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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핵협상 성과 날까?] 잇단 대화에도 교착상태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남·북 정상회담의 효용성도 떨어져… 2019년 초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관심거리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8년 한반도 정세는 2017년과 비교할 때 큰 변화가 있었다. 2017년은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 정도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반면 2018년은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남·북 정상회담도 3차례 이루어지는 등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과 불안정의 핵심 이유인 북한 비핵화는 기대와는 달리 실질적인 진척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4·17 판문점 선언, 6·12 북·미 공동성명, 9·19 평양 공동선언 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지속적으로 천명했지만, 비핵화의 원칙인 신고·검증·폐기 차원에서 유의미한 조치는 제한되고, 비핵화 정의, 시기, 방안, 보상 조건 등을 포함한 로드맵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6·12 북·미 공동성명의 합의사항 준수를 미국에게 요구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미군 유골 발굴 및 송환 등의 4개 항을 순위를 매겨 합의했다. 이런 6·12 합의는 사실상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동시적 이행 조치를 수용한 형태로,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종전선언과 같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치가 북한 비핵화에 선행되거나 병행돼야 함을 명시한 것이다. 이후 북한은 자신들이 시행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불가역적이고 미국의 연합훈련 중단은 가역적이라면서 미국에게 ‘균형적’ 조치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다시 한 번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면서 동시·단계·균형의 원칙을 천명했다.

정중동 움직임 속 팽팽한 힘겨루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을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선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제재 해제는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서나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철저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를 위한 미국의 독자 제재를 더욱 강화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만 7번을 포함해 12월 초까지 총 10차례 제재를 부과했다.

미·중 관계 측면에서 북핵 문제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도출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게 된다는 논리다. 실제로 2017년 3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하자 북·중 정상회담이 3차례나 성사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을 넘는 대중 공세를 취하자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회자되던 시진핑 주석의 2018년 방북은 결국 2019년으로 연기되고,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던 중국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심지어는 2018년 11월 8일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육원의 장롄구이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이 취한 조치들은 핵 포기가 아닌 핵 동결 차원일 뿐이고 미래 핵 사용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믿기는 시기상조”라면서 “한국과 중국이 지혜를 모아 북한이 꼼수를 못 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미·중 갈등의 와중에서 미국이 전례 없는 초강수를 통해 중국을 압박할 경우 중국이 북한을 끌어안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북한에게 ‘뒷문’을 열어주지 않을 경우 북한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도 북한 비핵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중 2, 3차는 북·미 간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을 때 열려 대화의 동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 또 전반적인 남·북 관계의 개선은 남·북 간의 접촉면을 넓히고 공유하는 이익 범위를 확장해 갈등보다는 협력의 동기를 강화하고, 특히 북한을 ‘정상 국가화’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 북·미 교착상태는 남·북 관계, 특히 4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이전의 남·북 정상회담은 주로 한국이 북측의 비핵화 관련 전향적인 조치를 들은 후 미국에게 전달하는 형식으로 대화의 동력을 되살렸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이미 북·미 간의 소통 채널이 형성돼 있고 양측의 입장이 충분히 확인된 상태이므로 남·북 정상회담이 기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국내 상황도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볼 때 녹녹하지 않다.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미 상원은 2018년 처리하지 못한 새 대북제재 법안을 2019년 다시 상정할 예정이다.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의 경우도 미국과의 격화된 무역전쟁으로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2017년 제재의 여파로 3.5%의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북한 경제는 2017년 말부터 본격화된 제재를 감안할 때 2018년은 6%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2018년 4월 경제와 핵 병진 노선을 ‘결속’하고 경제건설 총 집중노선을 선포하면서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까지 한 상황이므로 북한 주민의 인민생활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있는 것도 북한 지도부의 고민을 더하게 한다.

종합할 때 북·미 비핵화 협상 측면에서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중국의 대북 지원 위축, 남·북 관계를 통한 돌파의 한계, 미국의 제재 지속, 북한 국내적 부담 등이 결합돼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동반한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추동이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 핵 협상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시나리오를 성취하기에는 북한에게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 펼치기는 어려워

따라서 공이 다시 북한으로 넘어 온 현 상황에서 북한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게 익숙한 ‘벼랑 끝 전술’을 통한 판 자체 흔들기 또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북한이 보유한 많은 카드 중 일부를 더 내놓기 등이다. 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에 보여주었던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최대 압박을 감안할 때 선택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렇다면 북한은 후자를 선택하면서 다시금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2019년 북한 비핵화 협상은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며 진행될 것이다. 많은 난관도 예상된다. 일단 2019년 초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고 상반기에 북한 비핵화의 초기 시간표, 일부 핵시설의 검증을 통한 폐쇄 조치 시작 등이 있어야 성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미 핵협상이 성과를 낼 확률은 50% 정도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여러 행위자는 각기 자신의 이익대로 움직여 불확실성을 높이지만, 당사국인 한국만이라도 북한 비핵화라는 명확한 목표를 추구한다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1466호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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