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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반려동물愛 비즈니스] 반려인 1000만 시대 ‘펫팸족(Pet+Family)’ 급증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인가구 증가, 고령화 맞물려 시장 확대 … 안전관리 대책 제자리걸음 비판도

다섯 집 건너 한 집은 반려동물이 사는 시대다. 아이를 키우는 가족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은 늘고 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고령화가 급진전되면서 동물을 인생의 ‘반려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경기 침체에도 반려동물을 위한 돈은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3조원 규모인 관련 시장은 2020년에 두 배로 급증한 6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병원·미용실을 넘어 각종 보험상품과 여행사·집도 등장했다. 유통 업계도 ‘반려동물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반려동물 사랑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는 전방위로 확대될 움직임이다. 펫워커(반려동물 산책 담당)는 물론 반려동물 전문 스타일리스트와 아로마테라피스트 등 생소하지만 각광받는 새로운 직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려견 주택 내에는 방문에 펫도어를 설치해 반려견의 통행을 돕는다. / 사진:반려견주택연구소 제공
직장인 정지애(26)씨는 올해 초 반려견 ‘똘이’와 함께 강화도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차를 빌렸다. ‘반려동물 동반 금지’를 내건 숙소가 대부분이라 몇 번을 문의한 끝에 예약이 가능한 펜션을 찾았다. 정씨는 “강아지와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라 평소엔 주로 애견카페나 공원에 가는 게 전부”라며 “아파트 생활이 답답할 것 같아 자주 데리고 나가고 싶지만 반려동물의 이동부터 숙박까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태규 펫츠고트래블 대표는 정씨처럼 반려동물과 여행을 계획하는 반려인이 늘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2016년 말 업계 최초로 반려동물 동반 전문 여행사인 펫츠고트래블을 설립한 배경이다.

반려동물과 여행가려는 고객 겨냥한 펫츠고트래블


▎1월 1일 강릉 경포대에서 펫츠고트래블 관광객이 반려견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펫츠고트래블 제공
지난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펫츠고트래블은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앱을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가기 좋은 여행지를 추천하는 것은 물론 동반 가능한 숙소와 식당·카페까지 전국 1000여개 장소를 볼 수 있다. 앱 출시 6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 1만7000건, 숙박 문의는 1400건을 넘어섰다. 반려인 23명, 반려동물 17마리가 참가한 경포대 해돋이 여행의 경우 이틀 만에 정원이 마감돼 예약 대기자가 줄을 이었다. 이태규 대표는 “이용자 입장에서 교통편과 숙소를 일일이 찾지 않아도 되고, ‘펫 가이더’가 동행해 배변 치우기, 사진 촬영을 돕는 등 반려동물과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며 “아직은 날이 추워 3월부터 꽃놀이 등 동반여행을 재개할 계획인데 미리 예약하고 싶다는 문의가 하루에도 몇 건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애완용으로 인식하던 시대는 지났다. 평생을 함께 하는 가족으로 대하는 반려인이 늘며 ‘펫팸족(Pet+Family)’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로 증가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는 셈이다. 이와 맞물려 관련 비즈니스도 급성장세다. 세계미래학회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뜻하는 ‘펫코노미(Petconomy)’를 ‘미래 10대 전망’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8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9000억원으로 커졌다. 2020년에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아웃도어·커피·의료기기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용품 관련 소매시장도 성장세를 보인다. 반려동물 용품 관련 소매업 매출액은 2006~2014년 연평균 12.6% 증가했다. 또 2016년 동물병원에서 사용한 연간 카드 결제액은 7864억원으로 2015년의 6806억원보다 1058억원 늘어났다. 가장 시장 규모가 큰 부문은 펫푸드다. 시장 규모는 2012년 3200억원에서 2020년 6000억원까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입히고 먹이는 건 기본 … 반려견 위한 ‘펫빌라’도 등장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데는 급증하는 1인가구와 고령화 추세가 한몫을 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전반적인 소득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층도 두터워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구당 반려동물에 들어가는 비용은 월평균 사료·간식비 5만 4793원, 용품 구입비 3만5528원 등 총 13만5632원이다. 유병주 애견협회 이사장은 “1인가구가 520만 가구에 육박하며 대세로 떠올랐다”며 “가족 대신 반려동물 자식처럼 아끼는 반려인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전용 의류·미용실·카페 등은 이미 대중화됐다. 유치원·장례식장·의료보험을 비롯해 주인 대신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이색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애완견 전용 샴푸는 물론 수영복, 전용 호텔, 놀이터까지 다양하다. 먹이고 입히는 데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아예 반려동물을 위해 지은 집까지 등장했다. 반려견주택연구소는 반려견과 함께 살기에 안전한 주거환경을 표방한다.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장은 “지금까지는 반려견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의(衣)와 식(食)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는 주(住)에 신경 쓰는 반려인이 늘었다”며 “일본에서는 이미 20년 전에 반려동물 공생 가능 아파트가 나왔고, 국내에서도 머지 않아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미끄러운 바닥에 마찰력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콘센트 위치를 높여 반려동물이 닿지 않게 했다. 털이 많이 빠지는 특성을 고려해 환기 시스템을 개선하고, 개 짓는 소리를 막기 위해 방음에 신경 쓴 배려가 돋보인다. 반려견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개가 그려진 버튼을 눌러 다른 층에서도 미리 개가 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이 회사가 서울 남가좌동에 분양한 ‘펫빌라’는 일찌감치 입주를 마쳤고, 용인에 이어 남양주에도 반려견 전원주택을 짓고 있다. 박 소장은 “반려동물과 공생하기 위한 주택이지만 반려인은 물론 이웃의 안전과 편의까지 고려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유 인구가 늘고, 관련 비즈니스가 커지는 가운데 반려동물과 관련한 안전관리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월 18일 ‘반려견 안전 관리 대책’을 통해 체고(발바닥에서 어깨뼈까지 높이) 40cm 이상 반려견을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하고, 공공장소에서 목줄과 입마개를 의무 착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사람을 문 반려견은 강제 안락사시키는 등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반려동물 문화 자리잡도록 논의 필요

이를 바라보는 반려인과 동물보호단체 측 입장은 엇갈린다. 반려견 관련 협회 관계자는 “반려견의 키와 위험도는 상관관계가 없다”며 “키 40cm가 안 되는 반려견이 사고를 일으킨 사례도 많은데 단순히 크기만 가지고 기준을 정한 것은 갈등만 키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반려견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이 대표는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잡는 시점에서 불분명한 기준은 오히려 반려동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반려동물 시장의 외형이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실있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422호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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