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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 점이 만드는 화룡점정의 울림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문학의 마침표와 닮은 기능...선·면은 점을 부각시키는 수단

▎[사진1] ‘자연의 솟대’
사진가는 저마다의 눈으로 세상을 편집합니다. 사각형의 눈으로 세상을 스캐닝합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단면을 결합시켜 사진을 찍습니다. 이를 회화에서는 구도, 사진에서는 프레이밍이라고 합니다. 프레이밍의 기술은 사진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관계가 있습니다.

조형예술은 공간적 형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입니다. 사진·회화·조각·건축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조형예술의 기본은 점·선·면입니다. 점과 점이 만나 선을 만들고, 선과 선이 이어져 방향성을 만듭니다. 선의 가장자리를 따라 면이 이루어집니다. 결국 형태라고 하는 것은 점·선·면의 조합입니다.

형태는 점·선·면의 조합


▎[사진2] 설악산 단풍
점은 조형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입니다. 수학적으로 점은 선을 만드는 하나의 미미한 단위에 불과합니다. 방향과 면적은 없으며 위치만 갖습니다. 그러나 시각 예술의 단위로서 점은 위치와 밝기, 크기, 개수에 따라 움직임이나 공간감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점선면]의 저자 칸딘스키는 점은 일정한 크기와 모양을 갖지 않으며 작품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점이 될 수도 있고 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용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찍어 넣는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일의 마무리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때 눈동자는 용을 그린 그림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점입니다. 중국 동진시대의 화가 고개지(顧愷之)는 중국 회화사상 인물화의 최고봉으로 일컫는 인물입니다. 그는 화론에서 “목 위를 그릴 때는 차라리 천천히 그릴지언정 빨리 그리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인물화에서 얼굴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일설에 따르면 그가 사람을 그리는 데 어떤 때는 몇 년 동안이나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사지가 잘 생기고 못생긴 것은 본래 묘처와 무관하니 정신을 전해 인물을 그리는 것은 바로 눈동자에 있다” 고 말했다고 합니다. 고개지가 말하는 눈동자는 화룡점정의 ‘점’과 같은 개념입니다. 오랫동안 생각해서 마지막으로 눈동자(점)를 그려 넣어 그림을 완성합니다. 대가의 무르익은 미의식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눈동자를 상징하는 점은 완결성을 의미합니다. 수학적인 점이 아니라 문학적인 점, 즉 마침표의 개념과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신은 죽었다.’ 라고 할 때 마침표는 완결성과 함께 강한 울림을 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필자 역시 사진을 찍을 때 프레임 안에 있는 구성 요소를 점·선·면으로 단순화시켜서 보려고 애씁니다. 프레임의 취사선택을 과감하게 합니다. 뼈대만 취하고 복잡한 대상은 프레임 밖으로 버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미구조까지 단순해지지 않습니다.

점은 크기나 형태에 관계없이 주인공의 역할을 하게 합니다. 선과 면은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이 됩니다. 선은 점을 향한 시각 동선의 역할을 합니다. 구도의 측면에서 집중감과 통일성을 주는 조형적인 요소로 사용합니다. 면은 점을 에워싸는 배경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은 점을 향한 시각동선 역할

[사진1]은 ‘자연의 솟대’라는 작품입니다. 개막이(갯벌에 소나무 말뚝을 반 타원형으로 박고 말뚝을 따라 그물을 둘러 물고기를 잡는 어로 방법. 바닷물이 드나드는 개고랑을 막아 물고기를 잡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말뚝 위에 갈매기 수십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딱 한 곳만 비어있습니다. 갈매기가 날아와 앉기를 기다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와 빈 곳을 채웁니다. 자연의 솟대가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갈매기는 점, 말뚝은 선, 바다와 하늘은 면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날아온 갈매기는 ‘화룡점정’에 나오는 점의 역할을 합니다. 사진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점이 만들어 내는 울림이 있습니다.

사진은 ‘뺄셈의 미학’이라고 합니다. 단순할수록 아름답고, 주제를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형태심리학에서도 사람은 단순할수록 시각적 효과가 커진다고 말합니다. 대상을 점·선·면으로 단순화시켜서 보는 훈련은 조형적인 감각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진2]는 항공 촬영으로 설악산 단풍을 찍은 것입니다. 산 정상에 필자가 타고 있는 헬리콥터의 그림자가 점처럼 찍혀 있습니다. 단풍은 산 정상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붉은 색의 그라데이션이 보이지 않는 원을 그리며 아래로 내려갑니다. 점을 중심으로 울려 퍼지는 파장이 느껴집니다. 단풍이 점을 중심으로 메아리가 돼 산을 물들입니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

1411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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