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좋은 사회 제도에 영향 … 젊은 여성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요구 높아
출산제한의 시대로부터 출산장려 전성기가 도래했다. 여성이 평생 낳을 평균 출생아 수가 1966년에 4명대, 1974년에 3명대, 1977년에 2명대, 1984년에 1명대로 진입했고, 올해는 1명 미만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에 따라 출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했다. 1960년대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197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문구로 출산억제를 환기시켰다. 최근에는 야당 원내대표가 아이 1명당 성인이 될 때까지 1억원을 제공하자는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했다.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격언을 넘어 아이 하나 키우는 데 국가가 나서게 됐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인구구조 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시행했다. 2016년부터 3차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여기에는 88개의 과제가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신혼부부 전세임대 및 맞춤형 행복주택 확대, 출산의료비 지원,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이다. 지난 10여 년 간 정부가 내놓은 대책 덕에 아이들이 노년이 됐을 때 삶의 질을 높여주는 효과는 가져올 것 같다. 그러나 단기간에 출산율 증가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 같다.출산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여학생들은 출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여학생들은 비혼 선택, 취업 걱정, 육아 독박, 경제적 능력 부족, 경력 단절, 노후 불안 등의 영향 탓에 출산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그중 한 여학생은 “희생하기 싫어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였다.인간은 행위의 주체이자 사회 구조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점을 볼 때, 출산이 희생으로 간주되는 사회 환경을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시대가 변했지만, 가부장제 전통의 굴레로 남녀가 평등하지 않은 사회에서 엄마와 딸의 아픈 경험은 반복되고 있다. 조남주는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한국에서 어머니 세대와 30대 중반인 딸 세대의 여성의 삶이 생각보다 많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묘사했다.저출산은 독립된 주체로서의 삶을 살려는 젊은 세대 여성들과 이러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구조의 부조화에 따른 구조적 지체의 결과다. 다른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은 다른 정치·경제·사회 환경에 적응하면서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한다. 구조적 지체의 예로 양성평등을 교육받은 여성들이 직장생활에서의 성취감에 대한 욕구가 있지만 일과 가정생활의 조화를 위한 육아휴직 제도가 확립되지 않아 경력이 단절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출산을 재고하게 만드는 제도의 미확립은 양성평등 의식의 부재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에서 수행하는 한국종합사회조사는 세계 27개국과 함께 정부의 역할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2018년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등 촉진’이 정부의 책임이냐 아니냐라는 질문에서, 한국은 단지 57%만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응답했다. 심각한 저출산을 경험한 일본(70%)보다 낮은 수치였다.프랑스 91%, 영국 91%, 노르웨이 89%, 대만 89%, 스웨덴 87%, 독일 86%, 미국 85%가 정부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45세 이상 남녀 모두 55~59% 정도로 정부의 책임으로 여겨 차이가 없고, 44세 이하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약 10%포인트 정도 더 정부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특히 35~44세 연령대에서 여자는 73% 남자는 59%로 가장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 젊은 세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양성평등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더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다양한 원인에 기초한 저출산 현상에 대해 하나의 처방책을 제시하는 것이 무리다. 그러나 양성평등의식 촉진은 장기적으로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있다. 양성평등의식과 사회 제도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지범 교수는…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센터장이고 세계조사학회 출판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