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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른 청약시장 가보니] “막차타자”… 8·2 효과로 문전성시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규제지역 9월부터 청약 조건 강화 … 투자 열기 이어지긴 어려울 전망

▎지난 9월 8일 문을 연 다산자이 아이비플레이스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분양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GS건설
정부의 8·2 대책에도 아파트 청약시장이 뜨겁다. 서울·수도권에서는 문을 여는 견본주택마다 예비 청약자로 문전성시다. 청약조건 강화 전에 ‘청약 추첨제’ 막차를 타려는 실수요가 몰리는가 하면 인기 지역에선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까지 적극 청약에 나서고 있는 영향이다. 하지만 가을까지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벌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단지가 나오는 등 청약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청약 양극화 현상 뚜렷해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견본주택을 찾은 관람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삼성물산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9월 14일 진행된 서울 개포동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의 청약 1순위 접수 결과 평균 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청약 1순위 접수를 받은 ‘다산자이 아이비플레이스’도 최고 18.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단지는 견본주택 개관 때부터 수만 명의 예비 청약자가 몰리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다산자이 시공사인 GS건설의 관계자는 “다산신도시는 규제지역이어서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지만 다산신도시 내 마지막 민간 아파트라 청약통장을 쓰겠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앞선 9월 12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중랑구 ‘한양수자인 사가정 파크’도 평균 6.4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마감했다. 이 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는 경쟁률이 115대 1에 달했다.

이들 단지는 모두 8·2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아파트다. 6·19, 8·2 대책 영향으로 강남구는 청약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중랑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남양주는 청약조정 대상지역으로 각각 묶였다. 특히 래미안 강남포레스트는 중도금 대출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 아파트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은 “시공사 보증으로 집단대출을 추진 중이지만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은 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서울 대치동에서 온 60대 주부 이모씨는 “원래 갖고 있던 집을 팔면 대출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랑구는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지역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중랑구 아파트 값은 5.64% 오르는 데 그쳐 서울 전체 평균(9.07%)를 크게 밑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럼에도 8·2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등 규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지만 청약자가 몰리면서 기대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고강도 대책에도 청약시장에 수요가 몰리는 건 규제 강화 전 막차를 타려는 실수요가 대거 몰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7.74대 1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정부가 8·2 대책을 통해 청약가점제 확대 시행 등을 예고하자 그 전에 실수요 등이 적극 청약에 나섰다는 것이다. 청약가점제가 확대 시행되면 가점이 낮아도 당첨될 수 있었던 25%의 기회가 사라지고, 무주택 기간 등이 짧으면 당첨 확률이 확 떨어진다. 또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2년이 안되면 아예 1순위 청약기회를 얻지 못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주택자나 새 아파트, 좀 더 넓은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는 사실상 마지막 청약 기회”라며 “이들이 적극적으로 청약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화한 청약 요건은 9월 중하순이면 시스템이 개선되면 곧바로 적용된다.

정부의 잇단 규제로 분양가가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지목돼 8·2 대책에서 집중포화 규제를 맞은 강남에서는 정부 압박에 분양가가 내려가면서 폭발력이 커졌다. 전방위 규제에도 오히려 당첨만 되면 수 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청약자가 대거 몰리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8·2 대책 이후인 7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GS건설의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평균 168대 1, 최고 5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분양한 단지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권에서 지난해 10월 분양한 아크로 리버뷰(평균 306대 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주변 시세가 있는데 이 가격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 결국 어떤 규제가 나와도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희소성과 우수한 입지, 청약 규제가 확대 시행 전 마지막 강남 입성 기회라는 점이 수요자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떨어져 시세차익 매력 커져

여전히 주택 공급이 적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등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시장을 규제하면 서울에선 주택 공급이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은 집을 지을 새 땅이 없어 사실상 재개발·재건축이 유일한 신규 주택 공급처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로 등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면 다시 사업이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서울에선 새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신규 공급이 끊기면 몇 년 뒤 다시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지역 아파트에 청약자가 몰리는 건 아니다. 비인기지역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도 썰렁한 모습이다. 8월 경기도 양평군에서 분양한 ‘양평양수리 더 리버파크’는 62가구를 공급했지만 청약 접수가 6건에 그쳤으며, 경기도 포천시에서 선보인 ‘포천 신읍 코아루 더 스카이’는 청약자가 1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간 청약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경기도 화성시 ‘동탄2 중흥S-클래스 더 테라스’ 역시 366가구를 공급했지만 순위내에서 222가구를 모집하는 데 그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비교적 인기가 떨어지는 지역의 단지는 대책 여파가 크게 작용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투기과열지구라도 수요자 입장에선 입지 등 요건이 더 좋은 곳으로 몰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앞으로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규제 지역에선 1순위 청약 제한 시작

