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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27) | 폼] ‘수륙양용 전기차’로 태국 진출에 성공 

 

최영진 기자
2011년 동일본대지진 피해 보고 아이디어 떠올려...유럽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도전 계획

▎5월 29일 3D 솔루션 글로벌 기업 다쏘시스템은 서울 역삼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에서 ‘3D 익스피리언스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연사로 참석한 츠루마키 히데오 폼 대표가 초소형 전기차 ‘Fomm ONE’ 개발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다쏘시스템 제공
2011년 3월 11일 오후, 진도 7 규모의 지진이 동일본 지역을 강타했다. 일본 기상청에서 사용하는 진도 7 규모는 ‘가옥의 파괴가 30% 이상이 예상되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격진으로 분류된다. 일본 근대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진이 발생한 이후 쓰나미가 동일본 일대를 덮치면서 더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만5000여 명이 사망했고, 2500여 명이 실종됐다. 심지어 쓰나미가 밀려들면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동일본대지진 소식이 언론을 통해 일본 전역에 알려졌다. 당시 도요타 오토 바디에서 전기차를 만들던 한 엔지니어도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는 운전을 하다 물에 휩쓸려 피해를 입은 이들 소식이 가장 가슴이 아팠다. ‘물에 뜨는 차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500만원으로 가격 낮출 목표


그는 2013년 2월 대기업에서 전기차를 만들던 엔지니어 자리를 그만뒀다. 대신 일본 가나가와현 북동부에 있는 가와사키시에 ‘FOMM(First One Mile Mobility)’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수륙양용 전기차를 만드는 1인 스타트업이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창업 5년 만에 수륙양용 전기차를 태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임직원 25명에 불과한 전기차 스타트업이 이뤄낸 놀라운 성과는 일본 전기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츠루마키 히데오(56) 폼 대표가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5월 29일 역삼동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포럼’에 연사로 나서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상용화를 앞둔 수륙양용 전기차 ‘Fomm ONE’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츠루마키 대표는 “동일본대지진 사고를 보면서 물에 뜨는 전기차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 폼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올해 말 태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가 되는 Fomm ONE은 물에 빠지지 않고 뜨는 전기차다. 물에서는 시속 3km 정도의 속력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물에서 주행이 가능한 것은 바퀴에 ‘인휠 모터’를 채용했기 때문이다. 앞바퀴가 회전하면 수류를 만들어내고 이를 뒤로 보내면서 추진력을 얻게 된다고 한다. 또 다른 장점은 모듈화를 통해 부품을 대폭 줄였다는 것. Fomm ONE에 사용된 총 부품수는 1600여 개. 보통 차량은 3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듈화를 통해 부품수를 줄였고, 덕분에 방수 기능을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그는 “핸들에 액셀이 적용되어 있고, 탈부착 배터리라는 점이 Fomm ONE의 또 다른 장점”이라며 “인휠모터, 방수 기능, 핸들에 부착된 액셀 가속기 등은 일본에 특허로 등록됐다”고 강조했다.

수륙양용 전기차 개발에 성공하면서 눈여겨본 곳은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우기 지역으로 수륙양용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의 예상대로 태국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태국 정부가 Fomm ONE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2016년 2월 태국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2017년 11월에는 5000만 바트(약 16억7000만원 정도)의 투자도 유치했다. 츠루마키 대표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차량이 판매가 되는데, 연평균 1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가격은 200만엔(약 1900만원)으로 시작하는데, 가격을 50만엔(약 480만원)으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Fomm ONE 상용화와 함께 배터리 클라우드 서비스도 론칭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현재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곳 등을 알려주는 월정액 서비스다.

태국을 시작으로 츠루마키 대표가 생각하는 다음 공략지는 유럽이다. 일본이 아닌 유럽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Fomm ONE은 일본에서 아직 달릴 수가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Fomm ONE은 4인승 초소형 전기차다. 무게는 650kg(배터리와 옵션을 제외한 무게는 445kg)에 불과하다. 6시간 완충 후 주행 가능한 거리는 160km, 최대 속도는 80km에 불과하다. 유럽에서는 이런 초소형 전기차를 ‘L7e’ 카테고리로 규정한다. 유럽 외에는 일본이나 미국에도 L7e 카테고리가 아직 없다. 규정이 없는 탓에 Fomm ONE은 아직 일본 도로를 주행할 수 없는 것이다. 츠루마키 대표는 “유럽에서 L7e 카테고리 시장 규모는 약 30만대 정도”라며 “유럽에도 수륙양용 전기차 론칭 여부는 소비자 선택에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 기술도 개발 중


▎4인승 초소형 수륙양용 전기차 ‘Fomm ONE’의 내외부 모습. / 사진:Fomm 제공
초소형 전기차는 테슬라나 BMW, GM 등이 선보이고 있는 여타 전기차와 사용 목적이 다르다. 장거리 주행보다 일상에서 가까운 거리를 갈 때 사용하게 된다. 그는 “역이나 도서관 혹은 시장 같은 곳을 갈 때 사용하는 전기차라는 특성을 내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명인 Fomm도 ‘First One Mile Mobility’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최초의 1마일을 노리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추구하는 전기차 회사라는 의미다. “우리가 추구하는 경쟁력은 콤팩트 모빌리티 서비스”라며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근두운’처럼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태국의 한 대학과 손을 잡고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Fomm ONE 양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기업에서도 손을 잡자는 제안을 받고 있다. 그는 “50만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면서 “3~4곳에서 제안을 받은 상황이고, 곧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츠루마키 대표는 20여 년 동안 콤팩트 차량 개발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유체역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1982년 스즈키 자동차에 합류해 스쿠터 엔진 개발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1997년 아라코에서 초소형 전기차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전기차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1인승 전기차 콤스를 개발했다. 이어 도요타 오토 바디에서 1인승 전기차 개발을 이어나갔다. 그는 “콤스 판매 실적은 좋지 않았다”며 웃었다. 이런 경력 덕분에 ‘수륙양용 전기차’라는 무모한(?)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Fomm ONE의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 도전은 쉽지 않은 여정이다. 제조업의 특성상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전기차 시장에 도전하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면서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계속 투자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목표한 최종 투자 유치액은 80억 엔(약 777억원)이다.

1439호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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