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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과잉 시대 무기질 결핍] 면역력 떨어지고 피로한 당신 왜?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채소·나물류 덜 먹어 칼륨·철분·셀레늄 등 모자라...심부전·골다공증 위험도

▎사진 : GETTY IMAGES BANK
33살 여성 직장인 김채린씨. 그는 평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이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헬스장을 찾아 유산소·근력 운동을 한다. 또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어 젊은 나이지만 칼슘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는다. 얼마 전부터는 항산화 작용에 좋다는 비타민C 건강기능식품도 추가했다. 끼니도 웬만하면 거르지 않는다. 잠들기 전 챙겨 놓은 샌드위치를 아침에 바로 먹고 출근한다. 점심은 주로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퇴근 후 저녁은 평소 먹고 싶던 메뉴를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삼겹살·떡볶이·라면·햄버거 등이 주 메뉴다. 사실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채소나 나물 반찬보다는 밀가루로 만든 빵과 면, 고기류를 좋아했다. 하지만 몸매가 날씬한 편이어서 살찔 걱정 없이 평소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커피를 하루 4잔 이상이나 마시는 것이다.

삼시 세끼를 잘 챙겨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김씨의 영양 상태는 어떨까. 모발 무기질 검사법으로 김씨의 체내 무기질 함량을 분석해봤다. 모발 무기질 검사는 두피에서 가까운 모발 3㎝를 채취해 진행한다. 이는 3개월 정도 자란 모발로 최근 3개월 동안 몸에 축적된 무기질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김씨의 모발 무기질 검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젊고 건강한 김씨가 ‘무기질 결핍’이었던 것. 칼륨·철분·셀레늄·마그네슘·망간·아연의 체내 함량이 정상보다 적었다. 이 중에서도 칼륨은 정상 수치의 6분의 1, 철분은 5분의 1, 셀레늄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김씨의 경우 채소나 나물류를 거의 먹지 않아 무기질이 결핍된 것”이라며 “별다른 질환이 없는 김씨가 최근 감기 기운을 자주 느끼고 피곤함이 3주 이상 지속됐던 것은 무기질이 결핍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진대사 돕는 ‘일꾼 영양소’


이처럼 무기질 섭취가 부족한 원인으로 ‘채소와 나물을 잘 먹지 않는 식습관’이 꼽힌다. 하지만 한식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피자·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를 즐기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편의점 음식, 간편식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사람이 많다.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도 무기질 결핍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식 밥상에 올라오는 국과 반찬만 골고루 먹어도 웬만한 무기질은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신상아 교수는 “한식을 먹을 기회가 줄어드니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나 나물을 섭취할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고 말했다.

무기질은 우리 몸의 4%를 차지하는 미량 영양소다. 적은 양으로도 신체를 구성하고 신진대사를 도와 ‘일꾼 영양소’로 불린다. 예컨대 칼슘은 뼈와 치아를 구성하고 칼륨은 나트륨과 함께 체내의 수분 양과 산·알칼리 균형을 조절한다. 또 철분은 혈액의 산소를 운반해 신체 곳곳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하지만 미량 영양소라고 만만하게 봐선 곤란하다. 신경 써서 챙겨 먹지 않으면 체내에 무기질이 부족해진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70%에서 칼슘 섭취량이, 성인 여성의 20%에서 철분이 부족했다. 조현 교수는 “한국인은 칼슘·철분·칼륨·아연·셀레늄 등 각종 무기질 섭취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체내에 무기질이 부족하면 다양한 건강 이상 신호가 생긴다. 김씨처럼 피로감이 오래가고 면역력이 약해져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다만 어떤 무기질이 부족한가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은 다르다. 철분이 부족하면 철결핍성 빈혈 증상이, 칼슘과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눈가가 떨리기도 한다.

이처럼 무기질 결핍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연구 결과로 입증되기도 했다. 2010년 한국영양학회지에 실린 ‘우리나라 일부 심부전 환자의 영양소 섭취량 평가 연구’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환자 대부분이 체내 무기질 함량이 부족했다. 연구팀은 “무기질이 부족하면 심부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밝혔다. 2006년 한국식품영양학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체내 칼륨 함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골밀도가 높았다. 칼륨은 칼슘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아 체내 칼슘 농도를 높여준다. 결국 칼륨과 칼슘이 부족하면 골연화증·골다공증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유·채소·해조류로 보충


▎사진 : GETTY IMAGES BANK
부족한 무기질을 보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무기질은 체내에서 만들지 못해 별도로 섭취해야 한다. 이때는 자신의 평소 식습관을 확인해보고 부족한 무기질을 보충하는 식사를 하면 좋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최근 물 대신 커피나 탄산음료로 갈증을 해소하는 사람이 많다. 커피의 카페인은 칼륨이 체내로 흡수되는 것을 막고 소변으로 배출시킨다. 또 콜라 등의 탄산음료에 많은 인 역시 칼륨의 체내 흡수를 방해한다. 보통 원두커피 한 잔을 마실 때 같은 양 이상의 물을 마셔야 칼륨이 몸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유를 매일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무기질 보충에 도움이 된다. 하루 우유 3잔을 마시면 칼슘 600~700㎎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섭취 권장량(700㎎)을 채울 수 있다. 또 한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 좋다. 한식은 채소·나물·생선 등 여러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식단이다. 그만큼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다. 농촌진흥청 한귀정 박사는 “요리할 때 제철 식품을 활용하면 좋다”며 “제철 식품은 계절에 스스로 적응하고 자라기 때문에 제철이 되면 영양소 함량이 1년 중 가장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무기질이 풍부한 가을·겨울철 식재료는 무·호박·대추·팥·배추·굴·귤 등이 있다. 한식이라고 해서 굳이 집에서 조리할 필요는 없다. 최근 1인 가구, 맞벌이 가정이 늘며 반찬을 가게에서 구입하거나 반찬 배달 업체에서 배달해 먹는 사람도 많다. 이때는 다양한 재료로 만든 반찬을 골고루 구매해 무기질도 골고루 섭취하도록 한다.

1411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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