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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 2018년 상반기 공채] 직무능력, 자소서·면접 비중 커져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삼성·현대차·SK·LG·롯데·CJ 등 상반기 공채 돌입 … 인공지능·SNS 활용 등 채용방식 진화

▎3월 5일 서울 논현동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H-채용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 대졸 신입사원 상반기 공채의 막이 올랐다. 올 상반기 공채에서는 보편성 있는 인재보다는 특정 직무에 적합한 구직자를 찾는 기조가 종전 대비 뚜렷할 전망이다. 평가 절차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등 채용 기술 측면에서 실험적인 변화를 주는 기업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불필요한 채용시간을 간소화하고 일반적 지식보다 해당 직무능력 검증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채용 규모는 불투명


삼성그룹은 3월 12일부터 20일까지 입사지원서를 접수했다. 지난해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계열사별로 자율적으로 채용을 진행하기 때문에 접수 시기는 조금씩 다르다. 삼성전자는 12일, 삼성물산 등은 14일부터 시작했다. 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는 13일부터 대졸 신입 채용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른바 ‘삼성 고시’라 불리는 GSAT(삼성 직무적성 검사)는 모든 계열사가 4월 15일에 치른다. 주력인 삼성전자는 상하반기를 합쳐 올해 1만 명가량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3월 2일 상반기 신입 공채·인턴 채용을 시작해 원서 접수를 마쳤다. 현대제철과 모비스는 각각 16일, 19일까지 원서를 받았다. 지원자를 대상으로 4월 8일 인·적성검사(HMAT)를 시행한다. 신입 공채를 대체하는 정규채용 연계형 인턴십 프로그램인 ‘인턴 K’를 운영하는 기아차는 19일까지 서류를 받았다. 나이와 상관없이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해 정규채용과 연계해 운영하며 졸업자도 지원할 수 있다.

SK그룹은 3월 23일까지 인턴 K 입사지원서를 받고,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2차 전형시험인 ‘SKCT’를 치른다. SK이노베이션·SK네트웍스·SK하이닉스·SKC 등에서 신입사원을, SK텔레콤·SK건설·SK브로드밴드 등에서 인턴 사원을 모집한다. SKCT는 오는 4월 22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SK그룹의 경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약 8000여 명 정도를 채용해왔다. 전반적인 그룹 채용 규모는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3월 5일 원서를 접수한 LG그룹은 전자·디스플레이·화학 등 계열사가 3월 23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다른 그룹과 달리 최대 3개 회사까지 중복으로 지원할 수 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소통간담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경영 현안을 논의하며 “2018년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19조원의 투자와 1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30여개 계열사가 공채에 참여하는 롯데그룹은 3월 20~29일 채용을 진행한다. CJ그룹은 13개 주요 계열사가 3월 7~19일 서류를 접수했다. 상반기 400여 명을 채용할 한화그룹도 3월부터 계열사별로 서류 접수를 시작해, 6월에 완료할 계획이다. 이 밖에 포스코·금호아시아나그룹·KT 등이 3월 중 공채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대기업·공공기관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인원은 7만~7만8000명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거나 비슷할 전망이다. 잡코리아가 국내 5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채용 규모를 확정한 81개사의 신입 채용 규모는 모두 2625명으로 작년에 비해 7.3%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고용 창출에 대한 부분을 공감하고 있지만 경영환경 등 여러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에 채용 규모를 섣불리 정해놓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새로운 전형 방식을 도입한 기업도 있어 지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공채 전형에서 역사·상식 등이 필기시험 과목에서 빠지고 직무능력 검증을 강화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있다. 일반적 지식보다는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성과 자질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취지다. 삼성 계열사는 GSAT에서 ‘상식’을 없애기로 했다. 50문항을 25분 안에 풀어야 하는 과목이다. 삼성의 최신 기술뿐만 아니라 경영·공학·사회·역사·문화 등 다방면에서 문제가 출제돼 응시생들이 곤혹스러워했다. 올해 상반기 채용부터는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의 네 과목만 준비하면 된다. 시험 시간도 140분에서 115분으로 단축된다. 삼성 관계자는 “상식 문제의 출제 범위가 넓어 지원자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또 기존의 일률적인 공통된 지식 평가보다는 각 사의 인재 채용에 맞는 직무지식 평가의 필요성이 높아져 상식 과목을 제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 ‘상식’ 시험 빼고, 현대차 ‘역사 에세이’ 폐지


