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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IF’ㅣ부자를 꿈꾸는 당신에게(12)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만난다면] 돈을 지배하고 소중하게 써라 

 

돈에 끌리지 말고 돈이 나에게 끌리게 해야…쉽게 번 돈은 쉽게 빠져나가

▎뉴턴(왼쪽)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을 수식으로 정의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시공간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 사진:글항아리 제공
존재하는 것은 끌림이 있다. 사랑에 끌림이 있으면 마음을 연다. 둘의 마음이 사랑이란 단어로 끌리면 하나가 된다. 사랑의 중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 끌림은 온데간데없다. “결혼은 사랑을 평생토록 보증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결혼하면 그 사람을 가졌다고 방심하기 쉽습니다. 그에 비해 사랑은 중력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을 위한 마음을 다하는 노력이 중력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캄캄한 밤에 마음이 어두워졌을 때 사랑하는 이가 다가옵니다. 마음의 등불이 되어 줍니다. 그가 내 사랑의 중력입니다.”

사랑 다음으로 끌리는 게 무엇일까? 사람 간의 관계에선 끌림이 있어도 선을 그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 관계가 사랑이나 혈육의 정으로 뭉치지 않는 경우에는 선을 넘으면 도를 지나치게 된다. 어느 영화에서는 사랑은 변하지 않고, 단지 사람의 마음이 변했을 뿐이라고 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하니, 사랑이 가버린 건지 사람의 마음이 변한 건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고통스러운 건,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사랑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끝난 후에도 우리는 사랑을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사랑에 중력이 있다고 봅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지요. 하지만 우리는 사랑이 사람과 세상을 다르게 보는 근원적인 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랑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으로, 중력 같은 존재입니다.”

상극인 사람 간에는 원심력이, 끌리는 사람에게는 구심력이 작용하겠다. 이별을 해도 잊지 못할 때는 그게 미련이든 아쉬움이든 중력의 속성을 쉬이 떨쳐 버릴 수가 없어 괴롭게 마련이다. 그 누구도 끌어당길 수도, 그 누구에게도 끌어당겨질 수 없는 운명이라면, 우리는 고독한 존재로서 외로움과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겐 사람을 끌어 모으는 힘이 있어야 한다. 좋은 사업 아이템으로 소비자를 많이 끌어 모을수록 돈이 되는 것이다. 작가에게는 독자가, 가수에겐 팬이 몰려야 하는 원리다. 시청자가 많은 인기 프로그램에 광고가 많이 붙고, 출연이 쇄도한다. 인기는 중력의 원리를 반영한다. 남과 다른 포스를 가진 자만이 세력을 가질 수 있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그를 상당한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인기와 중력의 원리를 생각하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을 생각해 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 서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뉴턴이 내 친구라면, 그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들과 같습니다. 우리가 더 많이, 더 멀리 볼 수 있는 것은 선조들의 업(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X선 발견자로 칭송되는 뢴트겐의 업적도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었습니다. 전자장치의 기반이 되고 있는 음극선관의 기원이 된 크룩스관과 가이슬러관, 보일의 공기펌프 기술이 없었다면 뢴트겐의 X선 발견은 불가능했습니다. X선은 결국 수천년 동안 인류가 이뤄온 발견·발명과 그 원리의 거대한 집합체 위에 뢴트겐의 발견과 아이디어가 보태져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업가들도 뢴트겐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새로운 창조를 이뤘듯 이전의 업적을 참조해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창조는 가만히 있어도 마법 같은 영감이 찾아와 세상에 없던 것을 저절로 만들어내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창조는 인류가 오랫동안 축적한 모든 원리와 지식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혁신이 이루어지면 요즘 세상에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중력의 법칙이 작용해 부를 일궈낼 수 있을 것입니다.”

