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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거래소 이어 ICO 업체로 검찰 수사 확대] 외환거래법 위반-유사수신 혐의 적용 가능성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거래소 ‘뒷돈 상장’ 의혹 파헤칠 듯… 업계 “룰도 안 만들고 범법자 취급” 반발

▎검찰이 암호화폐공개(ICO) 업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외환거래법 위반과 배임·횡령 등 혐의를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이어 암호화폐공개(ICO) 업체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ICO 업체 최고경영자(CEO)의 배임·횡령부터 유사수신·외환거래법 위반 등 적용 가능한 혐의를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는 ‘올 것이 왔다’며 숨을 죽이고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5월 30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A코인 발행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고 대표이사의 휴대전화와 하드디스크,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이 ICO 업체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CO로 끌어모은 자금의 출처와 용처 등을 분석해 불법성 여부를 판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월 빗썸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4월에는 코인네스트 김익환 대표를 횡령·사기 혐의로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5월 11일에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사기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던 검찰은 ICO 업체들이 불법·위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는지 여부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업체 대표의 계좌까지 뒤져


검찰은 현재 국내 암호화폐 상장사 전체를 조사 중이며, 이 가운데 투자 유치금이 많은 5개 암호화폐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ICO 업체들은 대표의 계좌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 검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검찰은 거래소든 ICO든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다단계 내지는 사기 성격이 짙은 사업 분야로 보고 뿌리부터 잘라내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암호화폐를 ‘가상징표’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는 암호화폐의 경제적 기능과 가치를 부정한 것으로 투자자들에게 모든 거래를 중단하라는 메시지 던지는 동시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행정부는 블록체인 시장은 열어두되 시세조작과 자금 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 행위를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법부는 암호화폐 ‘근절’에 의지를 두고 행정부보다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검찰은 암호화폐 구조와 거래 방식 등에 이해가 부족했으나, 남부지검 금융조사2부가 암호화폐 사건을 전담하고 수사 케이스가 쌓임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 전반으로 수사 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ICO 업체들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대부분 ICO 업체들은 정부 규제를 피해 홍콩·룩셈부르크·싱가포르·스위스 등지에 재단을 설립해 ICO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ICO를 허용하고 있어 해외 여러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용이하다. 다만 ICO 업체가 국내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재단이 있는 해외로 가져갈 경우 외화 반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외환거래법상 투자를 목적으로 한 자금 반출은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ICO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ICO 참여는 투자로 해석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ICO를 목적으로 한 자금 유출은 불법으로 처리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IB의 김신 변호사는 “검찰은 ICO를 폰지 사기 성격이 짙다고 보지만 이를 사기로 입건하려면 입증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외환거래법위반 및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처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사업 성공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사행심리를 조장해 투자금을 조달하려는 일부 사업자들에게 경고하고, 그에 넘어가 자금을 날릴 수도 있는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 재단 만들어도 법망 피하기 어려울 듯


ICO 업체 대표들의 배임·횡령 가능성도 수사 대상이다. 일부 ICO 업체 대표들이 받은 투자금으로 고가의 스포츠카를 구입하거나 유흥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세부 법 규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더라도 검찰이 ICO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걸려들 수 있는 상황”이라며 “몇몇 ICO 업체 대표들은 검찰의 칼끝을 피해 해외 출장을 계획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ICO 업체들도 일찌감치 대형 로펌에 자문을 구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빗썸·코인네스트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ICO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상장해줬는지 여부도 파헤칠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부터 암호화폐 거래량 감소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거래소들이 ICO 업체들로부터 수십억 원의 자금을 받고 상장을 시켜줬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암호화폐 개발사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뒤탈을 우려해 사업적으로 관계가 깊은 일부 암호화폐만 돈을 받고 상장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근 국내 거래소에 신규 상장하는 코인이 크게 늘어난 점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 15일 빗썸이 서비스와 기술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팝체인’을 상장한다고 밝히면서 거래소와 ICO 업체 간에 유착 관계에 대한 루머가 짙어진 바 있다. 검찰도 지난 몇 달 간 벌인 암호화폐 거래소 수사 과정에서 이런 정황을 포착하고 이번 ICO 업체 압수수색을 통해 자금 관리와 거래 구조 등을 파헤치고 있다. 이런 소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형법상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법 당국의 이런 태도에 암호화폐 업계는 적지 않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규제 방침이 나오기 전부터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해온 사람들로서는 최근 사법부의 행보가 당혹스럽다. 암호화폐 개발사 관계자는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가이드라인만 제시해 주면 그 영역 밖의 것을 손 댈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그런 규정조차 제시하지 않으면서 모든 사업자를 범법자 취급하고 있다”며 “사법부가 암호화폐를 불법으로 취급하기 전부터 사업을 벌인 사람들 모두 회사 문을 닫으란 뜻이냐”고 반문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블록체인협회는 4월 17일 ‘가상화폐 거래소 자율규제 심사 계획’ 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나서서 규제안을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태도 때문에 사업을 진척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주요국들도 ICO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이 암호화폐 발행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무분별한 투자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암호화폐 관련 업체 80여 곳에 소환장과 정보공개 요구서를 보냈다. 적지 않은 업체가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아놓고 실제로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거나 투자금 모집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IC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52억 달러(약 5조5692억원)에 달했으며, 올 1~2월에만 31억 달러(약 3조3201억원)가 몰렸다. 그러나 암호화폐 백서 외에는 뚜렷한 사업 현황을 확인할 수 없어 투자자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미국은 암호화폐를 신종자본증권 같은 지분증권의 일종으로 보고 SEC를 중심으로 제도를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은 원칙적으로는 ICO를 허용하되 사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네거티브 방식으로 ICO 업체에 대한 자격을 일부 제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갈팡질팡하는 사이 중국계 공습