현대차는 올해부터 역사 에세이를 제외한다. 현대차는 그동안 ‘제국과 세계화’ ‘르네상스의 의의와 영향’ ‘쇄국정책과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등 시의적인 주제를 던지고, 이에 대한 취업준비생(취준생)의 생각을 물어왔다. 하지만 취준생들이 역사 에세이를 준비하는 데 추가 부담이 발생하자 없애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별도의 학원 강습 등이 성행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필기시험 인문역량 과목에서 한국사와 한자를 각 10문제씩 출제하는 등 기존 체제를 유지한다. SK그룹과 포스코도 필기시험에서 각각 한국사(10문제)와 상식(40문제) 문제를 내고 있다. 전공 분야와 인문학적 소양을 결합한 통합적 사고 능력을 갖췄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탈(脫)스펙, 블라인드 채용 트렌드 확산

‘편견 없는 채용’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비중이 커진다. 자기소개서는 스펙보다 스토리에 집중해야 좋은 결과를 이끌 수 있다. 삼성그룹은 ‘열린채용’ 제도를 통해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살릴 방침이다. 불필요한 조건이나 스펙을 채용에 반영하지 않도록 모든 계열사에서 예외 없이 원서 접수 단계부터 출신학교, 출신지, 신체 사항, 사진을 받지 않는다. 직무적합성 평가용 에세이에도 아예 이 같은 정보를 담지 않도록 했다. LG그룹 역시 입사지원서에 공인어학 성적과 자격증, 수상 경력,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 기재란을 없앴다.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주소 등도 적지 않도록 했다. SK그룹은 출신학교 등의 개인정보를 보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의 서류심사를 실시한다. 학력·전공·학점만 기재하게 하고 해외 연수 여부, 사진 등은 제외한다. 별도로 학벌이 아닌 도전자의 스토리를 평가하는 탈(脫)스펙 채용 전형 ‘SK 바이킹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SK 바이킹 챌린지’을 통해 선발되면 인턴십을 통해 최종 입사 여부가 결정된다. CJ그룹은 일반 전형에서도 지난 2010년부터 서류 전형 평가를 자기소개서만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전형 외에는 어학 성적도 요구하지 않는다. 또 지난해 하반기 도입한 ‘리스펙트 전형’을 다양한 직무로 확대 적용한다. 출신학교 및 학점·영어점수 등을 입사지원서에 기재하지 않고 최종 합격까지 스펙 관련 항목의 수집·평가를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이다. 지난해는 계열사 영업직에 한해 시행했지만, 올해는 E&M공연사업, CGV 마케팅, CJ오쇼핑 방송기술 직군 등까지 대상을 늘렸다. 전체 채용자 중 20%는 리스펙트 전형으로 뽑을 방침이다. 롯데그룹 역시 스펙을 지양한다는 의미의 ‘스펙태클 전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입사지원서나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지 않는 대신 모집 직무별 주제에 맞는 기안서로 서류 평가가 이뤄진다. 예컨대 백화점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제안서를 제출하는 식이다.

롯데, 인공지능으로 서류 평가

한편 대기업 공채에서 인공지능(AI)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롯데는 올 상반기 공채에 인공지능(AI)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지원자가 ‘직무 관련 보유역량 기술서’를 통해 직무와 관련한 경험이나 경력 등을 기술하면 인공지능이 지원자의 작성 내용을 분석해 인재상 부합도와 직무 적합도, 표절 여부 등을 평가한다. 롯데 관계자는 “채용 담당자가 인공지능의 검토 내용을 참고해 지원자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정보통신·대홍기획 6개사에 시범 적용한 후 적용 계열사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SK그룹도 SK C&C와 SK하이닉스에 한해 서류전형에서 자사의 AI 플랫폼 ‘에이브릴’을 일부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SK C&C는 지난 1월 에이브릴을 서류심사에 적용하는 '에이브릴 채용 헬퍼'를 시범 테스트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빅데이터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소개서의 성실도와 온라인 표절 여부를 심사한다.