전문가들은 그러나 새로운 청약 시스템이 구축되면 청약 열기도 식을 것으로 내다본다. 당장 청약 1순위 요건을 갖춘 사람이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1순위로 청약하려면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2년(24회) 이상 돼야 한다. 지금은 수도권은 1년, 지방은 6개월 이상이면 1순위 자격을 얻는다. 가입기간 1년을 갓 넘긴 예비 청약자도 1년을 더 기다려야 투기과열지구·청약조정대상지역 아파트에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청약조정대상지역의 1순위 대상은 주민등록등본상의 세대원 기준으로 무주택자 또는 1주택 세대주만 가능하며, 5년 이내에 다른 주택에 당첨된 사실이 없어야 가능하다.

여기에 청약가점제가 강화하면 다주택자는 사실상 당첨 기회가 사라진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기간(2~32점), 부양가족 수(5~35점), 청약통장 보유기간(1~17점) 등의 합산 점수가 높은 청약자에게 우선으로 일반 물량을 배정하는 제도다. 청약가점제 물량은 85㎡ 이하 중소형의 경우 현행 40%에서 청약조정대상지역은 75%, 투기과열지구는 100%로 확대된다. 85㎡ 초과 중대형에도 각각 30%, 50%가 적용된다.

그동안 중대형은 일부 공공택지를 제외하고 100% 추첨제 방식으로 당첨자를 선정해 다주택자 등도 청약에 나설 수 있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쏠림현상이 예상되는 인기 단지는 당첨이 목표인지 제대로 된 내 집 마련이 목표인지를 정해 당첨이 목표라면 비인기 타입이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중 대형 주택형 위주로 청약신청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박스기사] 정부, 예비당첨자 늘려 미계약 소화 - 견본주택에서 사라진 내집마련신청서


최근 새로 문을 연 견본주택에서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른바 ‘내집마련신청’을 작성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이 사라졌다. 국토교통부가 사전에 미계약 물량 청약 신청을 받는 행위(이른바 내집마련신청)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7월 청약 시작 전 ‘내집마련신청’을 받거나 청약금을 받는 행위는 위법이라며 내집마련 신청 등 사전예약을 받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내집마련신청은 정당계약과 예비당첨자 계약을 마무리한 후 부적격자나 미계약 물량을 사전에 신청서를 작성한 사람에게 추첨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다주택자도 운만 따르면 당첨이 가능해 투기세력에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래서 국토부는 떴다방과 다주택자 배만 불리는 내집마련신청을 없애고 대신 예비당첨 비율을 늘리라고 권고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최근 분양에 나선 건설사는 대부분은 예비당첨자 비율을 기존 20%에서 40%로 확 늘렸다. 서울 개포동 ‘래미안강남포레스트’를 비롯해 면목동 ‘한양수자인사가정파크’, 구로구 항동지구 ‘한양수자인와이즈파크’,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다산자이 아이비플레이스’ 등은 모두 예비당첨자 비율을 40%로 책정해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다. 그리고 견본주택에서 받던 내집마련신청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미계약 물량이 생길 것을 우려해 일부 건설사는 정당계약과 예비 당첨자 계약을 한 뒤에도 남은 물량에 대해선 사전에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고객에 한해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안내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아예 추가 모집 자체를 막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건설 업체들의 지적을 수용해 견본주택에 이름과 전화번호 정도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건 허용키로 했다”고 전했다. 계약자는 추첨이나 선착순 방식으로 정한다.

이 때문에 내집마련신청을 받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비당첨자를 늘리면 미계약 물량이 과거보단 줄겠지만 어차피 미계약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사들의 주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계약 물량의 공급 방식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일뿐”이라고 지적했다.

1402호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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