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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에어컨은] 냉방 면적, 집안 면적 절반이어도 무방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고성능은 삼성·LG, 가성비는 오텍캐리어·대유위니아…통상 2~3월이 구매 최적기

올 여름 내내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에 에어컨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 통상 비수기인 8월 들어서까지 에어컨 구매 주문이 몰리면서 에어컨을 제때 설치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구입 타이밍을 놓쳤더라도 내년 더위를 대비해 어떤 에어컨을 살지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다. 9월 이후 비수기가 되면 할인폭이 커지고 한층 여유 있게 설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고를 땐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하는지, 시중엔 어떤 제품이 나와있는지 등을 짚어봤다.


▎사진:© gettyimagesbank
섭씨 41.0도. 지난 8월 1일 강원도 홍천에서는 1904년 국내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고 기온이 기록됐다. 같은 날 서울도 39.6도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그야말로 기록적인 폭염이다. 이날까지 온열 질환으로 29명이 사망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행정안전부 등 각 관계 부처에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와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지시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반도 기후 변화와 대책을 연구 중인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과장은 “지구 온난화 영향이 한반도에 미치면서 폭염이 장기화하고 빈도도 잦아지는 추세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기후학자들은 약 50년 후 한반도에서 여름이 매년 5개월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50년 후 한반도의 여름 5개월로 늘어날 듯


이에 소비자들의 관심은 예년보다 더 많이 에어컨에 쏠리고 있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이미 국내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 2016년 220만대, 지난해 250만대로 매년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무더위 영향 때문이었다. 올해는 300만대가량의 사상 최대 판매량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찜통더위가 시작된 지난 7월 중순부터 에어컨 판매량이 직전 대비 100~200% 급증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국내 에어컨 제조사들은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 공장을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앞서 완전 가동하고도 8월까지 몰려들고 있는 주문으로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차제에 에어컨 신규 구매나 교체를 고려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헷갈린다. 같은 가정용 에어컨이라도 성능이나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일단 에어컨의 형태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벽면에 부착하는 ‘벽걸이’와 바닥에 세워 놓는 ‘스탠드’, 천장에 다는 ‘천장형’이다. 1인 가구나 아담한 집에 사는 신혼부부 또는 방에만 에어컨을 놓고 싶은 소비자라면 보다 저렴한 벽걸이 형태만으로도 충분하다. 거실에 놓고 넉넉한 평수의 집안 전체를 냉방하려면 통상 성능이 벽걸이보다 탁월한 스탠드나 천장형 중에서 고르는 편이 낫다. 자가(自家)라서 설치에 제약이 없고 가구가 많아 공간 관리가 필요하다면 천장형이, 셋집인 가운데 거실 한쪽에 에어컨이 있어도 공간 활용에 무리가 없다면 스탠드형이 무난하다.

다만 사무실 등 상업용 공간에서 주로 쓰는 천장형보다는 스탠드형의 가정용 수요가 아직까지 더 많다. 구동 방식별로는 ‘인버터’ 에어컨과 ‘정속형(인버터가 달리지 않은)’ 에어컨 두 가지로 나뉘기도 한다. 인버터형은 실외기의 속도 조정을 통해 냉방 온도를 조절해 소비 전력을 절감한다. 정속형은 실외기의 가동과 정지 반복을 통해 냉방 온도를 조절한다(☞본지 1445호 ‘인버터형 제품이 더 낫긴 한데…’ 기사 참조). 최근 출시 제품들은 대부분 인버터를 탑재해 에너지소비효율이 1등급인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신 그만큼 제품 가격대도 과거보다 높아졌다.

냉방이 필요한 집안 공간이 넓으면서 ‘에어컨의 일반적인 교체 주기가 10년 정도로 길다는 점’까지 고려한 소비자라면, 가격대가 높더라도 보다 고성능인 최신 제품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이 경우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서 기술력과 점유율로 2강 구도를 형성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제품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삼성전자는 본체에서 바람이 나오지 않고도 실내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해주는 무풍 에어컨을 특기로 내세운다. 지난 6월 출시한 ‘무풍 에어컨 3멀티’ 패키지는 실외기 한 대로 스탠드 무풍 에어컨 한 대와 벽걸이 무풍 에어컨 두 대, 총 세 대까지 연결해 동시 냉방이 가능하게 해준다.