태어나서 언제부터인가 사람 외의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갈망에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자본주의에서 특히 돈에 끌림을 쉽게 물리치기 어렵다. 돈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자본주의에서 혈육의 정이나, 우애나, 우정보다 우선해 그 맛에 한번 물 들면 쉬 헤어나지 못한다. 돈은 지위재로 우리에게 민주주의에서도 높은 숭배의 대상으로 위용을 자랑한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가는 것을 생각해 보라. 좁은 이코노미석에 타면 언제나 그렇듯이 비행기는 자본주의에 충실함을 깨닫게 한다. 장거리를 가는데 몸은 피곤하고, 이코노미석을 타고 여행한다면 서글퍼 질 때도 있다. 1등석,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 들어가는 입구도 다르고 내리는 순서도 다른 비행기에 모두 승복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본주의에 길들여져 있다. 비즈니스석 이상은 프레스티지(권위·위엄)석이라 불리는데 그런 사람들은 다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는 걸까 회의감이 덜고 돈 없는 설움이 복받쳐 온다. 하긴 회사 돈 아니면 비즈니스이나 일등석을 탈 여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의 존엄이 돈으로 평가받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사랑에 중력이 있듯이 돈에도 중력이 있다. 자신과 돈 간에 찰떡궁합이면 좋기는 할 것 같다. 돈에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는 원리를 몇 가지 의미로 살펴보기 위해 일본의 버블 형성 과정을 보자. 1980년대 후반의 일본. 미국을 능가할 것 같던 일본은 주가와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버블 절정기를 산 일본인들은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우습게 여기게 된다. “일본의 자산가치는 중력에 이끌려 바닥으로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만약 뉴턴이 살아 있다면 일본에 오지 않습니다. 어서어서 일본의 자산을 하루라도 빨리 사세요.”

거품이 낀 경제에서 바닥으로 치닫는 중력이 작용할 때 거품이 순식간에 터져 버린다. 그래서 경제에 거품이 끼어 있다면 중력의 법칙은 종국적으로 거품의 붕괴를 초래한다. 대량 실직과 무려 20년 간 이어진 경제 침체로 임금이 낮은 비정규직·파견직이 속출했다. 실업자가 된 이들과 큰 상실감을 느낀 사람들은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않는 신세가 됐다.

돈에서 발견한 중력의 원리

거품이 할퀴고 간 자리에서 중력이 작용하면 뒷감당해야 하는 다음 세대는 좌절한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 남은 자는 그래도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기라도 하는데, 거품이 떠난 자리에는 상처만 남는다.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층이 저임금에 시달리며 비정규직이 되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들은 “쓸 돈이 없다”며 지갑을 닫아 버린다. 한편, 돈이 돈을 버는 세상에서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면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 된다. 사실 1억을 벌기 어렵지 1억으로 10억을 버는 것은 요령을 제대로 터득한 사업가라면 그게 10배나 어려운 건 아니다. “돈의 중력은 돈의 양에 비례해서 커지게 마련입니다. 물질의 중력이 물질의 질량에 비례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되고 가지지 않은 자는 그나마 가진 것도 빼앗기게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일단 돈을 버는 판의 원리를 알면 싹쓸이가 가능한 것도 세계화된 시장에서 작동하는 원리잖아요. 글로벌 기업의 시가총액이 웬만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하잖아요, 이들 사업가는 돈이 돈을 버는 중력의 원리를 꿰뚫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자본주의를 묘사하는 미술전. 현대미술의 최신 경향을 관람하려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라는 전시 주제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래의 세계를 바라보는데, 파이를 흡입하는 쪽의 힘이 너무 세고 그 나머지의 일부를 조금이라도 가지려는 자의 힘이 약할 때 다리의 교각은 균형을 잃는다. 그런 느낌을 주는 조형물을 보면서 앞으로 불균형이 균형을 찾아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골몰해 본다.

중력의 힘이 작용하면 그런 불균형은 더욱 불균형으로 갈 수 밖에 없어 정부가 다양한 정책으로 원심력을 발동시켜 치우친 중력의 힘을 제약할 수밖에 없으리라. 자연계는 중력이 당기는 구심력과 각 행성이 태양을 회전해 발휘하는 원심력이 함께 작동해 균형을 유지한다. 태양의 중력이 지나치게 커져서 각 행성의 원심력을 넘어서게 되면 태양계는 붕괴된다. 양극화가 심한 세상은 분명히 문제가 있고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어 지속가능한 성장에 방해가 된다. 이를 극복하고 가난한 자들을 포용해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 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개인 차원에서 우리는 하루 일과를 일과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는데 돈의 소중함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올바른 돈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 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나는 돈에 끌리는데, 돈은 나를 끌리게 하지 않는다’고 자조할 이유도 없다. 돈의 힘을 인정하는 것이 뱃속 편하다 하겠다. 그렇다고 돈에 끌려 다니는 삶을 사는 것도 옳지 않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생각없이 끌려다니는 인생을 살아가며 삶을 마감한다는 점이다.

