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이필재가 만난 사람(16) 김영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 신중년의 새로운 일자리 발굴에 힘쓴다 

 

취약계층 위한 정책 개발에도 노력... “50플러스캠퍼스는 제2의 삶의 출발점”

▎사진:전민규 기자
“생계형 일자리를 발굴하고 모색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서울은 여유 계층이 47%에 이르지만 빈곤층도 30%남짓 됩니다. 서울 50+ 세대(50~64세)의 세 가지 고민 중 하나가 불안하다는 건데 길어진 노후에 경제력이 한계에 부닥칠까봐 불안한 거예요.” 지난 11월 취임한 김영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는 “재임 중 서울의 신중년들이 생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2016년 봄 출범 후 전체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사업을 잘 해왔다면 앞으로 나머지 5분의 2에 속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과 생계형 일자리 문제에 집중하려 합니다. 서울의 50+ 세대는 인구의 22%(210만 명)를 차지합니다. 15년씩 끊을 때 서울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죠. 이분들은 일하고 싶어 하고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불만인 동시에 무엇보다 불안해 합니다. 노인 세대도, 청년 세대도 아니라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50세 전에 직장에서 밀려나면 재취업, 자영업 창업, 프리랜서의 길 등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재취업은 쉽지 않고 프리랜서도 만만치 않죠. 이렇다 보니 상당수가 창업에 뛰어들지만 대부분 등떠밀린 창업이죠. 창업 지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오후 5시 이후 영업을 시작하는 사업장들이 있습니다. 이런 곳에 임대료의 30%만 내고 점심 때 식사를 제공한 후 빠지는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 중입니다. 1000만원 정도 투자하면 돼 리스크가 일반적인 창업보다 훨씬 작죠. 창업한 업소 10곳 중 7개가 망하는 시대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경험을 쌓은 후 창업을 하라는 게 취지입니다. 특정 업종에 몰려 공급 과잉으로 실패하는 확률을 낮추기 위해 빅데이터 등 연구조사 자료도 제공하려 합니다.”

4차 산업혁명과 남북교류는 50 세대에 기회

50+ 세대도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접점이 있을까요?

“저는 50+ 세대에게 4차 산업혁명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가 융합인데, 예컨대 젊은 세대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내고 50+ 세대가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등을 맡는 방식의 세대 융합이 가능할 거로 봐요. 50플러스재단의 캐치 프레이즈가 ‘50+의 가능성을 열다’입니다.”

지난해 50플러스재단의 정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부문 혁신 사례로 선정됐습니다. OECD가 재단 정책의 어떤 측면에 주목했다고 보나요?

“50+세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방정부 차원의 세대 정책은 국제적으로도 서울이 처음 시작했습니다. 50+세대가 겪는 노동·복지 문제는 이미 글로벌 이슈입니다.”

김 대표는 노동자 출신 노동운동가였다. 정치인으로 변신해 비례대표로 17대 의원을 지냈고, 50플러스재단에 몸담기 전 10년 간 기업인으로 살았다. 그는 “노동운동을 하다 정치에 뛰어드는 건 당시로서는 일종의 배신행위였다”고 귀띔했다. “나름대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주어진 조건에서 반 발짝 앞서 가려 노력했고, 새로운 도전을 지속했다고 자부합니다.”

남북 교류 시대 50+ 세대의 역할이 뭐라고 보나요?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50+ 세대의 경험이 유용하게 쓰일 겁니다. 일례로 북의 기간산업, 기간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북한에 도로·통신망을 깐다고 할 때 50+ 세대야말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입니다. 무엇보다 이 세대의 마인드는 그 부모 세대보다 북한에 대해 더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죠.”

김 대표 자신도 50+ 세대의 일원입니다. 업무 파악 차 캠퍼스를 둘러보니 직접 참여할 만한 50플러스 프로그램이 뭔가요?

“임기를 마친 후 50+인생학교에 다니고 싶습니다. 과거 학창 시절처럼 주입식 강의를 듣는 곳이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워크숍 방식의 프로그램이죠. 연극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도 제공합니다. 인생학교는 생각의 전환과 새로운 삶의 탐색을 돕는 인생재설계학부의 대표 프로그램인데, 만족도가 매우 높아요. 저도 나중에 수강생 자리에 앉아 다른 분들이 살아온 인생을 어깨너머로 들여다보고 이분들에게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교훈을 얻으려 합니다.”

50플러스캠퍼스엔 캠퍼스인 만큼 여러 학부가 있다. 인생 재설계학부 외에 일과 활동을 모색하는 커리어모색학부, 남성을 위한 요리교실,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이 인기 강좌인 일상기술학부가 있다. 올해 계절학기까지 포함해 총 493개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1만2000여 명의 50+ 세대가 참여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50+ 보람일자리 사업도 50플러스재단이 운영한다. 은퇴한 50+ 세대가 학교·마을·복지시설 등에서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사회공헌 활동을 하게 하는 사업이다. 2015년 시작해 규모가 계속 커졌고 올해는 31개 사업에 2200여명이 참여했다. 그는 50+ 세대는 전 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능력이 뛰어나 복지의 수혜자에 그칠 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0플러스캠퍼스와 센터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개인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요?

“일반적인 문화센터보다 저렴한 월 3만~5만원 수준입니다. 긴 과정은 10만원이죠. 그래도 프로그램 지원자의 평균 경쟁률이 3 대 1일 만큼 인기가 높아요.”

우리 사회에 세대 갈등이 심각합니다. 50+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대 갈등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요?

“세대 간에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저희 재단이 올해 ‘부모님 자서전 쓰기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청년 세대가 부모 세대의 자서전을, 부모 세다가 그 윗세대의 자서전을 쓰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고 서로의 삶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봅니다.”

50플러스캠퍼스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이용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나요?

“상담 서비스입니다. 50+ 상담센터에 들르면 동년배의 컨설턴트에게서 일·건강·여가·관계 등 생애 7대 영역에 초점을 맞춘 전문적 컨설팅을 받을 수 있어요.”

김 대표는 퇴직 후 갈 곳이 가까운 산 밖에 없다는 말은 50플러스캠퍼스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강변했다.

“여행, 사진 찍기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도 할 수 있습니다. 50플러스캠퍼스 프로그램의 큰 특징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동료들과의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남은 인생을 훨씬 유익하게 보낼 수 있죠. 예를 들어 라디오PD 과정을 들은 분들이 ‘꿈꾸는 라디오’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1주일에 한 번씩 캠퍼스에서 라디오 방송을 합니다.” 50+ 인생학교에서 동문수학한 동문들은 루덴스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불광동에 중장년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루덴스키친도 운영하고 있다.

50플러스캠퍼스는 ‘□이다’라고 할 때 □를 채워 주시죠.

“제2의 삶의 출발점입니다. 인생 2막 무대에 오르기 전 재충전하는 막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1464호 (2018.12.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