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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3) 경제위기와 투자자 선택]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안전자산에 투자 후 저평가된 자산으로 눈 돌려야… 극도의 공포심 극복이 과제

금융·경제위기 이전과 이후의 가계와 기업의 경제적 선택은 정반대로 달려져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위기의 그림자가 비추기 시작하면 방어적 자산운용, 위기가 지나가면서는 공격적 투자가 필요한 데, 거꾸로 행동하다가는 한순간에 경제적 패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경제위기 그림자가 어른거리면 안전성 자산 비중을 높여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반대로 경제위기가 지나가기 시작하면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수익성 자산을 골라내는 시각과 선택이 필요하다.

돈의 흐름이 막히면서 금융시장에 충격

경제위기 징후가 보이면 탐욕으로 넘치던 시장이 어느 사이에 두려움에 휩싸여 혼돈 상태에 이르게 된다. 경제위기 그림자가 다가오면 먼저 시중에 돈의 흐름이 막히기 시작하면서 채권시장, 주식시장, 외환시장에 충격이 온다.

채권시장에서는 상대방의 결제능력을 서로 믿지 못해 리스크 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 금리부터 급등하기 시작된다. 시중자금이 안전한 곳으로 몰리며 국고채 같은 무위험채권 금리는 오히려 하락함에 따라 채권시장 리스크 스프레드가 급격하게 확대된다. 만약, 대외지불능력이 충분치 못할 경우, 국가신인도 추락으로 무위험채권 금리도 상승한다. 위기가 본격화되면 돈은 더욱 돌지 않아 우량 기업까지도 자금조달이 곤란해지는 신용경색(credit crunch) 상황이 벌어진다.

주식시장에서는 주가(P=E/r) 형성의 바탕인 기업이윤(E) 하락이 예상되는 데다,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으로 금리, 즉 할인율(r)이 높아짐에 따라 주식의 내재가치는 이중으로 하락 압력을 받는다. 다시 말해, 불황으로 소비 수요가 격감되어 기업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기업자금 조달비용인 금리까지 높아져 기업이윤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장심리 불안으로 투자자들은 흑진주와 모래알을 구분하지 못하고 덮어 놓고 주식을 처분하려는 쏠림현상이 나타나며 주가가 내재가치 아래로 추락하는 역거품(reverse bubbles) 현상이 발생한다.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며 환율이 급변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인 기축통화를 선호하게 되어 대외지불능력이 취약한 국가의 통화가치는 급락하게 마련이다. 환율은 궁극적으로 화폐발행국의 상대적 경제체력을 반영하는데, 경제위기가 닥치면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의 경제순환을 교란할 수 있어 대외지불능력이 넉넉하더라도 환율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과대평가되어 내재 가치와 괴리가 클수록 투기세력의 공격을 받기 쉬워 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커진다. 위기상황에서 무리한 환율 방어는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교훈은 아마도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안전성 자산은 무엇보다 유동성위험이 적고, 가격 변동 가능성이 낮은 현금성자산이다.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 없는 자산을 급하게 현금화하려면 커다란 손실을 보아야 한다. 경기 침체기에 신용등급이 낮은 하이일드 채권은 지불불능위험이 커지며 가격이 급락하는 이치와 같다. 평상시와 달리 경기 침체기에 급전이 필요해 부동산을 갑자기 팔아야 한다면 헐값에 팔 수밖에 없다.

수익성 자산은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산업, 유망 기업 주식이 대표적이다. 위기 뒤에는 으레 새로운 성장산업이 등장하게 마련이므로 눈여겨봐야 한다. 시장심리 불안으로 비정상으로 높게 형성된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말미암아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한 채권과 마찬가지로 내재가치에 비해 형편없이 저평가된 주식도 수익성 자산이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정상적으로 형성된 채권은 수익성 높은 자산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그 수익률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 지불불능위험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2019년 현재,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금값도 오르고 달러도 동요하는 모습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중장기 가격 동향을 보면 금은 투기자산 성격이 짙어 우리나라 중앙은행까지도 최고점에 금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과거 통화가치가 보장되지 못했던 봉건시대 중국이나 인도처럼 사회 혼란기에 금을 생명줄처럼 여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리고 국제투자대조표(IIP)를 보면 미국의 실질 해외 부채가 8조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달러 강세를 용인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쉽게 생각해서, 달러가치가 5% 절상되면 미국은 약 4000억 달러의 빚이 늘어나는 셈이다. 금과 달러 투자에 주력하는 일은 위험할 수도 있다.

자산 가격은 상승기에는 천천히 오르다가, 하락기에는 급속하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회복기는 경우에 따라 아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 시장 투명성이 결여돼 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되면 회복은 더욱 더뎌진다. 예컨대, 2000년 초반 코스닥 거품붕괴 후 아직도 당시 정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은 위기가 지나가고 나면 위기 극복을 위한 유동성 팽창에 따라 화폐가치 하락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으로 보면 디플레이션 후에는 거의 대부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도래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2008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어도 일반 물가는 오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 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에 따른 공급과잉 현상 때문인데, 남아돌아가는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몰려드는 경향이 있다.

경제위기 또는 금융위기는 경제적 패자와 승자를 순식간에 뒤바뀌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패자가 되지 않는 길은 무엇인가? 위기 상황에서도 손실을 내지 않거나 나아가 초과수익을 내기 위한 대원칙은 안전자산을 선택해 기다리다가 위기가 지나가는 징후가 엿보이면 저평가된 자산을 선택하는 길이다.

위기가 지나가면서 거의 대부분 자산 가격이 내재가치 아래도 떨어져 저평가되게 마련이므로 미래 가격이 높아질 자산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예컨대, 외환위기가 진행되면서 갑자기 거주자외화예금이 그 당시로서는 거대 규모인 38억 달러나 늘어났다가 사태가 진정되자마자 곧바로 줄어들었다. 누군가가 위기를 이용해 무지막지하게 ‘한탕’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들을 거부로 만든 내부자정보(inside information)도 그리고 밑천도 없는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안타깝게도 위기가 지나가면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기 쉽다.

위기 지나면 부의 양극화 심해져

가계·기업이 미리부터 합리적 대응을 하면 위기를 미리 예방하거나 위험과 불확실성 대가를 작게 지불하고 나아가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열린다. 모든 투자자들이 각자도생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다면 승자와 패자가 크게 엇갈릴 일도 없어지고 결과적으로 정책실패로부터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길이다. 전설적 투자자 존 템플턴은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했다. 기회를 잡으려면 서두르지도 말고 때를 놓치지도 말아야 한다. 생각하기는 쉬워도 막상 실천하기는 어렵다. 인간의 심리는 오를 때는 더 오를 것 같고 내릴 때는 더 내릴 것 같아 먼 생각 없이 그냥 조바심에 빠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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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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