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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리콜 … 한국에선 지지부진문제가 생긴 이후에 리콜이나 보상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 소비자는 찬밥이라는 지적이 있다. 폴크스바겐 리콜 사건 이후 미국과 유럽에선 전량 리콜과 소비자 보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도 보상 문제를 놓고 소비자와 회사 간 지지부진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정부의 리콜이행 권고도 무시하는 사례가 있다. 벤츠는 지난 1년간 다카타 에어백 탑재 차량에 대한 당국의 리콜이행 권고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다카타 에어백은 차량 충돌시 과도한 폭발 압력으로 내부 부품의 금속 파편이 튀어 탑승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문제가 있다. 2013년부터 세계적으로 약 1억대의 리콜이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벤츠에 권고한 모델은 1만8700여대다. 하지만 벤츠코리아는 불과 137대의 차량만 리콜을 실시했다. 정부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업체가 이행하지 않아도 마땅히 제제할 방법이 없다.수입차 관리 제도의 허점은 판매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수입차를 법인차량으로 등록해 세금을 피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기준 가격이 5000만원 이상인 고가 수입 자동차 가운데, 법인차 판매수는 5만1858대에 달한다. 5000만원 이상 고가 수입 법인차는 2015년 같은 기간 5만3135대 팔렸다가, 2016년엔 4만6420대로 줄었다. 정부의 법인차 과세 강화로 지난해 주춤했다. 하지만 채 1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예전의 판매량을 넘어서고 있다.2016년 정부가 규제를 강화했던 이유는 법인 명의로 고가 수입차를 구매해 세금을 감면 받고, 실제로는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서였다. 차량을 법인용으로 등록하면 연간 감가상각액과 유지비 등 1000만원에 대해 법인세법상 손실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 차량을 개인이 아니라 법인용으로 사용했다는 운행 기록부만 작성하면 차량 구입비용도 전액 사업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컨대 6000만원 상당의 독일 세단을 법인 명의로 구입하면 1700만원을 할인받는 셈이다.실제로 수입차 중에서 법인차로는 벤츠 E클래스가 가장 많이 팔렸다. 벤츠 E클래스(E220d, E220d 4매틱, E300, E300 4매틱 등 4개 차종 포함)는 올 1~9월 법인 명의로 7829대 팔렸다. 올해 전체 수입 법인차 판매(6만956대) 10대 중 1대는 벤츠 E클래스인 셈이다.단일 차종으로는 기준 가격이 6630만원인 BMW의 520d가 1~9월 동안 법인에 3020대가 팔려 가장 많았다. 럭셔리 카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도 1~9월까지 법인이 60대를 구매해 지난해 41대보다 46%나 증가했다.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 법인차는 규제 전 판매량을 넘어섰다. 2015년 1~9월에 7000만~1억원의 수입 법인차는 1만6635대가 팔렸고, 2016년엔 이보다 2640대 줄어든 1만3995대가 판매됐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만7925대나 팔렸다.
법인차 운행기록부 관리 체계 미흡고가 수입 법인차 판매가 다시 증가한 원인으로는 정부 관리·감독 부실이 꼽힌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 차원에서 개정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도 고가 차량의 법인 소유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세무조사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표준 운행기록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허술하다. 국내 표준 운행기록부는 주행 전 계기판 거리와 주행 후 계기판 거리, 출퇴근 사용 거리, 업무용 사용 거리만 숫자로 기입하게 돼 있다. 이와 달리 미국과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업무용 차의 사적 이용을 막기 위해 운행 기록을 자세히 적도록 한다. 예컨대 호주의 운행기록부는 자택 주차 일수와 목적지, 사용 목적 등을 자세히 서술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운행기록부에 도착지, 사용 목적, 운행 중 기름값, 톨게이트 비용 등 유지비까지 기재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운행 기록부 작성 규정 도입 이후 허위 기재 등으로 규제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걸 학습했기 때문에 당분간 고가 수입 법인차 판매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