거리 체계까지 연결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직거래와 함께 도매시장 기능을 차별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와 같은 대량 수요처의 산지 직구매가 확대되면서 도매시장 경유율이 도입 초반에는 줄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양한 상품과 거래의 안정성, 대금 정산의 신속성 등 장점을 앞세워 도매시장이 소폭이나마 성장세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현재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중앙도매시장(9곳)과 지방도매시장(23곳)으로 나뉘어 있으나 실질적인 기능 분화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도매시장에는 공영 체제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지방도매시장은 여건에 따라 자율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선안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중앙과 지방 도매시장에 대해 차별적인 운영 원칙이 적용되고 있고, 개설자의 판단에 따라 중앙시장을 지방시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있다. 김종안 지역농업네트워크 전무는 “빠르게 변화하는 농식품 유통 문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에 따른 각종 규제를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며 “생산자 농업인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소비자도 만족하는 제도로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1395호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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