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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 보이는 선, 보이지 않는 선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선의 조화로운 배열은 집중감·통일감 만들어 … 선 자체로 감정·의미 담기도

▎[사진1] 서핑, 2016
이른바 ‘몸짱’ 열풍이 거셉니다. TV 홈쇼핑 광고에는 연일 운동기구 광고가 쏟아져 나옵니다. 집집마다 런닝머신이나 자전거 운동기구 하나쯤은 다 있습니다.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몸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운동을 합니다. 몸짱은 몸의 균형과 비례가 잘 잡혀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남자의 경우 Y자형의 넓은 가슴과 우람한 근육이 남성미를 풍겨야 합니다. 여자의 경우는 가슴과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선이 S라인을 이루고, 몸이 가늘고 길어야 몸짱 반열에 듭니다.

균형과 비례의 핵심은 선

몸을 가꾼다는 것은 결국 인체의 윤곽선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입니다. 아름답다는 것은 균형과 비례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선에 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선이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선도 있고 인공적인 것도 있습니다. 선에는 보이는 선과 보이지 않는 선이 있습니다. 보이는 선은 수학적인 선입니다. 점과 점으로 연결된 선입니다. 담, 울타리, 산의 능선, 길, 전기줄, 사람이나 건축물의 윤곽선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빛도 선을 만들어냅니다. 그림자, 직사광선의 양지와 음지의 경계선, 역광이나 역사광이 만들어 내는 라인 라이트(line light)도 보이는 선입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선입니다. 보이지 않는 선은 사진을 구성하는 요소의 배열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져 선을 이루는 경우입니다. 선과 선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방향성도 보이지 않는 선을 만듭니다.

시각심리학에서는 보이지 않는 선을 ‘연속성의 법칙(Law of Continuity)’으로 설명합니다. 어떤 장면을 구성하는 요소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며 이어져 있을 때 이를 하나의 단위로 보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선을 구성하는 요소가 끊어져 있더라도 급격하게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눈은 이를 하나의 연속적인 대상, 즉 선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완결성의 법칙(Law of Closure)’도 보이지 않는 선과 관계 있는 개념입니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가 원이나 삼각형 또는 사각형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도형의 형태를 이룰 때 그 모양이 불완전해 보여도 이를 완전한 형태로 인식하게 됩니다. 또 어떤 형상을 이루는 선에 틈이나 공백이 있더라도 이를 연결시켜 완성된 형태로 파악합니다. 예를 들면 카드섹션을 할 때 참가자들의 실수로 선이 끊어지거나 일그러져 있어도 이를 온전한 형태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사선은 긴장감 일으켜


▎[사진2] 공부, 2015
사진에서 선의 조화로운 배열은 집중감과 통일감을 줍니다. 보이는 선이든, 보이지 않는 선이든 사진에서 선은 기본적으로 면분할을 통한 비례와 균형에 관여합니다. 또 길잡이 선, 즉 시각동선의 역할을 합니다. 선의 구성은 프레이밍의 핵심이 됩니다. 이를 잘 활용해야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1]은 호주 골드코스트 해변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을 찍은 것입니다. 뾰족하게 생긴 하얀색 서핑보드가 방향성을 만듭니다. 사진을 보는 시선이 본능적으로 선을 따라갑니다. 그 끝에 공교롭게도 서핑보드와 비슷한 모양의 파도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선이 길잡이 선이 됐습니다. 감상자는 선을 따라 사진 속 세상을 유영하며 작품을 즐깁니다. 연속성과 유사성의 게슈탈트가 있는 사진입니다.

선은 모양내기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은 직선과 곡선 등 형태에 따라 그 자체로 감정과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수평선은 땅을 상징합니다. 사진에도 중력이 작용합니다. 그래서 수평선에는 평온함이 있습니다. 수직선은 하늘과 땅을 연결합니다. 엄격함과 절대성, 나아가서는 신성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버넷 뉴먼(1905~1970)의 색면 추상작품에는 수직선이 자주 등장합니다. ‘짚(Zips)’이라 불리는 수직선을 통해 신비감과 숭고함의 의미를 담습니다. 배병우의 소나무 작품에도 수직선의 미학이 담겨있습니다. 사진에 있는 소나무는 주로 무덤가에 있는 도리솔을 담은 것입니다. 곧게 뻗어 있는 소나무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상징성을 갖습니다.

사선은 긴장감을 줍니다. 사선이 만드는 비스듬한 형태는 운동·갈등·긴장의 아주 강한 역동적 효과를 냅니다. 곡선에는 여성성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또 음악적·시각적 리듬감을 줍니다. 각각의 선이 갖는 고유한 성격은 사진의 주제와 어우러져야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진2]는 해인사 승가대학 스님들이 공부를 하는 모습입니다. 조그만 책상을 펴고 단정하게 앉아 불경을 읽고 있습니다. 스님의 뒷모습을 가르는 수직선의 문틀이 단아하고 엄격한 분위기를 더해 줍니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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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호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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