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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상처 탓에 터놓고 지내는 사람 없어그녀는 지금 마음 터놓고 지내는 사람이 없다. 인간관계가 늘 피상적이다. 그렇다고 사교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모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흥미를 못 느끼고, 상대가 접근하면 거리를 둔다. 남자도 사귀어 보지만 이내 시들어진다. 현재를 살아가는 데 아무런 불편은 없다. 하지만 왠지 허전하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끝없는 회의와 의문에 빠진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그녀는 개인주의자로 살고 있다. 남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남이 가깝게 접근하는 것을 꺼린다. 그런데 그녀의 본성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열정주의자다. 안으로부터 폭발하는 에너지를 주체 못하고, 밝은 세상을 꿈꾸는 낙천가다. “이대로 살아가야 되는 걸까?” 그녀는 이기주의자로 살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다소 까칠하고 늘 거리를 둔다. 그런데 그녀의 본성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성인군자다. 그녀는 자연을 좋아하고 동물을 사랑하고, 전철에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반드시 양보한다.“나는 누구일까?”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가 같은 사람이 있고,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가 다른 사람이 있다. 그녀는 분명히 후자에 속한다. 무엇이 그녀를 겉과 속이 다르게 만들었을까? 개인적 나와 사회적 나가 있다. ‘개인적 나’는 내가 보는 나다. 성찰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의식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적 나’는 관찰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남이 보는 나다.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성찰과 관찰에는 항상 갭이 존재한다. 성찰은 주관적이고, 관찰은 객관적이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같지 않다. 둘 사이에 간격을 좁히는 데 ‘관계’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관계는 ‘보다 정확한 나’를 평가하는 온도계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한다.“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 있고, 하고 싶은 대로 못사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분명히 후자에 속한다. 무엇이 그녀를 하고 싶은 대로 못살게 만들었을까? 삶의 덫이란 게 있다. ‘삶의 덫’은 어린 시절에 겪은 부정적인 감정 경험이다. 일생에 걸쳐 스스로를 옭아매는 부정적인 자기 개념이다. 어떤 사람은 거절당할까 초조해하고, 어떤 이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분노를 좀처럼 삭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주변 사람에게 인정을 갈구하는 이도 있고, 매사 부정적인 사람도 있다. 거절·실패·분노·인정·부정성은 대표적인 5가지 삶의 덫이다. 삶의 덫은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진 상처다. 제한 신념으로 작동해 매번 앞길을 가로막고, 수학 공식처럼 작용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만든다.“진짜 나는 누구일까?” 인간은 누구나 자기실현과 자기 초월의 욕구를 가진다. ‘사회적 나’에서 ‘본래의 나’로 돌아가려는 욕구다. 융은 최고의 자기실현이란 ‘신성(神性)의 체험을 통해 부처나 예수와 같은 태곳적 원형에 도달하는 것’이라 말한다. 사자 한 마리가 어린 시절 양 무리와 함께 자랐다. 하루는 지나가던 어미 사자가 양들 틈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어린 사자를 봤다. 어미 사자는 어린 사자를 냇가로 데리고 갔다. 어린 사자는 냇가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는 순간 크게 놀라면서, 자기도 모르게 ‘어흥’이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미는 장미인 것이 장미다.”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겉도는 관계를 청산하자. 먹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자. 겉도는 관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연인과의 달콤한 사랑으로 나아가자. 용기가 필요하다. 애완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자. 겉도는 관계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친구와의 끈끈한 사랑으로 나아가자. 슬기가 필요하다. 어머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자. 겉도는 관계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스승과의 따스한 사랑으로 나아가자. 지혜가 필요하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인생의 여정에서 어떠한 집착도 금기다.
“장미는 장미인 것이 장미다”둘째, 숨겨진 상처를 대면하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몸을 이완시키자.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자. 과거 사건현장으로 가서 상처받은 소녀를 만나보자. 아주 힘들었던 사건일 수 있다.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가? 두려움과 수치심에 떨 수 있다. 감정이 힘들면 상공으로 높이 올라가고, 감정이 누그러지면 현장으로 내려가자.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면 부정감정이 점점 사라질 것이다. 담담해질 때, 사건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찾아보자. 그리고 교훈을 간직한 채 현재로 돌아오자.셋째, 진실한 관계를 추구하자. 나와의 관계에서 솔직해지자. 과거는 이미 지나가고 없다. 잘 한 것은 자축한 후 지워버리고, 잘못한 것은 용서한 후 태워버리자. 점차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가 같아질 것이다. 너와의 관계에서 솔직해지자.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진다. 좋은 것은 따라서 배우고, 나쁜 것은 반성의 거울로 삼자. 점차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오신(三省吾身)이란 말이 있다. 하루에 세 번 반성한다는 뜻이다. “남을 위해 일하는 데 진심을 다했는가? 친구와 사귀는 데 신의를 지켰는가? 스승에게 배운 것을 제대로 익혔는가?”
※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