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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29) 드라이브닷에이아이] 딥러닝 기술로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두각 

 

최영진 기자
3년 만에 레벨4 자율주행 기술 성공…세계적인 인공지능 분야 석학 앤드류 응 교수 이사회에 합류

▎지난 6월 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스파크랩 ‘제11기 데모데이’에 참석한 크리스틴 문이 드라이브닷에이아이의 현재 성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사진:스파크랩 제공
지난 7월 1일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시에서 자율주행차량의 테스트 운행이 시작됐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주황색의 승합차 10대가 특정 지역을 달리고 있다. 차량 천장에는 자동차 주변 환경을 3차원(D)으로 매핑해주는 라이다(Lidar)를 달고 있다. 한눈에 봐도 자율주행차량임을 알 수 있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운전석이 아닌 곳에는 사람이 항상 타고 있다. 독특한 장치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차량 전면부와 좌우면에 설치된 조그마한 디스플레이다. “당신이 길을 건너기를 기다립니다” “사람이 타고 내리는 중입니다” 같은 공지문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인다. 자율주행 차량을 보고 놀랄 수 있는 시민을 위해 마련한 장치다.

텍사스주에서 자율주행 시험운행 허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놀라운 일은 텍사스주가 자율주행 테스트 운행 파트너로 선택한 기업이 구글이나 GM, 우버 같은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는 것. 텍사스주가 손을 잡은 곳은 드라이브닷에이아이(drive.ai)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이다. 창업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율주행 4 레벨을 달성했다고 한다.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심지어 자율주행 기술을 보여주는 누적 주행거리가 캘리포니아주에서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에 이어 3위라고 한다. 자율주행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우버도 제친 셈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자율주행 시장의 리더로 인정받고 있는 구글이 레벨 4를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 8년이라고 한다. 드라이브닷에이아이는 3년 만에 이 레벨을 달성했다. 비결은 ‘딥러닝’이었다. 지난 6월 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에서 참석차 한국에 온 이가 있다. 크리스틴 문 드라이브닷에이아이 파트너십 담당 이사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모건스탠리·구글·드롭박스 등에서 경력을 쌓은 후 선택한 곳이 스타트업이다. 그를 만나 드라이브닷에이아이의 경쟁력에 대해 들었다. 크리스틴 문은 “지난 4월에 이곳에 합류했는데, 구글에서 함께 일했던 친구가 소개했다”면서 “재미있는 사업이고 ‘소프트웨어 브레인’을 만든다는 목표가 확실해서 이곳을 선택했다”며 웃었다.

드라이브닷에이아이가 언론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이다. 텍사스주가 처음으로 자율주행 허가를 냈고, 7월부터 자율주행 테스트에 들어간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가 됐다. 일반인은 잘 몰랐던 스타트업이지만, 자율주행 업계는 오래전부터 드라이브닷에이아이를 주목했다. 멤버들 때문이다. 크리스틴 문은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랩 출신의 학생이 모여 창업을 했다”면서 “창업자이자 대표인 새밉 덴던(Sameep Tandon)은 당시 대학원생이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석학 앤드류 응 운영 실험실 학생들이 창업


▎7월 1일부터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시에서 테스트 운행을 하고 있는 드라이브닷에이아이의 자율주행차량의 모습. 자율주행차량을 처음 보는 시민들이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차량의 전면과 좌우측 면에 조그마한 디스플레이를 설치했다. / 사진:드라이브닷에이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2011년 구글 브레인팀을 이끌었고, 2012년 유명 대학 온라인 강의 사이트 코세라를 만들면서 이름을 높이기 시작했다. 2014년 바이두에 합류해 1300여 명의 인공지능 팀을 이끌었다. 짧은 시간에 바이두의 인공지능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앤드류 응 교수는 드라이브닷에이아이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류 응 교수는 얼마 전 딥러닝닷에이아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현재 팀원을 모으고 있다. 드라이브닷에이는 대학 인공지능 랩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인 셈이다. 크리스틴 문 이사는 “사회에 기여하는 기술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에 도전했다”면서 “150여 명 정도가 일하는데, 30대가 9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스타트업”이라고 강조했다. 앤드류 응 교수는 얼마 전 드라이브닷에이아이의 이사회에 합류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석학의 지원 속에서 짧은 시간에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이들의 기술력이다. 창업 3년 만에 자율주행 레벨 4를 달성했다. 그는 “드라이브닷에이아이의 장점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매핑과 분석, 시물레이션, 모션 플래닝 등의 기술을 직접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에 딥러닝을 접목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크리스틴 문 이사는 “드라이브닷에이아이가 운영하는 자율주행차량은 어떤 환경에 갖다 놓아도 빠른 시간에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면서 “구글이 8년 만에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에 성공했지만, 우리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3년 만에 레벨 4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프리스코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율주행 테스트는 미래 자율주행차량의 모습이다. 드라이브닷에이아이의 자율주행차량은 프리스코시의 랜드마크인 홀 파크, 프리스코 역 등을 도는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주행이 이뤄진다. 기자는 크리스틴 문 이사에게 “정해진 지역에서만 자율주행을 하는 것은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정해진 코스를 따라서 차량이 항상 운행하는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아니다. 사람들이 호출을 해야만 운행을 시작한다”며 웃었다. “오히려 우리의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총 10대의 자율주행차량은 셔틀버스처럼 일정한 코스를 계속 도는 게 아니다. 자율주행차량은 사용자가 호출할 때만 운행을 시작한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호출하면 그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차량이 사용자가 있는 곳으로 운행을 한다. 그곳에서 사용자를 태우고 목적지까지 가게 된다. 다른 사용자의 호출이 없는 운행을 멈춘 차량은 그대로 서 있는다. 마치 [전격Z작전]이라는 미드에 나온 자동차 ‘키트’를 호출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우버나 리프트 같은 공유차량 기업이 그리고 있는 미래 모습을 드라이브닷에이아이가 미리 보여주고 있다. 크리스틴 문 이사는 “공유차량 기업이 자율주행차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자율주행차량이 사용자의 요금을 내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동남아시아의 공유차량 시장을 휩쓴 그랩이 우리에게 투자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리프트도 드라이브닷에이와 손을 잡고 협업을 진행 중이다. 드라이브닷에이아이는 우선 텍사스주에서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마치는 게 목표다. 이후 2019년까지 10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차량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드라이브닷에이아이는 창업 이후 7700만 달러(약 86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443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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