그러나 정부는 국무조정실 산하 범정부 가상화폐 TF(태스크포스)는 아직까지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나마 4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예정됐던 암호화폐 관련 논의는 7월로 미뤄지는 등 국제 논의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7월에도 암호화폐 문제에 대한 사례 공유와 법적 연구 수준에서 논의가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규제 논의는 내년은 돼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책당국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중국계 암호화폐의 한국 공습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최대 거래소 ‘오케이코인’은 NHN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국내에서 베타서비스를 시작했고, 2위 거래소 ‘후오비’는 5월에 한국에 진출해 서비스를 개시했다. 5월부터 거래를 시작한 ‘지닉스’와 ‘게이트아이오’도 모두 중국계 거래소다. 중국계 암호화폐의 한국 상륙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퀀텀과 트론 등 플랫폼 코인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데 이어 5월 31일에는 웨이키체인이 론칭행사를 갖고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 당국의 규제를 피해 암호화폐에 관심이 큰 한국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암호화폐 업계를 당국이 옥죄고 있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자칫 안방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규제를 피한 중국계 자금이 대거 유입돼 국내 거래시장을 크게 흔든 바 있다.

김종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암호화폐가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블록체인의 가치를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블록체인의 보안성을 이용해 차량이나 주거공간 공유, 금융 등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쑨융강 웨이키체인 회장 - “한국 규제 벽 높지만 사업하기 좋은 환경”


▎사진:전민규 기자
중국은 암호화폐 분야의 선진국이다. 트론·네오·퀀텀 등 중국계 코인들은 플랫폼 코인으로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우지한(吳忌寒) 비트메인 대표처럼 비트코인의 주요 채굴 사업자도 다수가 중국인이다. 중국 암호화폐 사업자들은 글로벌 시장으로도 발을 뻗기 시작했다. 미국·캐나다 등지에 거래소를 개설하고 있고, 중국계 코인들은 시가총액 순위 상위에 포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계 암호화폐 웨이키체인(WICC)이 5월 말 한국에 진출했다. 웨이키체인은 게임머니·자산거래·해외결제·공제보험 등 분야에 쓰이는 플랫폼 코인이다.

올 1월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에 상장하는 등 세계 24개 거래소에 상장했다. 시가총액은 30억 위안(약 5100억원)이다. 5월 31일 론칭 행사가 열린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웨이키체인 회장 쑨융캉(孫永剛)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만났다. 쑨 회장은 암호화폐 1세대 투자자로 신훠 네트워크와 중국 어우루 크라우드 펀딩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쑨 회장은 “한국은 규제 리스크가 높지만 지리적으로 가깝고 블록체인 이해도가 높아 사업을 전개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행정·사법부의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많은 국가가 암호화폐 규제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상수로 인정해야 한다. 한동안 과열됐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실체 없이 투자금만 끌어모으는 회사들이 아직도 많으며, 규제에 맞춰 사업을 성공시키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키체인의 지향점은 플랫폼 코인이다. 게임머니 등 유틸리티 용도의 코인으로 개발했으나, 활용 범위를 차츰 넓혀 웨이키체인만의 암호화폐 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쑨 회장은 “이더리움·이오스·에이다 등이 백화점을 먼저 지어놓고 상점을 입점시키는 구조라면 웨이키체인은 보석 등 특정 제품의 매장으로 시작해 백화점을 만들어나가는 구조”라며 “블록체인 4.0 시대에 접어들며 실용성 높고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웨이키체인의 디앱(분산응용프로그램)은 코인 베팅과 자산거래가 가능하고 수수료가 낮아 초보자도 접근이 용이하게 설계됐다. 월가와 알리바바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웨이키체인 부총재 가오항(高航)은 “웨이키체인의 디앱은 기존 애플리케이션의 단점인 비개방성과 높은 수수료 문제를 보완했다. 디앱으로 손쉽게 베팅과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쑨 회장은 머잖아 암호화폐 간에 합종연횡이 나타날 것으로도 내다봤다. 2000년대 초 포털사이트 경쟁에서 야후·라이코스·프리챌 등이 밀려난 것처럼 코인 간에 플랫폼 확장 다툼에서 인수·합병(M&A)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암호화폐가 도태된 암호화폐의 기능과 콘텐트를 흡수하는 식으로 M&A가 진행될 것”이라며 “구글·아마존처럼 거대 플랫폼을 가진 사업자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암호화폐의 가치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그는 “암호화폐의 시세는 일반적인 금융상품과 비슷한 구조다.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하는 그래프를 그려나간다”며 “정부 규제 등 앞으로 1~2년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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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8호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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