현대차는 3월 5일부터 이틀 간 서울 강남구 언주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2018년 상반기 채용설명회(H-채용설명회)를 열었다. 현대차 입사에 관심이 있는 구직자 200명을 초청해 신입·인턴 채용 정보를 제공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구직자를 위해 현대차 채용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현대자동차 채용’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했다. 지난해 처음 SNS 채용설명회를 실시했던 현대차는 상반기는 온라인으로, 하반기는 오프라인 채용설명회를 통해 구직자들에게 채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박스기사] 인공지능(AI) 면접 치러보니 - 지원자 뇌파도 분석 … 사람보다 깐깐한 AI 면접관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으로 면접을 보는 모습. / 사진:최현주 기자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 비싼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본인이 계산하겠다고 했는데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상대에게 실제로 얘기한다고 생각하고 말해주세요.” “10년 만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개인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다가 어려워져 보험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액수가 큰 보험상품에 가입해달라고 사정하는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하겠습니까.” 인공지능(AI) 면접관의 질문은 예상보다 당황스러웠다. 생각할 시간(30초) 안에 최선의 대답을 고민해서 주어진 답변 시간(60초) 동안 대답해야 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장단점을 말해보라는 질문부터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돌발질문에 답하고 나니 인물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 속 표정을 보고 떠오르는 단어를 고르는 것이다. 놀람·슬픔·분노·경멸·공포·기쁨 등의 예시가 주어졌다. 간단한 온라인 게임도 했다.

건설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기업 마이다스아이티가 지난 3월 7일 서울 양재동 ‘더 케이 호텔’에서 공개한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 ‘인 에어’는 이런 식으로 1차 면접을 비롯해 서류검사, 인·적성 검사를 한꺼번에 진행했다. 인 에어는 입사지원자의 얼굴 근육, 목소리는 물론 뇌파까지 분석했다.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하고 깔린 PC에 이름과 수험번호를 입력한 후 얼굴·목소리 인식 과정을 거치고 나니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됐다. 화면에 질문이 뜨면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 중간에 답을 선택해야 할 때는 마우스로 원하는 답을 클릭했다.

면접을 보는 동안 인공지능은 지원자의 얼굴에 68개 포인트를 정하고 표정이나 근육의 움직임을 실시간 분석했다. 음성의 높낮이나 떨림, 속도는 물론이고 자주 사용하는 어휘와 심장박동, 맥박, 얼굴색 변화까지 감지했다. 이와 함께 뇌를 6곳으로 나눠서 뇌파까지 분석했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뇌신경과학과 생물학 기반으로 각 회사에서 원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다면적으로 평가하고 선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접은 그날 면접을 맡은 담당자의 취향이나 생각은 물론 그날 기분에 따라서 결과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인공지능은 객관적인 데이터로만 평가한다. 익명을 원한 한 인사 담당자는 “최근 연일 터지는 채용비리도 인공지능 채용에 관심이 가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현재 채용 시스템에 대한 불신 등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효율성과 비용 절감이 매력적이다. 인공지능이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초다. 1만 명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데 8시간이 걸린다. 같은 일을 인사 담당자 10명이 처리하면 하루 8시간씩 7일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인공지능을 채용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5월부터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을 활용해 신입사원 서류 심사를 하고 있다. 그간 회사가 축적한 면접 질문과 데이터를 숙지한 인공지능은 회사가 선호하는 인재상을 기준으로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IBM은 1차 면접 단계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인공지능이 전화 인터뷰나 화상 면접으로 지원자와 대화를 나눈 후 뽑은 선정자를 인사 담당자가 심층 면접을 하고 최종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데이터에만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 면접 과정에서 사람이 아닌 PC를 보고 답하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면접을 보는 내내 긴장감이 떨어지고, 불편하다는 지원자의 반응도 많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을 도입한 대부분 기업에서는 아직 인사 담당자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결국 인성과 잠재력을 가장 잘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라며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의 객관성이나 효율성을 활용하되 최종 채용에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현주 중앙일보 기자

1426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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