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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의 건강학]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생명의 불꽃’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소화효소 부족하면 장내에 독소 생겨...생채소·곡물 섭취량 늘려야

효소는 몸의 모든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입에는 아밀라아제, 위에는 프로테아제, 췌장에는 리파아제 등 인체 곳곳에 효소가 존재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체 내 효소만 수천여 종에 달하고, 지금도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다. 몸이 움직이려면 세포는 화학반응을 해야 한다. 세포는 화학반응을 통해 성장과 사멸을 반복한다. 효소는 화학반응의 촉매제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체내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을 작은 분자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효소를 ‘생명의 불꽃’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의 효소는 소화 작용을 돕고 신체 전반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등공신이다. 효소가 없으면 체내에 영양소나 비타민이 아무리 풍부해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문제는 현대인에게 효소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체내 세포 수가 줄어들면서 전체 효소의 양이 감소한다. 체내 효소 보유량이 20대는 60%라면 40대는 40%, 60대는 25%로 점점 준다.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신현재 교수는 “나이가 들면 위장·췌장·소장 등에서 효소 생성이 줄고 효소의 활성도 약해진다”며 “이로 인해 상당수 노인들이 소화 기능 장애나 활력 저하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식습관도 체내 효소 부족을 부추긴다. 인스턴트 음식 섭취가 대표적이다.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에는 효소가 풍부하다. 이와 달리 가공·가열한 식품에는 효소가 파괴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40도가 넘으면 활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식·과음을 할 때도 음식물 분해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효소가 빠르게 고갈된다.

특히 장내에 소화효소가 부족하면 건강의 뼈대가 흔들릴 수 있다. 첫째, 장내에 독소가 생기기 쉽다. 소화효소는 음식물을 분해하고 영양분이 체내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 그러나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소화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화불량은 장내 미생물(대장균)의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환경을 만든다. 이때 미생물은 독소(엔도톡신)를 분비해 장내에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는 “소화효소의 분비가 원활하지 못할 때, 위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내장지방이 있을 때 장내 유익균·유해균의 균형이 깨지면서 엔도톡신이 많이 분비된다”고 설명했다.

둘째, 식욕 억제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한다. 일반적으로 지방을 섭취하면 리파아제가 지방을 지방산으로 분해한 다음 체내에 흡수시킨다. 그러면 지방산은 식도와 장을 자극해 식욕 억제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이 호르몬은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해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리파아제가 부족해 정상적으로 지방이 소화되지 않으면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긴다. 결국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음식을 계속 섭취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비만으로 악화할 위험이 커지는 셈이다. 신 교수는 “효소를 체내에 공급하면 몸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몸에 효소를 충분히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효소를 보충하려면 우선 효소 함량이 높은 생채소나 과일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그러나 효소는 열에 취약하기 때문에 먹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효소 제품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곡물 발효 효소가 함유된 제품이다. 효소는 발효 과정 중에 많이 생성된다. 곡물에 식용 미생물을 접종해 발효하는데, 미생물은 곡물의 영양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아밀라아제·리파아제 등 다양한 천연 효소를 만들어낸다. 특히 곡물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영양소 섭취원이다. 현미·보리·대두·밀·옥수수·율무 등의 곡물에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뿐 아니라 장내 환경을 정비하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장내 유해성분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1400호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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