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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끄는 ‘무순위 접수’] 자금력 있는 유주택 수요자 몰려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9·13대책 후 청약자격 까다로워진 영향… 무순위 사후 당첨자는 최장 5년 재당첨 제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 그랑자이’는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일반공급 접수에 앞서 무순위 접수를 했다. 사진은 견본주택.
이른바 ‘로또 분양’을 손에 쥘 수 있는 제3의 문이 열렸다. 당첨 문턱이 높고 틈새가 좁아 들어가기 어려운 수요자가 몰린다. 집을 갖고 있어도 대출 걱정 없이 자금력이 있으면 분양시장의 로또를 잡을 기회다. 자격을 거의 따지지 않는 ‘무순위 청약’을 말한다. 새 아파트 공급은 신혼부부 등의 특별공급과 청약통장 1, 2순위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공급으로 나뉜다. 무순위는 1, 2순위와 상관없는 자격이다. 특별·일반공급 후 남은 물량을 두고 벌이는 ‘2부 리그’ 청약인 셈이다.

원래 특별·일반공급 당첨자 계약 후 발생한 미분양분 분양이 선착순이나 업체 인터넷 추첨 등으로 진행됐다. 이삭줍기라는 뜻으로 ‘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의미)’으로 불리기도 한다. 청약통장 등이 필요하지 않고 지역 제한도 없어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5월 서울 영등포구 ‘당산 센트럴아이파크’는 잔여 8가구 모집에 2만2431명이 신청해 2804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과열 경쟁에 투명성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무순위 청약 접수로 제도화해 4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제도화된 이후에도 무순위 청약 열기가 뜨겁다. 지난 4월 11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사전 무순위 접수를 한 동대문구 청량리 한양수자인에 전체 모집가구(1120가구)의 10배가 넘는 1만4000여 명이 몰렸다.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와 노원구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는 무순위 접수에서 각각 평균 33.5대 1과 61.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무순위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지난해 9·13대책으로 청약 문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주택자 위주로 청약자격이 까다로워지고 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해 유주택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거의 없어졌다. 특별·일반공급 당첨 가능성이 작은 수요자들이 무순위 접수에 몰리는 것이다.

업체도 무순위 접수를 확대하고 있다. 미분양이 발생한 후 실시하는 사후 무순위 접수에 주로 신경 쓰다 이제는 사전 접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별·일반공급 경쟁률이 높아도 복잡한 청약자격과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부적격 당첨과 계약 포기가 늘고 있어서다. 1순위 평균 11대 1의 경쟁률을 보인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일반공급분의 70% 가까이 미계약됐다.

강남권에도 무순위 사전 접수 등장

강남권에도 사전 접수가 등장해 GS건설은 4월 26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들어간 서초구 방배동 방배경남 재건축 단지인 ‘방배 그랑자이’에 무순위 사전 접수를 한다. GS건설 관계자는 “미계약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혹시나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계약 발행 후 번거롭게 다시 공고를 낼 필요 없이 미리 사전 접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조건을 별로 따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순위 청약이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청약제도가 더 복잡해진 만큼 헷갈리는 점이 많다. 무순위 접수는 특별·일반공급 이전의 사전 접수와 이후 미분양분을 대상으로 한 사후 접수로 나뉜다. 사전 접수는 전국 어디서든 가능하다.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업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사전 접수를 하면 사후 접수는 할 수 없다. 사전 접수를 통해 넉넉히 예비 당첨자를 뽑아둘 수 있어서다. 사전 접수 시기는 입주자모집공고 후 특별공급 접수 전이다. 사전 접수는 모집공고에 명시해야 하므로 모집공고를 보면 알 수 있다. 사후 접수는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역 민영주택에서 당첨자 계약 후 미계약 물량이 20가구 이상일 때 하게 돼 있다. 의무사항이다. 당첨자 계약 후 업체는 별도의 사후 접수 모집공고를 낸다. 미계약분이 20가구 미만이면 공고 없이 업체가 임의로 선착순으로 팔 수 있다. 하지만 선착순보다는 신청 접수 후 추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선착순에 따른 혼잡과 잡음을 없애려는 것이다. GS건설은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파크자이’ 미계약분 10가구에 대해 무순위 접수를 했다.

청약통장·거주요건 등이 거의 필요 없다. 청약 가능 지역은 해당 주택건설지역이나 같은 광역권이다. 서울 아파트의 광역권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이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실시된 무순위 접수는 수도권을 범위로 했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 무주택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일반공급에서 요구하는 1주택자의 입주 후 주택 처분 조건도 없다. 세대별 청약 제한이 없어 같은 세대원이라도 개인별로 신청할 수 있다. 다만 1인 1건이어야 한다. 1인 2건 이상 청약하면 모두 무효처리된다. 청약과열이 우려될 경우 청약자격이 세대주로 제한될 수 있다.

무순위 사전 접수한 신청자는 특별·일반공급도 신청할 수 있다. 특별·일반공급에 당첨되면 사전 접수 추천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별·일반공급 부적격 당첨자나 계약 포기자는 사전이나 사후 접수 당첨자가 될 수 없다. 청약은 금융결제원 사이트(www.apt2you.com)의 ‘APT무순위’ 메뉴에서 한다. 일반 공급 청약은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하지만 무순위 청약은 PC에서만 할 수 있다. 20가구 미만일 경우엔 업체에서 임의로 신청 자격과 당첨자 선정 방법 등을 정하는 것이어서 금융결제원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주로 업체 홈페이지에서 신청 접수한다. 신청 자격 등은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GS건설은 아예 지역 제한을 하지 않고 전국 어디서든 19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당첨자는 청약가점제나 무주택자 우선 없이 금융결제원 컴퓨터 추첨으로 당첨자와 동·호수를 무작위로 결정한다. 예비 당첨자 비율은 100%다. 사전 접수는 미분양을 대비해 실시하는 것이어서 특별·일반공급 당첨자 발표와 당첨자 계약이 끝난 후 당첨자를 발표한다. 당첨자 계약에서 계약이 모두 끝나면 당첨이 소용없다. 사전·사후 접수 당첨자는 당첨자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재 당첨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사전·사후 접수 외에 아직 시행되지 않은 다른 무순위 사후 접수가 있다. 계약 취소 주택 재공급이다. 이는 불법 전매, 주택 공급 질서 교란 등의 불법 행위로 계약이 취소된 물량을 대상으로 한다.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역 등의 민영주택에서 재공급 물량이 20가구 이상이면 업체는 지자체 승인을 받아 별도의 모집공고를 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정식 분양과 마찬가지여서 사전·사후 접수보다 청약자격이 좀 까다롭다. 청약 가능 지역은 광역권이지만 배우자를 포함해 무주택자여야 한다. 1인당 1건씩 청약할 수 있다. 당첨자 선정은 사전·사후 접수와 동일한 추첨 방식이다. 예비 당첨자 비율은 40% 이상이다.

사전 접수는 미분양 대비해 조치

당첨되면 사전·사후 접수와 달리 당첨자로 관리돼 최장 5년간 재당첨 제한을 적용받는다. 재당첨 제한 범위는 당첨자의 배우자까지다. 일반공급 재당첨 제한 범위는 모든 세대원이다. 분양대행사인 미드미디앤씨 신동인 상무는 “무순위 접수는 청약 문턱만 낮아졌을 뿐 계약 이후엔 중도금 대출 규제,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일반공급 당첨자와 똑같은 규제를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1483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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