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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정부 관리에 웃는 수입차 업계] 탈세 온상 법인차 판매 늘고 리콜은 나몰라라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국내 인증규정 위반도 예사 … 정부 관리·감독 강화해야

▎한 지방은행에서 매각하려고 내놓은 람보르기니. 이 은행은 고가의 법인차 19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포르쉐코리아가 한국 인증 규정을 위반했다. 환경부는 11월 9일 이들이 ‘대기환경보전법’상 인증규정을 위반했다며 인증 취소와 과징금 처분 등의 행정처분을 사전통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문제가 확인된 차종에 한해 리콜명령이 추가적으로 내려지게 된다”며 “인증 취소 및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은 수입사에 내려지는 것으로 기존 차량 소유자는 차량을 운행하거나 매매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20만대의 차량 중 인증이 나오기 이전에 일부 수입 통관이 이뤄진 사례와 함께 변경인증 또는 변경보고가 누락된 채 일부 수입 통관이 있었던 것”이라며 “수입 프로세스와 인증 프로세스 간의 조율이 원활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수입차 인증은 수개월 간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작업이다. 수백 페이지의 기술 보고서를 분석하고 일부 모델을 선별해 환경부 산하 연구소에서 실제 주행 테스트도 받는다. 하지만 모든 차량과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기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 일부 수입 브랜드들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인증을 통과하는 꼼수를 사용해왔다. 지난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사례처럼, 유럽에서 진행한 실험 자료의 수치를 왜곡해서 서류를 작성하는 일도 있다. 인증 기간이 너무 길다며 항의한 업체들도 여럿이다. 한 수입차 브랜드 임원은 “유럽 인증을 통해 도로에서 실제로 주행 중인 모델”이라며 “한국 정부의 과도한 인증 절차는 하나의 무역 장벽”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고급 브랜드조차도 인증 과정에서 번번히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벤츠의 경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에 수입해 판매한 21개 차종의 배출가스 또는 소음 관련 부품을 인증받은 것과 다른 부품으로 제작해 8246대를 수입해 팔았다. 환경부는 C63 AMG 등 19개 차종의 경우 점화코일, 변속기, 냉각수온센서 등의 배출가스 관련 부품을 인증받은 것과 다른 것으로 적용했으며, ML350 블루텍(BLUETEC) 등 2개 차종은 인증받은 것과 다른 소음기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리콜 … 한국에선 지지부진

문제가 생긴 이후에 리콜이나 보상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 소비자는 찬밥이라는 지적이 있다. 폴크스바겐 리콜 사건 이후 미국과 유럽에선 전량 리콜과 소비자 보상이 빠르게 진행됐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도 보상 문제를 놓고 소비자와 회사 간 지지부진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정부의 리콜이행 권고도 무시하는 사례가 있다. 벤츠는 지난 1년간 다카타 에어백 탑재 차량에 대한 당국의 리콜이행 권고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카타 에어백은 차량 충돌시 과도한 폭발 압력으로 내부 부품의 금속 파편이 튀어 탑승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문제가 있다. 2013년부터 세계적으로 약 1억대의 리콜이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벤츠에 권고한 모델은 1만8700여대다. 하지만 벤츠코리아는 불과 137대의 차량만 리콜을 실시했다. 정부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업체가 이행하지 않아도 마땅히 제제할 방법이 없다.

수입차 관리 제도의 허점은 판매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수입차를 법인차량으로 등록해 세금을 피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기준 가격이 5000만원 이상인 고가 수입 자동차 가운데, 법인차 판매수는 5만1858대에 달한다. 5000만원 이상 고가 수입 법인차는 2015년 같은 기간 5만3135대 팔렸다가, 2016년엔 4만6420대로 줄었다. 정부의 법인차 과세 강화로 지난해 주춤했다. 하지만 채 1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예전의 판매량을 넘어서고 있다.

2016년 정부가 규제를 강화했던 이유는 법인 명의로 고가 수입차를 구매해 세금을 감면 받고, 실제로는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서였다. 차량을 법인용으로 등록하면 연간 감가상각액과 유지비 등 1000만원에 대해 법인세법상 손실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 차량을 개인이 아니라 법인용으로 사용했다는 운행 기록부만 작성하면 차량 구입비용도 전액 사업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컨대 6000만원 상당의 독일 세단을 법인 명의로 구입하면 1700만원을 할인받는 셈이다.

실제로 수입차 중에서 법인차로는 벤츠 E클래스가 가장 많이 팔렸다. 벤츠 E클래스(E220d, E220d 4매틱, E300, E300 4매틱 등 4개 차종 포함)는 올 1~9월 법인 명의로 7829대 팔렸다. 올해 전체 수입 법인차 판매(6만956대) 10대 중 1대는 벤츠 E클래스인 셈이다.

단일 차종으로는 기준 가격이 6630만원인 BMW의 520d가 1~9월 동안 법인에 3020대가 팔려 가장 많았다. 럭셔리 카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도 1~9월까지 법인이 60대를 구매해 지난해 41대보다 46%나 증가했다.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 법인차는 규제 전 판매량을 넘어섰다. 2015년 1~9월에 7000만~1억원의 수입 법인차는 1만6635대가 팔렸고, 2016년엔 이보다 2640대 줄어든 1만3995대가 판매됐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만7925대나 팔렸다.

법인차 운행기록부 관리 체계 미흡

고가 수입 법인차 판매가 다시 증가한 원인으로는 정부 관리·감독 부실이 꼽힌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 차원에서 개정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도 고가 차량의 법인 소유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세무조사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표준 운행기록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허술하다. 국내 표준 운행기록부는 주행 전 계기판 거리와 주행 후 계기판 거리, 출퇴근 사용 거리, 업무용 사용 거리만 숫자로 기입하게 돼 있다. 이와 달리 미국과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업무용 차의 사적 이용을 막기 위해 운행 기록을 자세히 적도록 한다. 예컨대 호주의 운행기록부는 자택 주차 일수와 목적지, 사용 목적 등을 자세히 서술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운행기록부에 도착지, 사용 목적, 운행 중 기름값, 톨게이트 비용 등 유지비까지 기재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운행 기록부 작성 규정 도입 이후 허위 기재 등으로 규제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걸 학습했기 때문에 당분간 고가 수입 법인차 판매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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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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