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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꽃향기에 상큼한 단맛 품은 원산빠오종 

 

서영수
타이완의 4대 우롱차로 사랑받아 … 편의점에서도 팔 정도로 대중화

▎타이베이 남동쪽에 자리한 핑린의 차밭.
원산빠오종(文山包種)은 꽃향기 휘날리는 화려한 차다. 겨울 초입 스산한 바람이 몸과 마음을 어수선하게 흔들어놓을 때 마시면 따뜻하게 안아주는 아로마세러피 효과가 있다. 청차 계열에서 발효도가 가장 낮아 녹차로 오해받기도 한다. 탕색도 청차보다 녹차에 가까운 연황색이다. 녹차처럼 쓰고 떫은맛 대신 상큼한 단맛이 매력이다. 입에 머금은 차향이 코를 돌아 나올 때 느끼는 화사한 향은 제대로 감칠맛이다. 타이완에 최초로 생산된 원산빠오종은 원조답게 타이완 4대 우롱차(烏龍茶)로 사랑받고 있다.

원산빠오종은 중국 푸젠성(福建省)에서 가져와 이식한 청심우룡품종으로 만들어왔지만 현재는 타이완차엽개량장에서 품종 개량한 다양한 수종으로도 만든다. 청차 계열에서 발효도가 가장 낮은 원산빠오종은 발효도가 7~20% 정도에 머무는 경발효차다. 요즘 트렌드는 전통 제다 기법을 변형해서 30% 안팎까지 발효도를 높인다. 발효도를 결정할 때 최우선 목표는 ‘차에서 얼마나 좋은 향기가 나느냐’다. 원산빠오종은 향기를 위해 태어난 차라고 할 수 있다.

실패를 딛고 환골탈태한 차


▎타이완 편의점에서도 판매되는 원산빠오종.
원산빠오종은 원산(文山)지역이 아닌 타이베이시 난강(南港)에서 1885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창시자는 웨이징이다 1910년 타이완 총독부 기록을 보면 향이 맑고 가벼운 ‘청향제다법’과 맛과 향이 상대적으로 묵직한 ‘농향제다법’을 타이완빠오종 양대 제조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농향’보다 앞서 개발된 ‘청향’ 빠오종 제다 기술을 개발한 웨이징에게 기술 자문을 받은 차 전문가 왕수진이 ‘농향’ 기법을 사용해 원산에서 빠오종을 만들어 보급했다. 1916년 타이완 총독부는 일본인 취향에 어울리는 ‘난강식빠오종차제조법’을 ‘타이완제차기술모법’으로 규정하고 타이완 차농과 제다기술자에게 가르쳤다.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농향’을 좋아하는 소비자 덕분에 원산지역 빠오종이 더욱 인기를 얻으며 빠오종차 원산지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원산빠오종 양대 산맥인 웨이징과 왕수진은 중국 푸젠성 안시현 차 판매상 왕의정이 처음 고안한 차 포장방식을 전수받아 완성된 차를 포장했다. 거칠지만 냄새와 습기를 막아주는 모변지를 이용해 150g 단위로 한약방에서 탕약(湯藥)을 싸주듯 이중으로 포장해 판매했다. 타이완 최북단 차 생산지역에 속하는 원산과 핑린(坪林) 사람은 차나무를 소중하게 여겨 종자기(種仔旗)라고 불렀다. ‘빠오종’이라는 이름은 ‘종자’ 즉 ‘차’를 포장했다는 뜻이다. 차가 수출 품목 1위였던 남탕북차(南糖北茶) 시절 수출 대상국이 선호하는 새와 동물을 목판으로 인쇄해 포장지로 사용했다. 지금은 중국과 타이완 모두 모변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원산빠오종 차엽.
원산빠오종은 실패를 딛고 환골탈태한 차다. 1924년 타이완 총독부 보고서에 따르면 ‘빠오종은 타이완에서 새로 개발된 꽃차’라고 기록되어 있다. 재스민 꽃을 1차 가공한 빠오종에 섞어 꽃향기 입히는 작업을 2회에 걸쳐 실시한 후 꽃과 분리해 차만 건조시켰다. 차 1t에 30kg 정도의 꽃이 필요했다. 완성된 빠오종에 소량의 재스민 생화를 혼합해 출시했다. 꽃향기 입힌 빠오종은 의도했던 좋은 향이 나오지 않았다. 타이완과 중국은 물론 해외 시장 반응도 싸늘했다. 꽃 대신 제조기술로 차 자체에서 향기를 발산하도록 실패를 거듭하며 연구한 결과 발효도가 관건임을 알게 됐다. 꽃향기를 인위적으로 입혔던 시기는 가고 무화향(無花香)빠오종 시대가 열렸다.

원산빠오종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신베이시 핑린차엽박물관을 찾았다. 타이베이 시내를 벗어나 5번 고속도로를 이용해 남동쪽으로 42km 내려오면 신베이시에서 세 번째로 넓은 핑린이 보인다. 핑린 주민 6600여 명 가운데 85%가 차 재배와 생산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차 유통과 연관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대표적 타이완 차향 핑린에서 생산되는 원산빠오종은 연간 2000t 정도 생산되며 상등품 1kg이 150만원에 거래되는 고급 명차다. 강변도로는 잘 정비된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있었다. 인도에 설치된 안전펜스 위에는 차를 우리는 작은 주전자를 형상화해서 차 마을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계 4대 차 박물관으로 인정받은 핑린차엽박물관은 규모 면에선 2위다.

세계 4대 차 박물관으로 인정받은 핑린차엽박물관


▎자전거에서 차를 팔던 모습을 재현한 핑린차엽박물관의 코너.
원산빠오종에 대한 인문학적·지리적 배경과 차의 기원까지 분야별로 잘 정리되어 있는 핑린차엽박물관 외경은 일본 건축물 느낌이었다. 1층에서 시작해 지하 전시관을 내려가 둘러보고 다시 1층으로 나오는 재미난 구조였다. 전시공간은 크게 3주제로 나눠 원산빠오종을 테마로 재배기원과 옛 제조방식과 당시에 사용했던 난해한 기술용어를 알기 쉬운 현대어로 바꿔 보여줬다. 안내인의 자세한 설명도 좋았지만 전시코너마다 QR코드가 있어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동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차 이름이 적힌 명패를 센서 위에 올리면 음성으로 들려주는 센스와 가상 체험 공간에 접하면 단순히 전시에 머물지 않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옆에는 차 시음코너와 차를 살 수 있는 상점이 운영되고 있었다.

원산빠오종은 명품이 하나씩 갖고 있는 근사한 스토리텔링은 없다. 매일 먹는 밥에 대단한 이야기와 설명이 필요 없듯 타이완 어디를 가도 가장 쉽고 친근하게 마주치는 차가 원산빠오종이다. 예전에는 귀한 손님을 위해서만 접대했던 원산빠오종은 전통찻집뿐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차를 추상적인 도와 허례허식에 얽매이는 예절이 아닌 일상생활 속으로 끌어들인 타이완 차는 실용이 우선이다.

※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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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호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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