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는 현대차가 주도...SUV 위상 높아지고 전기차도 ‘완판’행진
올해 1~8월 사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굵직한 뉴스가 많았다. BMW의 ‘불자동차’ 사건부터 배기가스 조작 사태의 장본인인 폴크스바겐의 귀환, 현대차그룹의 영향력 확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이 자동차 소비자의 눈과 귀를 모았다. 현대차와 벤츠가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경쟁사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1~8월까지 시장을 달군 주요 이슈와 인기를 모은 모델, 그리고 연말을 달굴 신차를 소개한다. 미래 시장을 이끌 전기차의 동향도 살펴봤다.
▎현대차 그랜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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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자동차 시장의 키워드는 크게 네 가지로 꼽을 수 있다. 현대차·독일차·전기차 그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구매한 자동차는 현대차였다. 1월부터 8월까지 47만333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차 순위 1위부터 10위를 모두 현대·기아차가 휩쓸 정도로 한국에서 현대차의 위상은 높다. 한국 시장 최강자 현대차이지만, 해답을 찾지 못하는 아픈 구석도 있다. 고급 자동차 시장을 장악한 독일 자동차 브랜드 때문이다. 수입차 판매 1위부터 10위 가운데 8곳이 독일차다.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과 BMW의 ‘불자동차’ 사건이 터졌음에도 여전히 한국 시장에서 독일차의 위상은 높다. 수입차 판매 1위인 벤츠 E클래스는 2만3906대나 팔리며 웬만한 국산차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보일 정도다. 전기차도 자동차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차 주인공 자리를 하이브리드에서 넘겨 받은 모양세다. 한국GM과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해가 지날수록 위상이 높아지는 SUV의 강세도 여전했다.
독보적인 현대차의 한국 위상
▎현대차 산타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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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그랜저였다. 8월까지 6만7373대가 팔렸다. 지난해에는 그랜저 역사상 가장 많은 13만2080대 판매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보다는 못미치는 10만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판매 1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있다. 판매 2위 싼타페의 기세가 무서워서다. 싼타페의 올해 판매량은 6만1558대로 아직 그랜저에 못미치지만, 3월부터 매월 판매 1위를 기록 중이다. 8월에도 그랜저는 8905대가 팔린 반면 싼타페는 9805대를 팔렸다. 싼타페의 판매에 속도가 계속 붙는다면 한국 자동차 시장 최초로 SUV가 판매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3위는 5만5669대가 팔린 상용차 현대 포터다. 자영업자부터 건설현장, 물류 분야에서 두루 쓰이는 만능 트럭이다. 그랜저나 아반떼보다 더 많이 팔릴 때도 있는 인기 모델이다. 싼타페가 최초의 판매 1위 SUV 후보라면 포터는 언제든지 우승을 넘볼 수 있는 만년 우승 후보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판매 4위에 가서야 현대차가 아닌 다른 브랜드가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현대차와 형제 사이인 기아차다. 올해 기아 카니발은 4만4280대가 팔렸다. 다목적 차량인데다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 주행이 가능한 모델도 있어 인기가 많다. 카니발 역시 매년 5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마침 현대차에서 미니밴을 출시하지 않는 점도 카니발의 위상 강화에 도움이 됐다. 판매 5위는 준중형의 독보적인 강자 아반떼다. 9월에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신차효과까지 기대하고 있어 연말에는 4위에 올라설 전망이다.올해 자동차 시장을 둘러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한국에서 얼마나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는 47만3330대, 기아차는 35만8900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70%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GM은 점유율 10%에 근접하며 현대·기아차를 견제할 만한 위치에 올랐었다. 하지만 2018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이슈였던 한국GM 사태를 겪으며 위상이 흔들렸다. 2월 한국GM은 군산공장을 폐쇄를 발표했고 5월 31일 문을 닫았다. 결국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던 크루즈와 올란도는 단종이 됐고, 구조조정을 거치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쉐보레의 판매량도 급감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도 힘들 판에 노사 갈등이 고조되며 결국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된 결과다. 그나마 경차인 스파크가 2만190대 팔리며 효자 노릇을 했지만, 수익성이 낮은 경차라는 단점, 그리고 새로 출시한 모델들의 부진이 겹치며 한국GM은 전년 동기 대비 -37%의 성장을 보였고, 시장에서도 쌍용차에 밀리며 4위로 내려갔다.