상대성 원리와 돈의 가치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은 중력의 법칙상 당연하다. 그러나 손에 쥔 사과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으고, 굴리고, 불리고, 유지하는 능력을 제대로 갖춰 돈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중력의 법칙을 잘 활용해 돈을 많이 버는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하지만, 돈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돈을 지배할 수 있도록 중력의 법칙을 초월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려면 돈의 속성과 가치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두 가지 명제로 구성된다. 하나는 빨리 움직일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질량은 증가하며 길이는 줄어든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다른 하나는 엄청난 중력이 작용하면 주변의 시공간이 휘고, 그 경로를 따라 빛도 움직이게 되며 시간도 느리게 간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시간의 흐름은 결국 중력에 영향을 받게 된다. 둘을 종합한 상대성이론은 공간이 수축할 수 있으며, 저마다의 시간도 객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원리다. 상대성 원리에서, 시간의 흐름은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라 상대적 시간을 가질 뿐이다. 지구에서의 시간의 흐름과 우주 공간에서의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다. 지구에서 1시간은 우주 공간에서도 1시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긴 시간이 된다. 먼 우주에서 바라볼 때 지구에서의 밤과 낮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느끼는 밤과 낮의 시간보다 엄청 빠르다. 지구에서만 느끼는 절대적인 시간과 우주에서 느끼는 상대적인 시간이 차이가 그래서 생기게 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아버지 조셉 쿠퍼가 블랙홀 근처 행성에서 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7년의 시간을 보낸다.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그는 거의 변화지 않았는데 할머니가 된 딸을 만나게 된다. 상대성이론에 따른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 느끼는 1000만원의 가치와 돈이 없는 사람이 느끼는 1000만원의 가치는 절대적인 평가에서는 차이가 없겠지만, 상대적인 평가를 한다면 돈이 아주 많은 사람에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는 돈이 되고,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주 큰돈이 됩니다. 사람마다 절대적인 평가와 상대적인 평가를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지구상에서 누구에게나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즐거운 일을 할 때와 억지로 하는 일을 할 때 시간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매우 빨리 달리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가고 천체의 중력장이 시간의 흐름을 늦추게 됩니다. 우리는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돈을 인격체로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쉽게 번 돈은 상대적으로 쉽게 나갑니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습관과 취향,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돈을 대하는 태도는 그 사람의 사고·인간성·투자관을 포함하는 교양 그 자체를 표현한다. 돈이 하나의 인격체라면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돈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를 따지고 의미 있게 사용해야 제대로 된 부자의 그릇을 갖춘 인물이란 이야기다. 돈을 벌어 여유가 생기면 삶에 조바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 물론 돈의 지배를 받지 않는 그릇의 소유자란 전제 하에서다. 돈이 없으면 궁핍하고 판단력이 흐려져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크다. 같은 월급을 받고도 훗날 차이가 나는 것은 돈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19세기를 살면서 돈 버는 재주가 남달랐던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hineas Taylor Barnum)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돈을 어떻게 벌어요?(The Art of Money-Getting)]에서 돈을 벌려면 우선 수입이 항상 지출보다 많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일단 자신의 씀씀이를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노트를 마련해 세로로 절반을 나눈 다음 한 칸에는 생활필수품, 다른 한 칸엔 사치품이라고 항목을 적어놓고 매일 또는 매주 기록해보라고 권합니다. 아마도 생각보다 많이 사치하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품위 있는 돈의 인격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아버지 조셉 쿠퍼가 블랙홀 근처 행성에서 1시간을 보내는 동안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7년의 시간을 보낸다. 어떤 이에게 1000만원은 별로 대수롭지 않는 돈이지만,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아주 큰 돈이다.
돈이 많은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말이나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아마도 그 의미를 알 것이다. 돈도 인격체이기에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의 지갑에서는 빨리 나가고 싶어 한다. 버는 게 같아도 쓰는 게 차이가 나면 그 습관의 차이가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든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유산을 상속받거나 해서 부자가 된 자들은 상대적으로 피땀 흘려 돈을 번 사람들과 돈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쉽게 들어 온 돈은 쉽게 대하기에 쉽게 빠져나간다는 것이 돈에 대한 상대성 이론이라 하겠다.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들은 낭비·무절제·방탕의 세계로 빠져들기 쉽다. 신문을 뒤덮고 있는 세상의 많은 이야기는 돈에 의해 빚어진 것이 많다. 결국 돈을 대하는 사람의 무게감이 다르고 인격의 중력이 다르다는 점을 우리는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이 돈을 어떻게 벌고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는 삶의 지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하겠다. 돈이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 생활의 안정이나 사회의 발달에 있어서 돈과 경제의 중요성을 어찌 등한시할 수 있겠나. 우리는 삶에서 돈의 위력을 무시하거나 하찮게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돈과 인격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격을 제대로 갖춘 사람도 돈 때문에 삶을 그르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학창 시절 착실했던 친구가 사업을 잘 하다가 한순간에 사업이 어려워진다. 친구들에게 여기저기 돈을 끌어 쓰며 나중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내일 큰 돈이 들어와. 하루만 쓰면 된다. 오늘 빌려주면 내일 갚을게.”

