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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환차손 피하려 외국인 매도? 기우일 뿐…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원·달러 환율 1200원 넘을 확률 낮아… 새로운 성장동력 없으면 코스피 2250 돌파 어려울 듯

주식시장이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2250을 넘기 위한 시도가 무산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더니 다시 빠르게 반등했다. 주가가 혼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유난히 약하다는 점이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종합주가지수가 떨어져 하락의 체감도가 특히 컸다. 시장의 두께가 너무 얇은 부분도 마음에 걸린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사면 크게 오르고, 반대로 조금만 내다 팔아도 하락해 완충지대가 거의 없음을 보여줬다.

국내 경기 둔화, 달러 강세


4월 중순이 넘으면서 경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원·달러 환율이 1160원을 넘어 2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3.8% 절하된 건데, 절반 이상이 4월 16일 이후에 발생했다. 원화가 약세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달러가 강하기 때문이다. 달러화 인덱스의 60% 이상이 유로화로 이루어져 있어 유로화가 약세일 경우 달러가 강세가 될 확률이 높다. 최근 유로지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에 못 미친 반면 미국의 소매 판매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등 두 지역 사이의 격차가 벌어져 유로화 약세가 심해졌다. 참고로 4월 말 현재 달러·유로는 1유로당 1.115달러로 연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경기 둔화도 원화를 약세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직전 분기 대비 -0.3%로 예상치에 크게 미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연내에 금리를 인하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상수지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올 들어 수출 감소가 심해지자 이러다가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이 부분 역시 원화를 약세로 만드는 요인이 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6월에 1100원대를 돌파한 이후 10개월 동안 1100~1150원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오랜 시간 힘을 비축했기 때문에 박스권이 뚫릴 경우 갑자기 한 쪽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컸는데 이번에 그런 모습이 나온 것이다. 앞으로 움직임은 두 가지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1150~1200원 사이에서 새로운 박스권을 만든 후 상당 기간 머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추가 상승 후 하락해 다시 1100~1150원 사이로 들어오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원화가 1200원을 뚫고 계속 올라가는 걸 가정하지는 않았다. 과거 환율동향을 보면 외환위기를 포함해 네 번 정도 1200원을 일시적으로 넘었을 뿐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경우는 없었다.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원화가 약세로 기움에 따라 외국인이 환차손을 막기 위해 주식을 내다 팔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해는 되나 그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혹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팔아도 이는 주가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지, 환율 때문은 아니다. 앞으로 원화가치가 아무리 크게 올라도 추가 절하율이 5%를 넘기 힘들다. 주식의 상하한가 폭은 30%이다. 둘만 비교해 봐도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이 어느 쪽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경제지표 중 눈에 띄는 또 하나는 성장 둔화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직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민간소비와 투자, 수출 모두가 약화된 게 원인이었다. 기대했던 정부지출도 기저효과와 정책 집행의 시차가 맞지 않은 관계로 성장률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비록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전망이 아주 어두운 건 아니다. 재정투입 효과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2분기부터 성장률이 반등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기 둔화만큼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준 건 기업 실적이다. 4월 말까지 실적 발표를 마친 100개 기업(삼성전자와 금융주제외)의 성적을 보면 매출액은 165조 2500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9조3900억원으로 31.3% 줄었다.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정도가 예상보다 심한 것 같다. 2000년 이후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적이 다섯 번 있었다. 이 경우를 평균해 보면 이익에 대한 시장 전망이 한 번 감소로 돌아설 경우 7~11개월 간 이어졌고,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평균 3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익 추정치 감소가 시작됐으니까 4월까지 7개월 간 이어진 셈이 된다. 현재까지 감소폭은 26%로 과거 이익 둔화 때에 근접해 가고 있다. 최근보다 이익 감소 폭과 하락 기간이 길었던 시기는 2000년 IT버블 때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뿐이다. 이런 과거 수치를 감안할 때 조만간 이익 감소 전망이 멈추지 않을까 기대된다.

상황이 조금 개선된다 하더라도 주가가 오르기는 쉽지 않다. 몇 가지 걸림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시장이 추가로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 4월 12일 이후 S&P500지수의 상승률이 1%를 넘지 않았다. 같은 시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 주가 상승률보다 못하다. 실적이 주가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미국 기업 이익은 2016년 이후 처음 2분기 연속 감소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2개월 전부터 1.6%였던 2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0.5%로 낮아지고 있는데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조만간 주가가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주가 상승이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 주식시장을 끌고 가는 동력인 만큼 미국 시장의 하락은 우리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여러 평가에도 경기와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은 게 분명하다. 당장에 이 부분의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주가가 기초 체력에 적합한 수준까지 내려와야만 하락이 멈출 수 있다. 국내 요인을 제외하고 보면 지금 주식시장 환경은 나쁘지 않다. 해외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선진국 모두 금융완화정책으로 돌아서는 등 우호적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종합주가지수가 2250을 넘지 못했다. 두 번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 천장이 더 두터워졌다. 새로운 동력이 마련되지 않는 한 주가가 빠르게 회복되기 힘들다.

은행주 재평가 가능성

1분기 실적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금융업은 예외다. 은행·증권 모두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증권업은 시황산업이어서 제외하더라도 은행은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은행업 주가가 줄곧 하락해 지금은 고점 대비 30% 이상 내려왔다. 정부 규제책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줄고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지나친 우려였던 것 같다. 지금은 시장 전체의 이익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이 이익 둔화에 둔감해지는 시점부터 은행주가 다시 평가 받을 가능성이 있다.

1483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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