방이 많은 집이면 삼성 신제품 고려할 만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선 삼성전자·LG전자의 2강 구도가 굳건하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선보인 ‘무풍 에어컨 3멀티’ 패키지(왼쪽)와 LG전자가 지난 1월 선보인 ‘휘센 씽큐 에어컨’.
출고가가 청정 기능이나 필터 구성 등 모델 사양에 따라 314만~374만원으로 만만찮지만 거실부터 안방과 아이들 방까지 구석구석 고효율의 균일 냉방을 필요로 하는 가정이라면 고려해봄 직하다. 이재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최근 방마다 에어컨을 두는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정당 에어컨 보유 대수가 늘어난 반면, 아파트의 실외기 설치 공간은 한정돼 에어컨 여러 대를 설치하기 불편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새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무풍 에어컨 3멀티는 냉방 면적이 스탠드 한 대 52.8㎡, 벽걸이 두 대 각 18.7㎡씩 총 90.2㎡(약 27평)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많은 소비자가 에어컨의 냉방 면적이 내 집안 면적과 거의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오해다. 창고나 베란다처럼 냉방이 필요하지 않은 공간까지 고려하면 제품이 보장하는 냉방 면적보다 훨씬 넓은 집에서도 무리 없이 쓸 수 있어서다. 통상 에어컨 냉방 면적이 아파트의 경우 실내 면적의 절반이면, 주택의 경우 3분의 2 수준이면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제품은 178.5㎡(약 54평)의 아파트에서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LG 신제품, 고성능 공기청정으로 어필


▎오텍캐리어의 ‘인공지능 마스터 에어로 18단 에어컨(왼쪽)’과 대유위니아의 ‘2018년형 위니아 에어컨’은 가성비가 높아 관심을 모은다.
아울러 이전까지 이 회사 제품은 실외기 한 대에 스탠드 한 대와 벽걸이 한 대까지 최대 두 대만 연결이 가능했다. 실외기 한 대를 추가 설치할 때 많게는 30만원까지 들었던 추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고가가 높아도 경제성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인공지능(AI)과 공기청정 및 제습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은 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풍 에어컨 라인업은 차가운 직풍에 따른 냉방병 발생 우려 등 에어컨 특유의 부작용을 없애, 어린 자녀나 노부모와 같은 노약자를 둔 가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LG전자도 소비자 편의성을 대폭 강화한 신제품으로 승부하고 있다. 지난 1월 선보인 37종의 최신형 ‘휘센 씽큐 에어컨’은 이 회사의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브랜드 이름(‘ThinQ’)을 전면에 내세울 만큼 AI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AI가 사람이 있는 방향을 인식해 그쪽으로만 집중적으로 차가운 바람을 내보낸다. 역시 냉방병 발생 우려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해주는 똑똑한 시스템이다. 또 듀얼 냉방 팬을 적용, 냉기를 여러 방향으로 한 번에 보내면서 고효율 균일 냉방이 가능하게 한다. AI는 사투리까지 인식해 좀 어눌한 발음과 억양으로 지시를 해도 단번에 알아듣고 실행에 옮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젠 에어컨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올해 음성 인식 기능의 첫 탑재 후 휘센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37종의 출고가는 200만~470만원으로, 내게 맞는 제품을 가려내면 삼성전자 신제품을 살 때보다 저렴하게 사서 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역시 공기청정과 제습 기능이 있다. 특히 LG전자는 앞서 지난해에도 벽걸이 에어컨에 국내 최초로 입자 지름이 1㎛(마이크로미터, 1㎛는 1백만분의 1m) 이하인 극초미세먼지도 감지할 수 있는 ‘PM 1.0 센서’를 탑재하는 등 공기청정 기능 강화에 나서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극초미세먼지는 일반적인 미세먼지(지름 10㎛ 이하)나 초미세먼지(지름 2.5㎛ 이하)보다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물질이다.

좀 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고려한다면 오텍캐리어(글로벌 2위 에어컨 업체인 미국 ‘캐리어’의 한국 법인을 국내 기업인 오텍이 2011년 인수)나 대유위니아(김치냉장고 ‘딤채’ 등 다양한 가전을 생산)의 제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오텍캐리어가 지난 1월 선보인 ‘AI 마스터 에어로 18단 에어컨’은 대기업 제품처럼 냉방은 물론 공기청정과 제습까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AI를 탑재해 목표 온도와 바람의 세기를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에어컨 스스로 실내 환경을 파악, 18단계로 바람을 미세하게 제어한다. 가격은 200만원부터다. 대유위니아의 ‘2018년형 위니아 에어컨’도 가성비가 좋다. 바람을 측면으로 내보내 다각도로 냉방할 수 있으며, ‘아기 모드’ 기능을 탑재해 약한 바람으로 냉방하면서 어린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갖춰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작할 수도 있다. AI는 탑재하지 않았지만 가격이 170만원대부터다.

