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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 늘어나는 전기차] 주행거리·충전소 늘면서 고속질주 

 

김유경 기자
2040년 판매량 6000만대 이를 듯...글로벌 제조사들, 고성능 전기차 속속 선보여

▎2014년 글로벌 판매량 5만대에 그쳤던 전기자동차(EV)의 판매량이 2040년에는 6000만대에 이르러 전체 자동차 시장의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혁신적인 제품은 산업을 일순간에 바꾼다. 코닥의 창업자 조지 이스트먼이 개발한 건식 롤필름과 휴대가 간편한 소형 사진기는 재봉틀 크기의 구식 사진기를 역사의 뒤안길로 몰아냈다. 1970년대 등장한 컬러TV는 흑백TV를 순식간에 밀어내며 연예·스포츠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2020년 전기자동차(EV)를 중심으로 이런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의 제품 라인업 확대와 1회 충전에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3세대 2차 전지의 보급, 충전소를 비롯한 인프라 확충이 맞물려 2020년 빅뱅을 맞을 전망에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390만대, 2025년 12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4년 5만대에 불과했던 EV 판매량은 매년 40% 이상 증가하며 2040년에는 6000만대에 달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을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V 판매량 증가는 배터리 기술 발전에 따른 주행거리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16년만 해도 EV 차량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00~200㎞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대전쯤에서 충전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난해 출시된 쉐보레 볼트 EV의 경우 주행 가능 거리가 400㎞에 육박하는 등 최근 EV들은 긴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제조사들이 모터 등 파워트레인의 에너지 효율을 높였고 소재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량화에 성공해서다. 과거 제조사들은 EV 전기 모터의 최적의 직류·교류 전환 값을 찾지 못해 전력을 헛되게 쓰는 경우가 많았다. 모터가 큰 힘을 내려면 강한 자기장이 필요한데, 이 경우 모터의 코일 역시 커진다. 차량의 무게가 늘고, 실내 공간이 좁아진다. 최근에는 코일 주변 자석의 자기장을 높인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알렉스 드리하카 로버트보쉬코리아 파워트레인 솔루션 사업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차 시장은 규모의 확대와 전기 엑슬(2개의 바퀴를 연결하는 차축) 보급이 확대되는 2020년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섬유에 수지를 섞는 방법 등을 통해 가볍지만 강도가 높은 자동차 부품 소재가 잇따라 개발된 점도 전기차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일반적으로 EV는 차체 무게가 1600kg을 넘으면 전력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에너지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동차용 신소재 복합 재료는 2021년 399만 t으로 25%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 경량화를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터 자기장 높이고 차체에 신소재 사용


이런 가운데 배터리 용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2차전지 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은 2020년부터 3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2020년 700㎞까지 성능을 높인 2차전지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3세대 배터리는 1회 충전에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제품이다. 현재 EV에 장착되는 상용 제품은 주행거리가 300㎞ 이상인 2세대 배터리다. 경차 중심으로 개발되던 EV가 최근 현대차 코나, 기아차 니로 등 무게가 무거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확대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조사들로선 에너지 효율 상승과 배터리 용량 증가로 제품 라인업을 폭넓게 꾸릴 수 있게 됐다. 소비자로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EV가 본격적으로 시장성을 갖게 된 셈이다.

실제 코나 일렉트릭은 출시 이후 7월 말까지 약 3개월 간 2679대 팔렸고, 7월 출시된 니로 EV는 9월 10일까지 8500대가 계약됐다. 소형 SUV형 EV의 가격은 4000만원대 후반, 국가·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 초반에 구입할 수 있다. 내연기관 준중형 SUV와 가격이 비슷하지만 유지비가 적고 친환경차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를 많이 넣으면 EV의 주행거리가 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과 무게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덤프트럭도 만들 수 있다”며 “다만 합리적인 비용으로 생산하기 위한 경량화와 파워트레인·서스펜션의 모듈화 등이 진행되고 있어 차츰 라인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은 고급 세단이나 스포츠 타입의 고성능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고성능 제품 상용화에 성공하면, 하위 트림 모델의 제조·판매가 용이해져서다. 뒤늦게 EV 시장에 진출한 벤츠는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EQC’를 선보였다. 벤츠의 첫 EV다. 1회 충전으로 450㎞ 주행이 가능하며, 최대 출력은 408마력에 달한다. 벤츠는 2022년까지 C·E·S클래스 등 모든 세그먼트에 전기동력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내연기관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유지하면서 EV 라인업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가솔린 연료 차량이 많이 팔리는 미국, 디젤의 유럽,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EV 판매량이 많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맞춤형으로 공략할 수 있다. 재규어도 최고출력 400마력에 시속 0~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5초에 불과한 고성능 EV SUV인 ‘I PACE’를 최근 출시했다. 연내 국내 판매에도 나선다. 아우디도 EV SUV인 ‘E트론’의 양산형 모델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9월 17일 처음 공개했다. 한 번 충전에 500㎞를 달리는 360마력의 고출력 차량이다. 독일 3사 중 가장 먼저 EV 분야에 뛰어든 BMW는 2025년까지 총 25종의 EV·PHEV 신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포르쉐 역시 내년 스포츠세단인 ‘타이칸’을 내놓을 예정이다. 타이칸의 주행거리는 500㎞, 최대출력은 600마력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페라리 등 수퍼카와 비슷한 3.5초에 불과하다. 포르쉐는 페르디난도 포르쉐 박사가 1898년 전기차 ‘P1’을 만든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배터리 용량 늘고 충전시간 줄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쌍두마차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도 뒤늦게 EV 개발에 뛰어들었다. GM은 2023년까지 2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며, 포드는 2020년 ‘마하1’을 시작으로 5년 간 전기차 모델 13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GM과 포드의 이런 움직임에 뉴욕타임스(NYT)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SUV와 픽업트럭을 파는 GM·포드의 변화는 놀랄 만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PHEV의 선구자인 도요타는 마쓰다·덴소 등 협력사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EV 개발에 착수했다. 2020년까지 10종 이상의 EV를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EV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었던 긴 충전시간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배터리의 용량이 커지면서 EV의 주행거리는 늘었지만 그만큼 충전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GM은 미국의 전력 설비 업체 ‘델타 아메리카’와의 연구를 통해 10분 만에 290㎞를 달릴 수 있는 급속 충전 기술을 개발했다. 혼다는 2022년까지 15분 충전으로 240km를 달릴 수 있는 EV를 내놓을 계획이다. 도시바는 충전 6분 만에 320㎞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해 2019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에 대한 저항이 극히 적은 니오븀 소재를 음극 재료에 섞어 충전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용량도 늘었다. 벤츠·BMW 등은 전기선의 제약을 받지 않고 여러 대를 한번에 완속 충전할 수 있는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452호 (201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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