쌍용차는 8월까지 7만383대를 팔아 국내 시장에서 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쌍용차의 성장엔 효자 모델 두개가 영향을 미쳤다. 2만4461대가 팔린 티볼리와 2만2579대를 판매한 렉스턴 스포츠다. 두 모델 모두 10위권에 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대차에 비해 자금과 유통망이 모두 밀리는 상황에서 거둔 준수한 성적이다. 다만 1월 출시한 코란도 투리스모의 시장 반응이 별로인데다, SUV 말고는 따로 소개할 모델이 마땅치 않다.한국 시장에서 주목받는 변화로 전기차의 약진이 있다.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내놓는 모델 속속 매진 중이다. 국산 전기차의 판매실적은 1만175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GM의 볼트EV는 올해 도입 물량이 지난 1월 판매 개시 3시간 만에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판매실적인 280대를 훌쩍 뛰어넘은 3122대를 기록했다. 기아 니로EV도 사전예약 이틀 만에 올해 물량 5000대를 모두 마감한 상태다. 현대 코나 전기차의 예상 판매량은 1만2000대였다.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숫자다. 사전 예약자만 1만6000명이 몰렸다. 지난해까지 전기차는 차종에 관계없이 1400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1200만원을 모델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있지만, 전체 보조금이 줄었음에도 사람들이 전기차에 몰리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전기차 열풍이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단에서 SUV의 나라로
▎벤츠 E클래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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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 간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SUV의 약진이다. 한때 자동차는 세단이라고 생각했더 한국에서 지금은 SUV 판매가 세단을 넘어서는 중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시장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2.6%에서 지난해 43.0%로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SUV의 최근 5년 간 판매량이 86%로 대폭 늘어났다.현대차도 승용 및 해치백·왜건의 판매와 SUV 및 MPV의 판매가 비슷해졌다. 기아차는 하반기 중으로 SUV 및 MPV의 판매가 승용차의 판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출시된 신차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은 거둔 모델은 단연 싼타페다. 싼타페는 ‘SUV 대세’라는 흐름 속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출시되지마자 폭발적인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어렵지 않게 월 1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가장 두드러졌다. 쌍용차가 1월에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도 돌풍의 핵이었다. 코란도 스포츠보다 판매 볼륨이 훨씬 증가했다. 생산하는 족족 판매되고 있으며, 월 4000대가량씩 팔리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의 인기 때문에 국산차 브랜드는 물론이고 수입차 브랜드까지 픽업트럭을 국내에 들여 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현대차는 대형 SUV 신차(개발명 LX2)를 올 연말 출시할 예정이다. 이 모델은 7~8인승으로 역대 현대차 SUV 라인 중 가장 큰 차체를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LX2는 베라크루즈 이후 공석이었던 풀사이즈 대형 SUV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기아차는 대형 SUV 모하비의 후속 모델을 준비 중이다. 올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북미 전략형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국내에 투입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기아차는 쏘울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쏘울이 도심형 다목적 차량인 크로스오버였다면 새로운 쏘울은 SUV적인 성격을 더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3세대 모델은 연말 정도에 소개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 티구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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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폴크스바겐의 뒤바뀐 처지2018년 상반기 수입차 판매순위 1위는 역시 벤츠 E클래스가 차지했다. 2만3906대가 팔려는데, 웬만한 국산차보다 판매량이 많다. 수입차 판매 10위 안에 들어간 벤츠 모델은 4개에 달한다. 벤츠와 오랜 기간 수입차 시장 1위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BMW는 지난 여름 자동차 업계를 강타한 화재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전히 판매 2위에 BMW 5시리즈, 3위에 BMW 3시리즈를 올려 놓고 있지만, 하반기 판매 마케팅 계획에 큰 차질을 입었다. BMW는 하반기에 X2, X4, X5 등 SUV 라인업과 i8, 새로운 미니 시리즈를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화재 사건 이후, 출시 행사를 취소하거나 미룬 채 정부 조사에 협조 중이다.수입차 시장의 주요 이슈로 돌아온 아우디·폴크스바겐을 꼽을 수 있다. 아우디 A6가 6745대를 판매하며 4위에, 폴크스바겐의 티구안은 6034대를 판매하며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2016년 8월,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에 대한 인증이 취소되고 국내에서 차량 판매가 공식 중단됐다. 지난 3월 복귀해 5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당시 시장점유율을 보면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올 상반기 돌아온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티구안은 출시부터 금융 지원과 딜러 할인 판촉 행사를 펼치며 시장을 공략했다. 아우디는 A3 40% 할인이라는 카드를 내놓으며 시장을 흔들었다. 그 결과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모두 3% 후반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2년 전 폴크스바겐이 흔들렸을 때, BMW는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지금은 아우디 폴크스바겐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흔들리는 BMW의 점유율을 차지해 나가는 모습이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