에어컨은 언제 구매하는 것이 좋을까. 단연 여름철 성수기보다는 비수기에 미리 구입하는 편이 낫다. 비수기인 만큼 기업들이 각종 프로모션을 준비해 할인폭이 크며, 오래 대기할 필요 없이 거의 곧바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수기 중에서도 통상 기업들이 연초 신제품을 선보인 직후인 2~3월 무렵이 에어컨 구매의 최적기로 통한다. 확률적으로 성수기 대비 낮은 가격대에 최신 기술이 들어간 에어컨을 기다림 없이 수월하게 설치할 수 있다. 에어컨 구매 타이밍을 놓쳐서 이번 여름 고생한 소비자라면 기억해둘 만하다.

필터 청소로 냉방 효율 극대화 가능


▎에어컨 필터는 샤워기 등을 이용해 흐르는 물에 청소하면 된다. / 사진:© gettyimagesbank
이 외에도 에어컨을 구입할 때 공간 활용이 중요한 소비자라면 제품의 사이즈를, 소음에 민감한 소비자는 저소음 기능 탑재 여부를, 평소 가전의 관리에 어려움을 느꼈던 소비자는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평판 등을 각각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편 에어컨의 구매만큼 중요한 것이 관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먼지를 내부에서 걸러내어 24시간 청정한 공기가 실내를 돌게끔 하는 필터 청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가 권장된다.

이때도 에어컨 형태별로 청소 방법이 다르다. 천장형은 필터와 송풍 팬을 분리하기가 까다로우므로 직접 청소를 시도하기보다 청소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스탠드는 집에서도 직접 청소하기 수월하다. 본체에서 필터를 빼내 흐르는 물에 헹군 다음 잘 말려서 재부착해 쓰면 된다. 제대로 말리지 않은 채 본체에 밀어 넣으면 안에서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필터 청소 때 소독 물질을 써도 좋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안전품질본부 관계자는 “과탄산소다를 물과 3대 7의 비율로 섞어 에어컨 필터 살균 청소에 이용하면 냉방 효율이 58% 높아지고 에너지는 15%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벽걸이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집에서 직접 청소할 수 있지만, 송풍 팬의 분리와 청소는 다소 까다롭다. 송풍 팬을 청소할 땐 업체를 부르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박스기사] 글로벌 에어컨 시장은 지금 - 가격 경쟁력 앞세운 중국 업체 약진

국내 에어컨 제조사들은 기술력 면에서 다른 가전에서처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그룹으로 평가되지만, 막상 점유율은 높지 않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글로벌 에어컨 점유율은 4.2%로 2012년(5.1%)에 비해서도 0.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점유율이 2.5%로 5년 전(2.9%)보다 0.4%포인트 내려갔다. 각각 글로벌 순위 7위와 10위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내수가 뒷받침되는 가정용 에어컨에 집중하는 반면, 세계 시장은 시스템(상업용) 에어컨 위주로 형성돼서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기후적으로 가정용 에어컨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지역이 많아 상업용 에어컨 수요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40%대의 점유율로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는 다이킨공업(일본)이나 세계 최초로 에어컨을 발명한 공학자 윌리스 캐리어가 창업한 캐리어코퍼레이션(미국) 같은 최상위 업체들 모두 상업용 에어컨 위주의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에어컨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의 종합 가전 업체 하이얼그룹은 세계 에어컨 점유율이 2012년 7.9%에서 지난해 14.8%로 크게 높아졌다(하이얼의 상업용 에어컨은 지난해 중국 내 점유율만 80%대였다). 다른 중국 업체 TCL도 같은 기간 1.6%에서 3.0%로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TV 등의 다른 가전에서도 해가 갈수록 중국 브랜드의 글로벌 점유율 ‘나눠 갖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에어컨 또한 예외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박스기사] 에어컨 전기료 부담 덜려면 - 실외기 그늘에 설치하거나 햇빛 차단해야

에어컨 사용량 급증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늘면서 가정용 전기 누진세의 폐지 또는 완화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또 다시 커졌다. 정부가 한시 완화 조치를 결정한 가운데, 소비자 입장에선 가정에서 해볼 수 있는 에너지 절감 노력에도 관심을 가질만하다. 우선 실외기 효율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외기를 설치할 때 최대한 그늘 쪽에 하거나, 기존에 설치된 실외기에 햇빛 가리개만 씌워줘도 에너지 효율이 최대 20%까지 높아질 수 있다.

주기적인 필터 청소도 에너지 절감에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에어컨 가동 전 환기를 하거나, 강풍 대신 약풍을 오래 쐬거나, 에어컨 앞에 선풍기를 두고 틀어서 찬 공기가 더 빨리 퍼지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에어컨 희망 온도는 실외 온도보다 5~8도가량 낮게 설정하면서 실내 온도 26~28도를 유지해주는 편이 좋다. 더 낮은 실내 온도가 될 때까지 틀어두는 것보다 건강에도 바람직하다.

1447호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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