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ICT가 소매업 살릴까] 간편한 결제, 비용 절감, 구매 데이터 축적 

 

맥갤러리 IT칼럼니스트
사물인터넷·인공지능·빅데이터 등 기술 오프라인 매장에 속속 도입해 효율 높여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고 매장에서는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어도비 애널리스틱(Adobe Analytics)에 따르면 온라인 할인이 쏟아진 지난해 추수감사절부터 사이버 먼데이 기간(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첫 월요일)까지 미국의 전자상거래 매출이 79억 달러(약 8조876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9.7%가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객 수는 1% 줄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소매 시장이 축소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해마다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물론 오프라인 매장만의 장점도 존재한다.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하는 전통적 방식의 소비를 여전히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

온라인 시장,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 흡수

문제는 온라인 시장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마저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세계적인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가상의 선글라스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고 제품을 착용했을 때의 느낌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마존은 카메라가 달린 소형 기기인 ‘에코 룩(Echo look)’을 출시했다. 손바닥 만한 카메라만 집에 설치하면 자신의 체형과 유행에 맞는 옷을 추천해준다. 온라인 상의 다양한 제품을 직접 가서 입어보지 않고도 특정 옷을 실제 착용한 것과 같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오프라인의 감성을 활발하게 흡수하는 온라인과 달리, 온라인의 디지털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가 않다. 매장에 방문하는 행위 자체를 꺼리는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빠르게 확산 중인 무인점포를 단순한 인건비 절감 차원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오프라인 매장은 전통적으로 고객과 직원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점원은 고객에게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감해 소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현재의 소비자들은 이미 온라인을 통해서 제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습득한 상황에서 매장을 방문한다. 또 오프라인 매장에서 새로운 제품을 보더라도 곧바로 구매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추가적인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하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은 과거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진 점원을 없애는 대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전자상거래만큼 빠르고 간편한 결제가 이뤄지게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변화는 사물인터넷(IoT)·증강현실 등의 ICT와 결합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제는 무인점포의 대명사가 된 아마존 고(Amazon Go) 매장에서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자신의 장바구니에 담는 행위만으로 쇼핑을 끝내도록 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할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면서도,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다.

그 밖에도 새로운 ICT를 접목해 오프라인 매장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미국의 스타트업 리테일넥스트(Retail Next)는 ‘오로라 V2’라는 사물인터넷용 센서를 개발했다. 오로라 V2는 사물인터넷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클라우드·빅데이터 기술을 총망라한 제품이다. 장치를 매장에 설치하면 고객들이 어떤 경로로 매장을 둘러보고, 어떤 제품군에 오래 머무르며 최종 소비까지 이르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들은 이런 장치를 활용해 소비자의 불편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직원과 매장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 불필요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더 오랜 기간 데이터를 쌓는다면 오프라인이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의 화장품 업체 세포라는 최근 사내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부서를 통합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부서는 경쟁 관계에 있다. 한 쪽의 매출이 늘면, 다른 쪽의 매출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포라의 판매 부서는 새롭게 제작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고객이 매장에 방문하면 해당 고객의 프로필이 직원에게 전송된다. 매장 내 직원은 고객에게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고, 화장법을 알려주는 등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한다. AR 기술을 활용해 가상으로 화장을 해볼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고객이 어디에서 물건을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온·오프라인 부서가 통합되면서 실적 또한 공동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시도는 더욱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밀킷(Meal Kit, 간편조리식) 전문 업체인 블루 에이프런은 지난해 5월부터 다양한 종류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블루 에이프런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특정 기간마다 정해진 밀킷을 배송한다. 블루 에이프런은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서비스 지역을 늘릴 때, 해당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자사의 제품을 소개한다. 해당 지역의 유명 요리사를 초청해 요리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콘텐트를 선보인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의 소비자 취향과 맛에 대한 선호를 파악할 수도 있다.

소매업의 종말? 새로운 소매점의 출현?

물론 이런 다양한 시도에도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2017년 10월 미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 시어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지난해에만 35개의 대형 소매 업체가 파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고까지 이야기 한다.

하지만 다양한 ICT를 기반으로 성장이 가속화된 매장도 있다. 지금 추세로 성장을 한다면 2021년 아마존 고의 매장은 3000개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소매 시장이 전자상거래에 밀려 멸종될 것인지, 혹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소매점이 등장해 분위기를 전환시킬지는 ICT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1473호 (2019.03.0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