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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 평면성 뒤집는 반전의 미학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
빛 활용한 명암으로 입체감 부각 … 중첩과 반복으로 원근감 회복

▎[사진1] 벤치
한쪽 눈을 감고 바늘귀에 실을 꿰어 본 적이 있나요? 쉽지 않습니다. 공간감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카메라가 그렇습니다. 눈, 즉 렌즈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공간을 다루는 매체입니다. 그러나 카메라의 공간 감각은 불완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진은 이러한 카메라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카메라 렌즈를 사람의 눈에 비교해 그 특징을 살펴 볼까요.

첫째는 평면성입니다. 눈은 두 개고 카메라 렌즈는 하나입니다. 카메라가 구현하는 세상은 한 쪽 눈을 감고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입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사진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빛을 활용하는 일입니다.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은 명암을 만들어 내며 입체감을 부각시켜 줍니다. [사진1]과 같이 사람이나 사물에 달라 붙는 그림자도 피사체를 도드라지게 표현해 줍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입체감이 달라집니다. 앞에서 바라보면 평면성이, 비스듬히 보면 입체성이 강조됩니다. 어린 아이들이 그린 집을 보면 대개 사다리꼴 지붕 아래 사각형 몸체를 덧댄 전형적인 ‘정면도’의 형식을 띠게 됩니다. 나이가 들고 공간감이 발달되면 그 때부터는 보는 각을 비스듬히 해서 보다 입체적으로 그리게 됩니다.

비스듬히 찍으면 입체성 강조


▎[사진2, 3] 밭갈이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원도 태백에는 귀네미 마을을 비롯해 고랭지 채소밭이 많습니다. 대개 높은 산악지형에 있기 때문에 경사가 매우 가파릅니다. 일부 지역에는 트랙터가 들어가지 못해 아직도 소를 이용해 밭을 갑니다. [사진2]는 농부가 밭 가는 모습을 정면에서 찍은 것입니다.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밭의 경사가 잘 표현되지 않습니다. [사진3]과 같이 자리를 옮겨 비스듬히 찍으니 가파른 경사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피사체의 심도를 이용해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것도 입체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 아주 가까이 다가가 피사체의 질감이 잘 나타나도록 매우 정교하게 찍는 것도 좋습니다.

둘째는 원근감입니다. 사진은 평면적이기 때문에 앞뒤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렌즈가 하나이다 보니 공간감이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두 사람이 옆으로 나란히 서서 나를 향해 걸어 올 경우 사진을 찍으면 누가 앞이고 누가 뒤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더 크게 보이는 사람이 앞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키는 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진에서 불완전한 원근감을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중첩과 반복입니다. 찍는 각도를 달리해서 두 개 이상의 피사체를 서로 겹쳐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온전하게 나온 피사체는 앞이고, 가려진 것은 뒤에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앞뒤가 명확해집니다. 이른바 ‘어깨걸이샷’이라는 것도 중첩의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이는 주가 되는 피사체 앞에 뭔가를 위치시키고 그 너머로 겹쳐지게 사진을 찍는 방법을 말합니다. 공간감이 커지며 원근감도 강조됩니다. 또 비슷하게 패턴을 가진 피사체를 일렬로 세워 점점 더 줄어 들게 처리하는 것도 원근감이 잘 드러납니다.

크거나 작은 피사체 찍을 때는 비교대상 둬야


▎[사진4] 덕수궁
원근감은 렌즈 선택에 따라 달라 질 수도 있습니다. 50mm 표준렌즈가 사람의 눈과 비슷한 원근감을 보여준다면 이보다 초점거리 짧은 광각렌즈는 원근감이 과장되게 나타납니다. 반면에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는 원근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진4]는 덕수궁에 눈이 내리는 장면입니다. 앞에 있는 건물과 뒤에 있는 건물이 중첩돼 있습니다. 겹쳐진 두 건물이 넉넉한 공간을 만들어 내며 눈 내리는 고궁의 모습을 운치 있게 표현해 줍니다.

셋째는 사진은 크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사진에 찍힌 피사체는 그 자체로는 절대적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사진 속 피사체의 크기는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견주어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뭔가 처음 보는 피사체를 설명하거나 아주 크거나 작은 피사체를 찍을 때는 반드시 비교대상을 두어야 크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수퍼호박이 나왔다’는 뉴스를 내보낼 때는 사람이 호박을 팔로 에워싸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위에서 열거한 사진의 특징은 사람에 눈과 비교하면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면성이나 원근감, 사진의 크기 등을 역이용하면 사진의 장점이 됩니다. 창조적이고, 개성이 잘 나타나는 자기만의 사진문법이 됩니다. 사진의 특징을 이용해서 예술적인 반전의 미학을 보여줄 수 있다면 오히려 더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

1399호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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