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옷보다 화장품에 목매는 패션 업계] 원가·재고율 낮고 시너지 효과는 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패션 관련 지출 비율 2013년부터 하락세…LF, 9월 남성 화장품 브랜드 론칭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비디비치 등 화장품 매출이 늘면서 올 2분기에 상장 이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비디비치 매장. /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최근 증권사 리포트에는 패션유통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과 주가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하누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증가한 2840억원, 영업이익은 264% 증가한 161억원으로 상장 이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실적이 가능한 이유는 이 회사의 ‘비디비치(VIDIVICI)’ 등 화장품 매출이 늘고 있어서다.

비디비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이경민 화장품 브랜드로 지난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했다. 인수 후 적자가 이어졌지만 유통망을 늘리고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제품을 선보이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됐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배우 한채영·송지효 등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스타들을 기용하고 마스크팩·클렌징폼 등 중국인들의 수요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 이 회사 화장품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비디비치는 지난 3월 이후 매월 100억원 이상이 팔리고 있다.

지난해 코스메틱사업부를 신설한 LF는 오는 9월 이 회사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헤지스’를 통해 남성 화장품 라인을 내놓는다. LF는 2016년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불리1803’과 ‘그라네파스텔’, 네덜란드 화장품 브랜드 ‘그린랜드’, 프랑스 브랜드 ‘그라네파스텔’ 등 국내 판권을 확보해 유통해왔다. 자제 화장품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온라인 여성 쇼핑몰 브랜드 임블리의 색조 브랜드 ‘블리블리’는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블리블리 앰플은 판매를 시작하고 7분 만에 준비한 1만개 물량이 ‘완판’됐다. 블리블리는 올해 1월 올리브영에 입점한 데 이어 8월에는 일본 최대 상권인 신주쿠에 위치한 쇼핑몰 루미네에 입점한다.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 498조원


패션유통회사들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패션시장의 장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다. 실제로 패션시장 성장세는 뒷걸음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패션 관련 지출 비율은 2013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패션 의류 시장도 지난 5년 간 연 평균 성장률이 0.9~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달리 화장품 시장은 성장세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125억6000만달러(약 13조6000억원)로 전년에 비해 0.9% 성장했다. 2016년에는 4.7%, 2015년에는 6% 성장했다. 덩달아 세계 화장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시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4600억달러(약 498조원)를 기록, 2021년에는 4871억 달러(약547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화 방지 화장품, 자외선 차단 제품과 클렌징을 비롯해 마스크 팩 등 고급 기능성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의 지난 5년 간 연 평균 성장률은 3.5%로 화장품 카테고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렇다 보니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사실 화장품 시장 진출은 어렵지 않다. 화장품 위탁 생산을 통해 제조·판매가 용이해 시장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코스맥스·한국콜마처럼 기술력이 탄탄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가 있기 때문에 원천 기술 없이도 이들 회사의 기술력만 빌리면 화장품 시장에 쉽게 진출이 가능하다. 투자 비용이 의류보다 저렴하고 패션업계처럼 시즌 개념이 없어 재고관리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상품을 출시하면 한국은 물론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진출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패션 브랜드 중 ‘스타일난다’는 화장품 사업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낸 대표적 사례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에서 시작한 스타일난다는 2009년 색조 브랜드 3CE(쓰리컨셉아이즈)를 선보이면서 급성장했다. 스타일난다의 지난해 매출 1641억4000만원 가운데 3CE 매출은 약 70% 이상을 차지했다. 본업인 패션 부문을 제치고 주요 수입원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이 회사는 지난 5월 글로벌 뷰티브랜드인 로레알에 팔렸다.

유커 귀환에 매출 상승 기대감

패션과 화장품은 사업 연관성이 높아 시너지 효과도 큰 편이다. 유통채널 확보도 쉽다. 실제로 신세계 면세점의 확대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는 호재다. 현재 비디비치 매출액의 70%가 면세점에서 나온다. 신세계 면세점은 서울 명동점, 롯데면세점 소공점 등 9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 들어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귀환으로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방한 유커는 36만7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60% 이상 늘었다. 5~6월에도 30만 명 이상의 유커가 한국을 찾았다. 시장에서는 올해 비디비치의 매출액이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올 초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밝힌 목표치(1000억원)보다 30% 많은 수치다.

LF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화장품·생활용품 등 제조 및 판매’를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도 이런 이유다. 오규식 LF사장은 “다른 패션회사들도 화장품으로 성공한 바 있고 우리 화장품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에 우리만의 브랜드 콘셉트를 고민하고 있다”며 “화장품 브랜드 론칭으로 패션 기업을 넘어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패션회사들의 화장품 시장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 기업은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 기존 의류가 입점해 있던 채널에 화장품 브랜드가 들어가다 보니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가 쉽고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1442호 (2018.07.1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