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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호모 파덴스' 펴낸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만들고 즐길 줄 알아야 로봇 이긴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호모 파베르와 호모 루덴스의 합성어...반복적이지 않은 일에서 혁신 이끌어야

▎사진 : 프리랜서 원동현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따라오는 문제가 있다. 관련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과거엔 단순 노동력을 기계가 대처했지만 지금은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지적인 분야에까지 변화가 진행 중이다. 알파고에게 이세돌이 무너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첨단 기술은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이 산업의 키워드로 올라선 지 오래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기업도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거세지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우울한 보고서도 계속 나오는 중이다. 지난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도 앞으로 5년 간 71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옥스퍼드 대학은 미국 일자리의 47%가 20년 내 사라질 것이라 경고했다.

“로봇과 인간의 장·단점은 다르다”


▎호모 파덴스 / 저자 이민화 / 출판사 서울신문 / 가격 1만8000원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로봇과 인간의 장·단점은 다르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잘하는 분야에 도전하면 필패다. 지금 아무리 좋은 직업일지라도 기술이 변하면 한순간에 로봇에게 밀려 사라질 수 있다. 이와 달리 로봇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분야가 있다. 여기가 이 교수가 말하는 승부처다. 인간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이를 키워가는 길만이 4차 산업혁명 이후의 변화에서 살아 남는 길이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지, 또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리기 원해서 [호모파덴스]를 집필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인공지능보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반복적이지 않은 일을 통해 혁신을 끌어내는 역할에 매진하는 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봇과의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단언한다. 인공지능의 룰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가치와 강점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 ‘호모 파덴스’는 이 교수가 만든 용어다. 미래의 인재상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떠올렸다고 한다. 호모 파덴스는 만드는 인간이란 호모 파베르(Homo Faber)와 유희를 즐기는 인간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합성어다. 미래의 인간형은 만들고 유희할 줄 아는 복합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두 용어를 합쳤다.

책은 ‘미래 인재상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다가올 미래엔 반복되는 일은 인공지능이 맡게 된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창조적인 부분이다. 인간이 서로 협력하며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놀이가 인간의 영역이다. 새로운 일을 만들며 즐기는 인간의 본성을 연결해 호모 파베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 교수는 이를 ‘협력하는 괴짜’라고도 표현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 분야에서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의 목표를 지식(contents)에서 학습 능력(context)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공식 대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방법을 찾아가는 원리를 깨우친 사람은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식은 인간의 능력으로 다루기에는 너무나 방대하다. 매 순간 더 많은 지식이 늘고 있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격언도 이미 옛말이다.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술 변화가 빠르다. 이제 필요한 교육은 ‘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려주는 일이다. 원리를 고민하며 스스로 도전해야 변화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

400 페이지 분량의 책은 모두 7개의 장과 두 개의 부록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먼저 일자리가 줄어들 4차 산업시대를 설명하고 다음 장에선 인간이란 무엇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3장에선 4차 산업시대엔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소개한다. 이어 4장에선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어떻게 적합한 인재를 키울 수 있을 것인지 설명한다. 5, 6, 7장은 독자와 기업, 사회를 돌아보는 내용이다. 평생교육이 필수가 된 미래에서의 인생 N모작,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 키워드, 그리고 미래형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을 말한다. 책 말미에는 부록 두 개가 실려 있다. 교육 혁신을 이야기한 에듀테크와 이 교수가 모범사례로 생각하는 기업 세 곳의 이야기다.

“기업가정신이 미래의 성패 가를 것”

책의 주요 내용은 이 교수가 카이스트에서 5년 간 진행한 강의에서 뽑았다. 이 교수는 같은 주제를 가진 책인 ‘협력하는 괴짜’를 먼저 출판했다. 대상은 일반인이다. 이번 책은 좀 더 기술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수도 호모파덴스는 더욱 전문적인 내용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국가 정책 담당자와 대학총장과 보직 교수, 기업 경영진에게 일독을 권했다.

호모 파덴스에서 이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는 기업가정신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취적 기업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길이 막히면 뚫거나 돌아가며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창업에 성공해야 사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그는 “결국은 도전해서 성취하는 기업가정신이 미래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이 책이 기업가정신의 확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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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3호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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