통상적으로 돈 때문에 기쁘고 돈 때문에 슬프다. 빠듯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돈이 없을수록 그런 마음은 더 하다. 그래서 돈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돈을 제대로 다루는 능력과 함께 돈에 대한 추억과 의미를 항상 던져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내게 돈은 과거·현재·미래에 과연 어떤 의미를 지녔고 지니는가? 돈이 주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고심을 지속하며 삶을 살아갈 필요는 충분하다. 우리 인생에서 진정한 풍요로움이란 무엇인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게 제대로 된 부자 정신이고 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야말로 인간의 자질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옛말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민초들의 한이 서린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을 수 있다고 봅니다. 돈 버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나중에 결과만 좋으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죠. 신분제 사회에서 개 같은 인생을 살면서 오죽했으면 기필코 돈 벌어 벼슬 높은 정승처럼 돈 써보고 죽고 싶다고 하겠어요. 하지만 돈이 인생의 목적이어야 되겠습니까?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위한 수단의 자리에 돈의 위치를 제대로 두어야지요.”

부자의 큰 그릇을 생각하며


▎KFC 창업자인 커넬 샌더스 65세의 나이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 사진:유튜브 캡처
KFC 창업자인 커넬 샌더스. 그는 어릴적부터 불운아였다. 6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10살 때 학교를 그만뒀다. 12살 되던 해에 엄마가 재혼해 혼자 살 수밖에 없었다. 온갖 궂은일을 하며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던 그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65세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은 105달러뿐이었다고 한다. 그의 삶을 조금 각색해보자. “당시 나는 중고 트럭을 개조해서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말하는 푸드 트럭이죠. 나는 항상 꿈을 꾸는 몽상가였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겠습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은 치킨을 맛있게 튀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치킨을 튀겨서 식당 체인점을 하면 큰 돈을 벌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나와 뜻이 맞는 식당을 찾아 방문하는 것을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식당을 방문 할 때 마다 나는 문전 박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3년 동안 1008번을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두드려라 그러면 문이 열릴 것이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1009번째 식당에서 첫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KFC체인점은 세계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KFC를 볼 수 있는 지금, 나를 보고 꿈을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무게를 가집니다. 그런 사람은 언젠가 돈의 중력이 뒤따릅니다. 65세 나이가 많다고요. 나이는 상대적인 것 아닌가요. 나는 그 나이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상대성 원리입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부자가 되려면 중력과 상대성이론을 터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최대의 역량으로 도전해 보는 것입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바라 본 세상은 내게 크고 넓은 시야를 제공했습니다. 꿈은 항상 우리들에게 희망을 주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돈에 길들여진 마음은 돈의 맛을 쉽게 잊지 못한다.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에 돈이 없어지면 마음이 행복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돈에 중독되지 않도록 마음가짐을 갖춰야 한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돈이 있다. 한 맺힌 돈, 타락한 돈, 피 땀 흘려 모은 돈, 소중한 작은 돈…. 큰 그릇을 한 부자의 돈은 존경받을 만하다. 부단한 노력으로 그런 그릇을 가질 수 있다.

만약에 내가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만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 어떤 무게에도, 속도에도, 상대에도 끄떡없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그건 우주에 존재하는 내 자존감으로 대표되는 마음 한점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실체입니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장(국립외교원 파견)이다. 대한민국 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1473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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