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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 프로는 배경을 먼저 본다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
미적인 구성 가능하고 주제 돋보이게 하는 효과

▎사진1. Jane, 2017
사진은 매우 공격적인 매체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총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전투기 시뮬레이션 게임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레이더가 적기를 탐지하면 ‘삐리릭’하는 전자음과 함께 목표물이 ‘락온(lock on)’ 됩니다. 순간 반사적으로 버튼을 누릅니다. 미사일이 적기를 추적해가며 명중시킵니다. 화염을 내뿜으며 추락하는 전투기를 보며 희열을 느낍니다.

사진도 그렇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작동원리는 컴퓨터와 비슷합니다. 피사체를 보고 셔터를 누르면 전파가 나가며 초점을 맞춥니다. 렌즈 경통이 돌아가는 느낌이 촉감으로 전달됩니다. 초점이 정확하게 맞으면 ‘삐리릭’하는 소리가 납니다. 이어서 ‘찰칵’ 하고 셔터 막이 열렸다 닫히며 사진을 찍습니다. 원하는 장면을 얻으면 그 기쁨은 컴퓨터 게임 이상입니다. 특히 움직이는 피사체의 결정적인 순간을 낚아챌 때는 짜릿한 전율마저 느끼게 됩니다.

정말 좋은 장면을 만나면 피사체 이외의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온 신경을 피사체에만 오롯이 집중합니다. 그런데 사진을 확인해보면 뜻밖에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주가 되는 피사체는 온전이 잘 나왔지만 배경이 안 좋기 때문입니다. 또 사진을 찍을 때는 보지 못했던 엉뚱한 장면이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사체에만 집중하다 배경 때문에 망치는 경우도

컴퓨터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적기가 나타나면 한 대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격추시키기 위해 따라가다 보면 엉뚱한 곳에서 미사일이 날아와 자신이 격추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 보기 때문입니다. 인생사도 그렇습니다. 너무 한 곳에 집중하다 보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이든 게임이든 ‘선수’는 판 전체를 읽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프로는 배경을 먼저 본다”고 말합니다. 배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배경을 선택하고, 구성요소를 취사선택합니다. 빠른 시간에 프레이밍을 끝냅니다. 시각 심리학에서는 사람은 뭔가를 볼 때 전경과 배경을 분리해서 본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택적으로 보기 때문에서 전경은 자세히 보지만 배경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사진에서는 배경도 전경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미적인 화면 구성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주제가 돋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에서 배경을 단순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세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첫째는 전경과 배경의 노출 차이를 이용해 전경보다 더 어둡거나, 밝은 배경을 택하는 것입니다. 특히 밝은 배경의 역광을 이용하면 피사체가 실루엣으로 나타나 분위기 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사진1].

‘사물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사진2. 뱃놀이, 2017
두 번째는 피사계 심도를 이용해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사진의 밝기는 셔터타임과 조리개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피사체의 밝기가 같은 조건이라면 셔터타임을 높이고, 조리개(f값)를 열면 열수록 배경이 흐릿해 집니다. 이를 ‘아웃 포커싱’ 효과라고 말합니다. 또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망원렌즈일수록 배경이 흐려지게 됩니다. 세 번째는 단색으로 된 평면적인 배경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을 때 배경지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배경이 단순하면 주제가 부각됩니다. 사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사물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사물일지라도 배경을 단순하게 처리하고 주제를 돋보이게 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외에도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특수기법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줌잉(zooming)’이나 ‘패닝(panning)’ ‘장노출’이 그것입니다. 줌잉은 줌 렌즈를 이용한 촬영 기법입니다. 피사체를 중앙에 놓고 줌을 밀거나 당기며 사진을 찍습니다. 가운데 있는 피사체는 정지된 상태로 보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중앙을 향해 흐릿한 선을 그린 듯한 상태가 됩니다. 중앙을 향해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를 냅니다. 패닝은 움직이는 사람이나 사물을 따라가면서 찍는 방법을 말합니다. 움직이는 피사체는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배경은 선의 형태로 뭉개집니다. 속도감을 낼 뿐만 아니라 배경을 단순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줌잉이나 패닝은 느린 셔터를 이용해야 그 효과가 커집니다. [사진2]는 보트를 타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을 찍은 것입니다. 보트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촬영했습니다. 배와 배에 탄 사람들은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배경이 선을 그리며 흐려져 속도감을 더해줍니다. 장노출은 느린 셔터로 촬영하는 방법입니다. 셔터 타임이 길면 길수록 움직이는 것은 흔적만을 남기며 사라지고 고정된 것만 선명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복잡한 거리에서 느린 셔터로 촬영하면 움직이는 사람은 뭉개지거나 사라집니다. 상대적으로 가만이 서 있는 사람은 정지된 상태로 나오며 눈길을 끕니다. 광고에서 이 기법을 종종 사용합니다. 줌잉·패닝·장노출 기법은 느린 셔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삼각대를 사용해야 합니다. 또 많은 훈련이 있어야 셔터타임에 따른 사진효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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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호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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