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세분화·전문화 경향 뚜렷 … 수강생 늘며 부실 자격증 양산 논란도
▎경기도 광주시에 자리한 동물장묘업체 ‘펫포레스트’에서 한 가족이 자신들이 키우던 반려견의 입관식을 치르고 있다. / 사진: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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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병의 아로마 오일과 향초가 한 쪽 벽에 가득 차 있다. 복도 끝 교실 문을 열자 6명의 사람이 큰 모니터를 보며 앉아 있다. 화면엔 반려동물을 위한 연고 제조 방법이 떠있다. 1월 30일 찾은 서울 송파구의 한국반려동물아로마테라피협회 모습이다. 이 협회의 박진아 대표는 “겨울철 손상되기 쉬운 동물의 발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연고를) 만든다”며 “라벤더·마조람처럼 항균력이 있는 에센셜 오일에는 뭐가 있는지, 오일에 주의할 성분은 뭐가 있는지 등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주 1회 ‘펫아로마테라피’ 수업을 연다. 아로마테라피란 에센셜 오일을 이용한 마사지·목욕 등의 방법으로 정신적·신체적 문제를 완화하는 대체요법이다. 펫아로마테라피스트는 반려동물의 피부 질환과 분리 불안, 공격성 등을 돌본다. 수업은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이어진다. 조향법·마사지법 등 실무부터 약리학·동물행동심리학 등의 이론까지 다룬다. 반려견 미용사인 김영연씨는 “반려견을 위해 화학 첨가물이 없는 천연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돌보기 위해 수업을 듣는 평범한 주부도 있었다. 그는 “노견을 돌볼 방법을 찾던 중(이곳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취업을 위해 찾는 수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신의 반려견을 더 잘 돌보기 위해 오는 수강생도 많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새 자격증, 3년 새 4.5배로 늘어
▎강은경 한국애견협회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분과위원장이 반려견 스타일링 기술 중 하나인 시저링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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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 직종이 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새로 등록된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 수는 12건이었지만 2016년에는 53건으로 늘었다. 새로 추가된 자격증은 펫시터·반려동물장례지도사·반려동물교감사·반려동물유치원강사·펫아로마테라피스트 등이다. 이전과 다른 특징은 분야별로 더욱 세분화됐다는 점이다. 유아기(생후 2~4개월)에서부터 성장기(1~7세)로 이어지는 반려동물의 생애주기에 따라 직종을 나누기도 한다. 사회성 교육과 배변 훈련이 필요한 유아기엔 반려견 돌보미인 펫시터의 도움을, 스트레스 조절이 중요한 성장기엔 건강관리사나 펫아로마테라피스트의 도움을 받는 식이다.펫시터는 베이비시터처럼 주인 대신 반려동물을 돌본다. 펫시터 중개 서비스 제공 기업인 ‘도그메이트’에서는 서울·경기 지역에 사는 190여 명의 펫시터가 신청인의 반려견을 자신의 집에서 돌보는 위탁 서비스를, 15명의 펫시터가 신청인의 집을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하영 도그메이트 대표는 “반려견의 나이대에 맞는 서비스와 함께 펫시터의 개인 역량에 따라 미용이나 예절교육 서비스를 병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도그메이트에서는 노령견을 위한 투약·간병 돌봄 서비스나 어린 강아지를 위한 이유식 제공 서비스도 제공한다. 방문 돌봄 서비스 비용은 1회 2만원대다. 이하영 대표는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반려동물을 자식처럼 극진히 아끼는 사람이 늘면서 반려동물장례지도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장묘 서비스는 정부가 2008년 일정 시설을 갖춘 업체에 한해 동물 장묘업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동물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등장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장묘업체는 24개. 이곳에서 일하는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입관에서 화장· 안치까지의 장례 절차를 하루 동안 대행한다. 화장 시간은 30분 가량이며 추모 시간은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하루 정도 걸린다. 유골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처리한다. 전용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유골 가루를 지정된 산 속에 뿌리는 산골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25만~30만원선. 동물 장묘업체 ‘펫포레스트’에는 8명의 장례지도사가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20~30대 청년이다. 강성일 펫포레스트 총괄실장은 “기성세대보다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현장에서 반려동물 가족을 잘 위로하는 등 실무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말했다.일명 ‘반려동물 스타일리스트’ ‘펫트리머’ 등으로 불리는 반려견 미용사도 요즘 더욱 각광받고 있다. 강은경 한국애견협회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분과위원장은 “과거에는 단순히 반려견의 털을 정리하는 목적으로 찾는 손님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원하는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요즘에는 강아지 털을 솜사탕처럼 부풀려 최대한 풍성하게 만드는 ‘비숑컷’이 인기다. 반려견의 머리 모양은 둥글게 하되 귀가 뾰족하게 드러나도록 한 ‘테디베어컷’을 원하는 손님도 많다. 이 스타일은 대부분 비숑프리제·푸들·포메라이언 등 인기 견종의 외모와 체형에 맞춘 스타일이다. 강 위원장은 “손님들이 선호하는 견종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준비한다”며 “미용하는 동안 사람처럼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기술은 물론 반려동물을 다루는 노하우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최근 펫 미용실에서는 반려견 스파나 모질 관리 등 사람 못지 않은 특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회당 가격이 5만~10만원에 이르지만 관련 서비스를 찾는 손님은 계속 느는 추세다.반려동물 관련 직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관련 자격증 시험 응시자 수도 늘고 있다.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에 따르면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 응시자 수는 2015년 844명에서 2016년 2450명으로 늘었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자격증 응시자 수 역시 2015년 284명에서 2016년 573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격증 취득 과정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 하루 만에 딸 수 있는 자격증이 있는가 하면 A자격증을 취득하면 B자격증을 끼워주는 ‘1+1 자격증’도 적지 않다. 한 애견 훈련소 관계자는 “실무는 가르치지 않고 온라인 교육으로만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정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온다. 2월 7일 펫시팅 서비스를 시작한 ‘펫플래닛’의 최하연 대표는 "펫시터는 매우 다양한 성향의 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근 애견신문 대표는 “교육 수요가 많다 보니 수익을 목적으로 자격증 사업에 뛰어드는 민간단체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강의와 자격증 발급에 관여하면서 유명무실한 자격증도 우후죽순 생겼다”고 말했다. 정호원 더원교육 대표는 “현재로선 자격증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따로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국가 자격증 신설 준비 중자격증 내실화를 위해 교육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형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이사는 “이론과 실무에 두루 능한 전문가가 국내에 드물다”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에 대한 재교육 등 정부 차원에서 교육 인력 확보와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월 29일 ‘2018년 업무계획’을 통해 애견행동교정사·동물복지간호사 자격증을 신설하고 애견 미용 분야 국가공인증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농식품부의 박종현 축산환경복지과 사무관은 “반려동물 관련 직업 국가 자격증 신설을 준비 중”이라며 “국가공인 자격증이 생기면 기존 종사자까지 취득 과정에서 재교육을 받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